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열의 고양 사(史)랑방] 북한산성 지킴이와 세계문화유산

2024-07-10     윤병열 고양문화원 고양학 전문위원

[고양신문] 벌써 23년 전의 일이다. 2001년 당시 필자는 고양시청 기획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10개월간 일본 자치단체에서 파견 근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대상지역은 1998년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나가노(長野)였고 그곳 현청 관광과에서 직무 연수를 받았다. 나가노는 3000미터가 넘는 산봉우리만 해도 16개나 되는 산악 지역이고, 스키와 온천 그리고 소바, 쌀, 사과 등 농산물이 유명한 곳이다. 오키나와와 함께 장수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연수 기간 중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이 마찌나미카이(町並み会)라는 주민자치 조직이다. 우리의 주민자치회가 다분히 관주도적인 성격이 강한데 비해 일본의 마찌나미카이는 순수 주민자치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전통 보존과 자원 개발 등 지역의 주요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올림픽 유치,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같이 지역 위상과 관련한 일에 대해서는 모든 시민이 열정적으로 참여하여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북한산성 ‘산성지킴이’ 발대식에서의 서포터즈.

 고양시가 북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업에 나선 것은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11년부터다. 고양시와 경기도, 경기문화재단의 세 기관이 MOU를 체결하고 <북한산성문화사업단>을 발족하였다. 이후 사업단은 수원화성(1997년 12월), 남한산성(2014년 6월)에 이어 경기도 세 번째의 성곽기념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성곽보수 및 행궁지 발굴, 다양한 학술 사업, 대내외적인 홍보 활동 등 9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를 들여 치밀하게 준비를 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첫 관문이 ‘잠정목록 등재’이다.

고양시는 2018년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에 북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 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결과는 탈락이었다. 대신 서울의 한양도성과 연계하여 연속유산으로 재검토할 것을 권고 받았다. 서울시 역시 고양시보다 훨씬 이전부터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왔지만, 2016년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자문기구로부터 등재신청서 상의 심각한 결함을 지적받고 자진 철회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에 문화재청은 서울시와 고양시에 한양도성과 북한산성,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탕춘대성은 개별유산이 아닌 연속유산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원팀 구성을 권고하였다. 결국 2022년 10월 고양시(경기도)와 서울시는 하나의 팀을 꾸리고 <한양의 수도성곽군(한양도성, 북한산성, 탕춘대성)>이라는 유산명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새 출발을 하였다.

<한양의 수도성곽군>은 그사이에 벌써 국내심사 4단계(잠정목록-우선등재대상-등재신청후보-등재대상) 중 3번째인 등재신청후보에 올라있으며 유네스코의 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2027년 6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8일 토요일 오전 비가 쏟아지는 북한산성 대서문 문루에서 '북한산성 ‘산성지킴이’ 발대식' 행사가 열렸다.

 지난 6월 8일 토요일 오전 비가 쏟아지는 북한산성 대서문 문루에서 <북한산성 ‘산성지킴이’ 발대식> 행사가 열렸다. 그동안 사실 고양시민에게 있어 북한산이나 북한산성은 남의 집 일에 불과했다. 북한산 면적 중 기초자치단체에서 가장 넓은 21%가 고양시에 있고 상징적인 백운대, 인수봉, 만경봉의 삼각산이 고양시에 속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북한산성의 70% 이상을 고양시가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북한산이나 북한산성이 시민들의 생활권에서 좀 떨어진 동쪽 끝에 자리해 있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해관계와 상당부분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산과 북한산성은 소중한 고양시의 생태·문화자산이다. 그것도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보물이다.

이제 시민들의 인식에서부터 북한산과 북한산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래서 시민의 힘으로 북한산성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고 커다란 자부심으로 키워야 한다. 이번 발대식 행사에는 일부 문화계와 등산회 소속 시민 30여 명만이 참석하였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어 백십만 고양시민 전체가 북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큰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윤병열 고양문화원 고양학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