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줄이고 지역경제 살리는 ‘자원순환경제’ 뜬다

소각장 대안으로 주목받는 자원순환경제

2024-07-08     남동진 기자

고양시 630톤 소각장 추진에 주민 반발
쓰레기 감량화→자원화→재활용 전환해야
소각중심 처리정책, 기후위기시대 부적절

사회적기업·협동조합 재활용업체 육성
지역내 자원순환경제 선순환시스템 필요
전처리시설 설치 전 일부 민간위탁도 고려


[고양신문] 고양시의 630톤 규모 쓰레기소각장 신설추진에 반대하는 고양동과 인근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앞서 고양시가 발표한 소각장 최종후보지 5곳 중 4곳이 고양동에 집중(1곳은 고양동과 관산동 경계 지점에 위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대 활동에 나선 주민들은 지난 5월 29일 시청 앞 1차 집회에 이어 지난 5일 또 한 번 대규모 반대집회를 진행했다.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고양시는 당초 5월 30일로 예정됐던 소각장 최종후보지 선정 계획을 무기한 연기시킨 상태다. 

고양시는 오는 2026년까지로 예정된 인천 수도권매립지 직매립 금지 결정과 매년 늘어나는 생활폐기물 처리를 위해 신규 소각장 설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쓰레기 발생량 예측에 있어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한 시의 노력과 재활용·자원화 등 자구책이 빠져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감량화→소각→매립으로만 논의되고 있는 현 생활폐기물 처리 경로를 기후위기 시대에 맞춰 감량화→자원화→재활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고양시 내 생활폐기물 발생 예측량 자체가 달라지게 되는 만큼 630톤 규모의 소각장 신설 필요성 또한 원점에서 재논의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자원순환(Resource Circulation)’으로 이야기되는 이러한 정책 방향은 최근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개념과 맞물려 ‘자원순환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논의되고 있다. 도시 내 생활쓰레기도 줄이고 지역경제도 활성화하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정책인 셈이다. 본지는 창간 35주년 특집기획으로 기존 생활폐기물 처리 방식의 새로운 대안인 ‘자원순환경제’의 필요성과 주요 내용에 대해 살펴본다. 


‘뻥튀기’된 쓰레기 예측량
“고양시는 2026년부터 예정된 쓰레기 ‘직매립금지’를 이유로 신규소각장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시 계획에 따르면 소각장 완공 시점은 빨라야 2028년 12월로 되어 있다. 이는 신규소각장 설치가 직매립금지에 따른 직접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오히려 이 기회에 ‘소각중심’이 아닌 ‘재활용 중심’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작년 5월 쓰레기소각장 입지 선정 논란이 막 불거질 당시 ‘소각장 입지선정 원칙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박항주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이 지적한 내용이다. 당시 박항주 운영위원은 고양시가 타당성 조사에서 630톤 소각장 신규 설치를 위한 핵심 근거인 생활폐기물 발생량을 과도하게 예측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항주 운영위원은 “고양시 타당성용역 자료에 따르면 2029년 1인당 생활폐기물 예측량이 0.87㎏/일로 나와 있는데 이는 국가목표치인 1인당 0.86㎏/일보다도 더 높다. 비록 1그램 차이지만 2035년 인구 수의 1년 발생량을 적용해보면 무려 3837톤의 차이가 나는 수치”라며 “국가목표치보다도 생활폐기물 예측량을 높게 잡은 것은 쓰레기 감축을 위한 시의 정책적 노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고양시는 현재 발생하는 쓰레기 발생량의 추세를 근거로 630톤 규모의 신규 쓰레기소각장 설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인데, 이는 현재 사실상 현재의 소각 중심의 폐기물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 운영위원은 “직매립 금지 결정의 본래 취지는 재활용률을 높여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이자는 것”이라며 “소각장을 한번 짓게 되면 또다시 20년간 소각 방식의 폐기물 정책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소각장 입지 선정에 앞서 보다 근본적인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제1차 경기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4~2033)에 나온 폐기물 감축 계획

 

폐기물 분야 온실가스 배출 도내 1위
박항주 위원의 지적처럼 소각 중심의 폐기물 처리정책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문제 대응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높다. 최근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제1차 경기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4~2033)’에 따르면 고양시는 도내 31개 시군 중 폐기물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10.4%). 쓰레기 수집·운반 차량이 소각장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등이 모두 반영된 수치다. 

