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도시재생 거점시설 입찰, 임대료 놓고 갈등
3곳 입찰 결과 화전, 고양 각각 단독입찰 "조례 따라 주민조직 임대료 감면해야"
[고양신문] 완공 이후 1년 넘게 방치됐던 도시재생 주민 거점 공간에 대해 마침내 시가 운영업체 모집에 나선 가운데, 주변 시세 대비 비싼 임대료 책정으로 비판이 일고 있다. ‘주민공동체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시가 재정수입에 지나치게 중점을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고양시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5일까지 고양시 도시재생 시설에 대한 운영 입찰공고를 진행했다. 입찰에 나온 시설은 화전 도시재생 지역 내 드론센터 1층 공간(104.68㎡)을 비롯해 고양동 마을공작소(334㎡), 주교동 도시재생 지역 내 배다리사랑나눔터 1층 공간(39.25㎡) 등 3곳이다.
해당 시설들은 당초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예비사업 등을 통해 주민 거점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동환 시장 취임 후 시는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전면 중단 및 국비반납을 진행한 데 이어 도시재생 지역 내 남아있는 거점시설에 대해서도 ‘민간기업 유치를 통한 수익창출’ 방안을 추진해왔다. 때문에 화전역 인근 드론센터 1층 공간과 고양동 마을공작소의 경우 완공된 지 1년이 넘는 기간동안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으며 심지어 배다리사랑나눔터는 기존에 입주해 운영 중이던 배다리 마을관리협동조합의 연장계약까지 거부하면서 비워두기도 했다<관련기사: ‘모범사례 평가 받았는데... 원당 마관협 쫓겨날 위기’ 참조>.
때문에 이번 입찰공고는 고양시가 앞서 공언한 대로 주민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추진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공고에서 임대료에 해당하는 총 입찰금액은 화전 드론센터 1층의 경우 약 2775만원, 고양동 마을공작소 약 5650만원, 배다리사랑나눔터 1층 746만원(이상 2년 계약기준)으로 주변 시세보다도 비싼 금액이다. 이로 인해 이번 입찰에서 3곳의 거점시설 모두 민간업체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배다리사랑나눔터의 경우 아예 아무 업체도 지원하지 않아 유찰됐으며 화전동과 고양동은 당초 운영을 맡기로 했던 주민협동조합이 각각 단독 입찰했다.
유미정 더높빛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고양동 주민자치회장)은 “사실 입찰금액이 터무니 없이 높아서 제안서를 넣어야 하나 고민이 컸는데, 지난 수년간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주민들이 함께 고생해왔는데 이제 와서 다른 민간기업이 가져가게 놔둘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아 운영입찰에 참여했다”며 “다만 낙찰이 되더라도 임대료 감면 등의 지원방안이 추가로 마련되지 않으면 자생적인 운영은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미정 이사장은 “원래 시작단계부터 주민들이 일정기간 무상 운영하는 방향으로 계획했고 이를 토대로 도비 예산까지 받아서 지어진 공간인데 이제 와서 주민들에게 민간기업과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 행정이 주민들을 상대로 임대료 장사를 하겠다는 꼴”이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화전동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안희정 화전동마을관리협동조합 이사는 “주변 시세에 비해 입찰금액이 너무 높아 아직 사업모델이 불분명한 주민협동조합이 참여하기에는 부담감이 너무 컸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일단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안희정 이사는 작년 개정된 도시재생 지원조례(김해련 의원 대표발의) 조항에 따라 임대료 감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례에 따르면 도시재생 지역 내 마관협이나 주민협의체, 사회적경제 주체 등에 대해서는 거점시설에 대한 사용료를 일부 감면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조례에 따라 대상에 해당하는 사업체가 임대료 감면신청을 할 경우 관련 서류를 검토해서 공유재산심의위원회에 제출·승인받게 된다”며 “다만 강제조항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임대료 감면 가능 여부를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입찰금액이 주변시세 대비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관련규정에 따라 공시지가 등을 반영해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고양시와 고양도시공사는 화전드론센터와 고양동 마을공작소 2곳에 대한 입찰공고를 마무리 했으며 조만간 낙찰여부를 결정해 계약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2곳의 주민협동조합 모두 조례에 따른 임대료 감면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계약금을 그대로 부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만큼 해당 거점시설들의 운영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유찰된 배다리사랑나눔터 1층 공간에 대해서는 재공고가 나올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참여업체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동수 배다리마을관리협동조합 이사장은 “입찰 참여를 고민해봤지만 이미 한번 쫓겨난데다가 임대료 부담도 너무 큰 상태여서 현재로서는 입찰할 생각이 없다”며 “애초에 주민공동체 활성화 목적으로 지어진 시설인데 그동안 잘 운영해오던 주민자생조직은 쫓아내놓고 정작 새로운 입주업체도 찾지 못해서 계속 비워두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