8년 동안 7000억원 이상 투여
남긴 건 17% 공정률 ‘아레나’, 이마저도 허물어야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 경기도·CJ라이브시티 협약 해제 

2024-07-06     이병우 기자

대규모 전력공급 불가, 한류천 수질개선 지연 
인허가 행정절차 늦춰져 사업 진척도 느려져   
CJ, 천억원에서 계속 늘어날 지체상금 감당 못해 
지체상금 감면 조정안, 경기도 미수용·협약 해제  


[고양신문] 지난 1일 고양시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북부 최대개발 사업이었던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이 백지화됐다는 소식이었다. 공사가 중단된 것을 지켜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사업이 좌초될 줄 예상 못했기 때문에 충격은 컸다. 장항동 일대가 K팝의 성지가 될 것이라는 고양시민의 기대감이 한풀 꺾일 수밖에 없었다.  

K-컬처밸리는 일산동구 장항동 32만6400㎡(약 10만평) 부지에 2만석 규모의 아레나 공연장을 포함한 테마파크·상업시설·호텔·업무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초기에는 1조원 규모의 사업이었지만 총 네 차례 사업계획이 변경되며 2조원 가까이 사업 규모가 늘었다. 향후 발생할 수 십 조원의 경제효과는 물론 K-콘텐츠 위주의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했다. 하지만 경기도가 지난 1일 CJ라이브시티와 협약 해제를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번 특집호에서는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가 사업계약 해지에 이르기까지 입장 차가 어떠했는지를 촘촘히 살펴보기로 한다. 사업계약 해지에 따라 경기도가 추진한다는 공영개발에 대한 전망도 해본다.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가 사업 계약한 때부터 협약 해제에 이르기까지 8년의 세월이 흘렀다. 2015년 경기도가 공모한 ‘K-컬처밸리 조성공모사업’에서 CJ그룹이 선정되면서 사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이후 경기도는 2016년 6월 CJ라이브시티와 사업부지 매매 계약을 맺고 K-컬처밸리 사업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30일 사업기간 만료를 앞두고 연장을 하지 않은 채 협약 해제를 통보했다. CJ라이브시티가 현재까지 사업에 투자한 액수는 7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8년 동안 7000억원을 투여했는데, 공정률 17%의 아레나 기초 및 철골공사가 전부였다. 이처럼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 진척이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 CJ 측은 두 가지를 내세운다. 하나는 한국전력으로부터 2029년 이전에는 대규모 전력 공급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점, 다른 하나는 한류천 수질 개선사업이 2029년 이후에나 이뤄진다는 점이다. 특히 전력 공급이 불가한 이유는 경기남부반도체 클러스터가 패스트트랙으로 추진되면서 여기에 우선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오히려 경기남부반도체 클러스터가 K-컬처밸리 사업에는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이 외에도 인허가 행정절차로 인한 소요 기간이 길어졌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네 차례에 걸친 사업계획 변경 때마다 행정적인 승인 절차가 길어졌다. 2021년 6월에야 건축 허가를 받고 같은 해 10월 첫 삽을 뜰 정도로 행정절차가 신속하지 않았다. 

작년 4월 이후 공사가 멈춰진 K팝 전용공연장 ‘아레나’.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 간 협약 해제에 따라 덩그러니 남이 있는 이곳도 원상복구해야 한다.

협약 해제, 지체상금에 대한 의견차    
협약 해제에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은 ‘지체상금’에 대한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 간 의견차였다. CJ라이브시티가 경기도에 물어야 하는 지체상금의 규모는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협약 해제 조짐은 건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4월 K팝 전용 공연장인 아레나 공사 사업이 돌연 중단하면 나타났다. 아레나 사업 자체로 보면 공정률 17%, 전체 사업으로 보면 공정률 3%에 머문, 공사 중단이었다. 여기에다 한전이 당장 대용량 전력공급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여러모로 난항에 부딪히자 CJ라이브시티는 국토부에 구조요청을 했다. 그러자 지난해 10월 국토부가 나서 ‘민관합동 건설투자사업(PF) 조정위원회’를 열고, △공사 완공 기간 연장 △지체상금 면제를 핵심으로 하는 중재안을 냈다. 