때문에 정부가 발표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고양시의 경우 폐기물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도의 경우 2030년까지 폐기물분야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37.5% 감축하겠다고 밝혔는데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이 바로 ‘순환경제 전환을 통한 생활폐기물 감축’이다. 고양시의 경우 지난 3년간(2019~2021년) 자원순환 집행계획을 통해 생활폐기물 감축량 및 재활용에 관한 목표를 세웠으나 모두 관리목표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작년 말 제2차 고양시 자원순환 집행계획 보고서에서 추진과제로 △생활문화를 고려한 폐기물 감량대책 마련 △재활용 수거 체계 관련 대책 필요 △정책사업 등을 통한 민간시장 유도방안 모색 등이 제안되기도 했다.    

즉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여 2033년까지 총 67만9775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인데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도내 폐기물 분야 온실가스 비중이 가장 높은 고양시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폐기물 감축 및 재활용 활성화를 통한 ‘자원순환경제’ 전환에 고양시가 앞장서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역 안에서 배출-수거-재활용-생산까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자원순환경제는 일반적으로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폐기물 억제 및 관련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통해 자원을 지속적으로 선순환하는 경제체제’를 이야기한다. 국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자원순환경제 이행을 통한 경제적 효과는 2050년까지 생산유발효과 측면에서 약 482조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292조원, 취업유발효과는 약 411만개 일자리 창출로 예측되고 있다. 단순히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 또한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자원순환경제를 지역순환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탄소배출 감축효과도 훨씬 클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강인곤 인천대후기산업사회연구소 책임연구원(㈜바라임팩트 대표)은 “최근 자원순환경제 영역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면서 대기업들이 대규모 선별장을 인수·운영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 경우 장거리 수거운송으로 인한 물류비용 낭비와 온실가스 배출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각 지역별로 사회적기업 혹은 협동조합 형태의 재활용업체를 육성해 배출-수거-선별-재활용-제품생산까지 모두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선순환 경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경우 도시 내 생활폐기물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배출-수거-선별단계에 많은 인력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역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될 수 있다. 

도식으로 살펴본 자원순환경제의 지역 내 선순환 시스템 구축

 

이처럼 자원순환경제 활성화는 소각장 갈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또한 소각장 신설 대신 폐기물 전처리시설 설치 확대와 재활용산업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이란 가정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을 분리·선별해 기계적 파·분쇄 과정을 거쳐 5㎝ 이하로 만들어진 폐기물을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부연료로 사용하는 자원순환 시설로 최근 상암소각장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마포구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최주섭 원장은 “종량제봉투 생활계폐기물을 파봉, 분쇄, 선별과정 등 전처리를 거치면 상질의 폐플라스틱은 물질재활용업체로, 중질은 석유화학 대기업의 화학적 재활용으로, 하질은 시멘트업체의 소성로로 보내고, 나머지 10% 이하만 매립처분하면 된다”며 “다만 현재 전처리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가 없기 때문에 설치기간 동안에만 수도권매립지에 직매립되고 있는 폐기물의 50%정도를 민간사업자에게 위탁 처리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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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 반대에서 ‘쓰레기 제로’ 도시로
소각장 갈등 해결, 이탈리아 카판노리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일명 ‘제로웨이스트’ 정책으로 소각장 갈등을 해결한 사례는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카판노리시를 들 수 있다. 유럽 최초의 ‘쓰레기 제로 도시’를 달성한 카판노리시는 1997년 로사노 에르콜리니라는 한 초등학교 교사의 소각장 반대운동을 기점으로 소각장 신설 대신 ‘쓰레기 줄이기’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에르콜라니는 카판노리 지역 쓰레기 수거업체인 아스시트(ASCIT) 운영을 맡아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어 투 도어(문전수거방식)’ 폐기물 수거 시스템을 도입했다. 2012년에는 시 차원에서 쓰레기 배출량만큼 요금을 부과하는 시스템이 도입됐으며 그 결과 분리수거율이 무려 90%에 도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값비싼 매립지에 쓰레기를 보내지 않으면서 절감된 비용과 재활용 상품 판매 수익은 카판노리시의 재정여건을 크게 향상시켰다. 2009년 시 정부는 200만 유로 이상을 절감했고 이 비용은 폐기물 감축 인프라에 재투자되면서 주민들의 쓰레기 세금을 20% 줄일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절약된 비용은 아스시트의 직원 50명 채용에 지원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줬다.  

이밖에도 카판노리시는 생활폐기물 퇴비화 시스템 도입, 리사이클링 센터 설립(2012년 기준 93톤의 물건 수거) 등 다양한 정책을 이어나가고 있다. 로마 라 사피엔차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카판노리시의 ‘제로웨이스트’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와 만족도가 높았으며, 이는 높은 재활용률로 이어졌다. 덕분에 카판노리시 사례는 오늘날 유럽의 100여개 도시의 벤치마킹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