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의 편지> CJ아레나는 무산되고, 이동환 시장은 당당하고
[고양신문] 고양신문 창간 35주년을 맞았습니다. 지역신문이 지역사회의 오늘을 담는 한권의 책이라면, 매주 한권 씩 1673권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고양신문을 함께 만들어준 분들과 고양신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각별한 애정으로 매월 10만원씩 후원해주시는 후원독자와 광고를 내주시는 지역기업인께도 머리 숙여 인사드립니다. 그간 과분한 애정과 지지를 받으며, 고양신문이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늘 마음을 집중했습니다. 서툴고, 게으르고, 편협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한결같았습니다. 요즘 이 마음이 무너집니다. 고양신문의 무력함을 느낍니다.
35주년 기념호 마감을 하루 앞두고 이동환 시장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고양의 미래를 좌우하는 사업이었던 CJ라이브시티 사업이 무산된 직후라 기자회견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얼마나 난감할까, 누구라도 실망과 원망이 교차되는 상황이어서, 시장은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동환 시장의 발표는 마디마디 뻔뻔했습니다. CJ라이브시티 사업 무산에 대한 내용은 기자회견문에 단 한 줄도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기자회견은 경제자유구역 등에 약 6조 4천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자랑으로 시작됐습니다. 해외출장 가서 작성해 온 몇몇 협약서, 투자의향서 등이 산출 근거입니다. 투자의향서 정도를 투자유치라고 확언하고, 그 규모를 6조 4천억이라고 발표하는 순간, 이동환 시장도 공보담당관실 공무원들도 참 겁이 없구나 싶었습니다. 해외출장을 너무 자주 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세일즈 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말했지 않느냐, 해외 가서 세일즈 했고, 6조 4천억 유치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단호하게 말합니다. 앞으로도 해외 계속 갈 거다, 여기 계신 분들도 같이 가자.
CJ라이브시티 무산에 대해서는 ‘CJ라이브시티 사업은 경기도 사업이다, 경기도가 대신 사업을한다고 했다, 잘 할 것이다.’ 고양시와 관계없는 일이라며, 경기도에 책임을 넘깁니다. 취임 직후부터 대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겠다던 시장은 들어온 대기업도 놓쳐버려 놓고, 내 책임 아니라고 변명만 늘어놓습니다. 고양을 한류문화산업의 중심축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길 수도 있는데, 고양시민 모두가 기대를 걸었던 사업이 무너졌는데, 참 ᄈᅠᆫ뻔합니다. 주민들과 어떻게 소통을 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다소 흥분을 감추지 못하더니, 고양시 여론조사 결과 시정운영을 잘한다는 응답이 73%였다. 다른 말이 필요 없지 않느냐, 당당합니다. 소통 없이 신청사 이전을 발표하면서, 소통 없이 쓰레기 소각장을 강행하면서 생업을 뒤로하고 시위 현장으로 출근하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는데, 어쩌다 나온 73%만 믿고 더 과감해질 태세입니다.
이동환 시장 취임 2년 동안, 신청사 건립중단 등 고양시 곳곳의 사업들이 중지되고 취소되면서 생긴 경제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시민과 공직자들이 받는 정신적 피해는 가늠할 수도 없습니다. 고양 시장 한 명이 이렇게 온 도시를 후퇴하게 만들고 있는데, 고양신문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마음이 무너지고, 고양신문도 뻔뻔하구나 싶습니다. 권력에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도 끔쩍도 안 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답은 알고 있습니다.
오직 시민사회만이 시장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안 되고, 시위로 안 됩니다. 마음과 시위가 통할 때는 시장이 제 정신일 때입니다. 시민의 의견을 듣고, 설득하든 설득당하든 가능성이 있을 때, 그 때가 시장으로서 제 정신일 때입니다. 마지막 견제는 법입니다. 업무상 배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 주민이 소환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법, 안타깝지만 법대로가 답입니다. 헌법 상, 법을 실현하는 권리는 오직 시민에게 있습니다.
고양신문의 무력함을 고백하며, 시민사회가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유일한 주체임을 다시 확인합니다. 고양신문 35주년, 1673권 째 ‘오늘의 책’ 표지에 법대로 하자는 기록을 남기는 것이 속상합니다. 미리 사태를 막지 못한 고양신문에도 책임을 물어주십시오.
시민사회 덕분에 고양신문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시민사회가 고양신문 덕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있을 때까지. 부족하고 더디더라도, 정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