이에 경기도는 공사 완공 기간 연장안(2024년 6월 30일⟶2028년 6월 30일, 4년 연장)은 받아들였지만 지체 상금 면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무상 배임이나 기업 특혜와 같은 법령상 책임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도는 법적 시비에 휘말리기보다 협약 해제를 택한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3월 이후 공공기관 참여 등을 통해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향후 국토부 조정안에 대해서 충분히 협의해 가자고 제안했고, 거의 합의점에 도달한바 있다”면서 “특히 경기도는 사업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지체상금 감면은 법률자문을 통해 특혜·배임문제가 있어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그러나 사업시행자가 사업기간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 지체상금 감면 등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며 갑자기 입장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즉 경기도는 CJ 측의 입장 변화와 무리한 요구가 협약 해제 사유라고 짚었다.

반면 CJ 측은 과거 발생한 지체상금은 납부하고 현재와 미래에 발생하는 지체상금은 감면해주는 국토부 PF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경기도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사업을 이어갈 의사를 충분히 보여 왔다는 입장이다.

CJ 측은 “경기도에 확고한 사업 추진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그렇지만 민간업체는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안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체상금 면제라는 조정안이 국토부 PF 조정위원회로부터 나왔다. 과거발생한 지체상금은 납부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현재부터 미래에 발생하는 지체상금은 감면해주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도 전력 공급 지연으로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상한 없는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입장을 경기도는 고수해왔다”고 밝혔다. 

2021년 10월 삽을 뜬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1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지체상 금 감면안 면제’라는 중재안을 놓고 경기도와 사업자인 CJ라이브시티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결과다.

17% 공정률 아레나, 원상복구 해야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 간 맺은 협약이 해제되어도 CJ 측이 물어야 할 약 1000억원 상당의 지체상금 납부 의무는 그대로 남는다. 또한 지난 8년 동안 CJ라이브시티가 남긴, 17%의 공정률을 보인 K팝 전용 공연장인 ‘아레나’를 원상복구해야 한다. 원상복구는 곧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테마파크 내 아레나 공연장 기초와 철골공사가 진행됐는데, 이를 모두 허물어야 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원상복구 명령을 CJ 측에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약 해제에 따른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 측 간의 소송전도 예상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추측만 가능하다. CJ라이브시티 측이 사업협약을 해제한 것에 대해 취하 소송을 할 수 있다. 이 외 부과한 금액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관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경기도가 택한 ‘공공주도의 공영개발 방식’은 어떤 것일까. 경기도가 공영개발을 한다면 일단 도 산하의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사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김영환 국회의원은 “GH가 사업을 주도할 수도 있고 경기도가 민간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 특수목적법인(SPC)를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행정 잣대, “안타깝다” 목소리도  
경기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금까지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한 방식은 안전정적인 사업추진이 어려웠다”면서 “공공주도의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경기도가 이렇게 전하는 배경에는 민간사업자에 대한 일정정도 불신이 깔려있다.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 부지는 당초 부동산개발업체인 프라임개발이 2006년 경기도와 ‘한류우드’ 계약을 체결해 개발을 진행하다 포기한 땅이다. 10년간 방치됐던 사업을 CJ그룹이 2016년부터 떠안았지만, 8년 만에 다시 사업에서 철수하게 됐다. 결국 18년의 시간 동안 동일한 부지를 대상으로 하는, 두 번에 걸친 민간개발사업이 모두 실패로 끝나게 된 셈이다.

하지만 드물게 고양시 개발사업에 뛰어든 대기업을 행정 잣대만을 들이밀어 내쫓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K-팝은 이제 엄연한 산업이 됐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분야다. 관련 전문성을 가진 대기업을 향해 경기도가 일방적인 계약해제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최소한 시민들이나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중지를 모을 공청회 정도는 열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CJ 측도 그간 경기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CJ 라이브시티 관계자는 “해외의 다른 국가나 다른 지자체에서는 문화인프라를 만든다고 하면 서로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모든 관련 절차를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해준다. 민간기업으로서는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지체보상금을 물면서 사업을 하는 사례는 국내외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