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더불어 조화로운 삶 ‘숲의 나라’ 북유럽을 가다
고양신문 ‘북유럽 4개국 숲여행’
고양신문은 (주)이티아이와 함께 지난 14일부터 25일까지 ‘숲의 나라’ 북유럽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4개국 숲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마을의 숲, 세상의 숲을 걷자’란 주제로 진행된 북유럽 숲여행에서 만난 각 나라의 아름다운 마을 숲과 공원, 여행지들을 역사 문화 이야기와 곁들여 소개합니다.
덴마크
자전거로 아침 여는 '거인들의 나라'
한때 북유럽 맹주답게 품격 돋보여
덴마크 코펜하겐의 하루는 자전거로 시작합니다. 자전거 도로를 가득 메운 거대한 자전거 물결이 도시를 휘감으며 제각각의 일터로 흩어지는 모습이 이 도시 출근길의 일상 풍경입니다. 남성 평균 키가 182.6cm인 거인들이 타는 자전거는 변속기가 없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기본형 모델로 남녀노소가 똑같이 이용합니다.
코펜하겐 도보 여행의 출발점은 안데르센 동화의 주인공 인어공주 동상입니다. 1913년 랑겔리니 해안의 바위에 세워진 아담한 크기의 인어공주 동상은 각종 이유로 여러 차례 공격을 받아 머리가 잘리고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등 수난을 당했다고 합니다. 게피온분수, 카스탈레트요새, 아말리엔보르성을 거쳐 도착한 뉘하운 운하는 형형색색의 건물에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하고 유람선을 즐기는 관광객도 많습니다.
활기 넘치는 고품격 역사문화도시
블랙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왕립도서관은 구텐베르크 성경과 안데르센이 쓴 독일여행기 등 귀한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맞닿은 운하에서는 동성애 주간을 맞이해 유람선을 타고 6색 무지개기를 흔드는 성소수자들의 퍼레이드가 펼쳐지는데, 거리의 시민들이 손을 들어 화답해 줍니다. 국제공항과 중앙역 등 곳곳에 무지개기가 게양된 이 나라는 1989년 세계 최초로 시민결합 제도를 도입하고, 2012년부터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등 성소수자의 법적 지위 보장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 해도 좋을 만큼 코펜하겐 시내는 궁전과 요새 등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북유럽 바이킹 계통 데인족이 세운 덴마크는 11세기 한때 잉글랜드를 정복해 북해제국을 구축했고, 스웨덴·노르웨이와 3국 연합체인 칼마르동맹(1397~1523)의 주도국으로 유럽 최대 왕국을 수립한 북유럽의 맹주였습니다. 하지만 스웨덴의 독립에 이어 노르웨이 지배권까지 상실한 뒤 외부 공략보다 내부 개척으로 눈을 돌려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을 일궜습니다.
노르웨이
베르겐~오슬로 환상적인 피오르드
오슬로 도심 출근 시간에도 한산
북유럽 숲여행 두 번째 방문지는 유럽에서 비가 가장 많이 온다는, 노르웨이의 옛 수도 베르겐입니다. 14~16세기 스칸디나비아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던 옛 항구 ‘브뤼겐’은 독특한 목조건물 60여 채가 남아 한자동맹 당시 번성했던 북유럽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부두를 향해 줄지어 세워진 이 건물들은 1702년 화재 이후 복원되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노르웨이 사람들 또한 바이킹의 후예답게 기골이 장대한데, 달리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종일 비가 오락가락한 날씨인데도 시내와 외곽 플뢰엔산과 울리켄산에는 가벼운 배낭을 매고 달리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북해의 아름다운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도시 주변 산에는 거의 7부 능선까지 집이 들어서 있는데 노르웨이인들의 자연 친화적인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인문이 어우러진 베르겐은 피오르드 관광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피오르드(Fjord)는 수백만년 전 빙하가 침식해 생긴 거대한 골짜기에 바닷물이 흘러들어 형성된 협만을 말합니다. 거울처럼 맑은 피오르드 물길이 노르웨이 서부에 2500km가량 펼쳐지는데, 이 가운데 송네피오르드는 길이 204km, 최대 수심 1308m, 최대 폭 4km로 규모가 가장 큽니다.
송내피오르드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자연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베르겐~보스는 기차로, 보스~구드방엔은 버스로, 구드방엔~플롬은 배로, 플롬~뮈르달은 산악열차를 이용하는데, 짧은 시간에 피오르드의 진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햇살이 눈부시게 대지를 감싸다가 느닷없이 빗방울이 쏟아지는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 해발 866.8미터인 뮈르달역에 도달합니다. 진눈깨비와 비바람이 몰아치지만 젊은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자전거 타기와 트레킹을 즐깁니다.
뮈르달에서 최종 목적지 오슬로까지는 고속열차를 타는데 창밖에는 빙하와 만년설이 펼쳐지고 호수와 삼나무숲 사이로 작은 집들이 점점이 이어집니다. 베르겐에서 피오르드를 거쳐 오슬로까지 오는 잠깐 사이에 몇 계절을 통과한 느낌이 듭니다.
1048년 바이킹 왕 하랄드 3세가 건설한 오슬로는 13세기에 수도가 되었습니다. 녹지와 숲, 공원이 많은 이 도시는 월요일 출근 시간대에도 도심 거리에 승용차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도심혼잡세가 비싸서 대부분 자가용 대신 트램,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유모차에 아기 태운 젊은부모 많아
오슬로 투어는 '절규'의 작가 뭉크 미술관에서 시작합니다. 염세주의적 작가로 알려진 것과 달리 노르웨이 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과 생명의 순환을 그린 작품들이 많습니다. 인접한 미래도서관은 2114년 출간될 한강 작가의 미공개 소설 원고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가 소장된 곳입니다. 2014년 시작한 미래도서관 사업은 1년에 1명씩 100명의 작가를 선정해 100년간 키운 나무 1000그루를 베어 2114년 출판한다고 합니다.
뭉크와 함께 오슬로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조각가 비겔란입니다. 비겔란 조각공원의 수백개 작품 중 높이 17m 화강암으로 조각한 121명의 인간 군상인 모노리트와 청동 조각 Angry Boy, Wheel of Life 등 작품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성황을 이룹니다. 코펜하겐과 오슬로 거리에는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젊은 부모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현지 가이드 안선영씨는 "북유럽 국가들도 출산율이 줄고 있지만 탄탄한 복지정책 덕분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스웨덴
스톡홀름 섬마다 보물 같은 유적들
웁살라대학 노벨상 수상자만 16명
스웨덴의 수도이자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최대 도시 스톡홀름은 북유럽 강국답게 전통과 첨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고 거리의 표정에서도 자부심과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13개의 하중도가 이어져 조성된 ‘물의 도시’ 스톡홀름은 통나무(Stock)로 만든 작은 섬(Holm)이란 뜻을 가졌으며, 13세기에 구시가지인 감라스탄이 건설되면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합니다. 칼마르연합의 주도국인 덴마크의 압제에 맞서 구스타프 바사가 농군을 모아 독립을 쟁취하고 1523년 스웨덴 왕이 되어 구스타프 왕조를 열었습니다. 1700년대 후반에 구스타프 3세가 왕립오페라극장, 스웨덴 아카데미, 왕립도서관 등을 건축해 수도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도시 곳곳에 아름다운 건축물이 넘쳐나는데 그 가운데 106미터 높이의 탑이 우뚝한 시청은 이 도시의 랜드마크입니다. 멜라렌호수 앞에 1911년부터 23년까지 벽돌 800만 개와 타일 1800만 개를 사용해 지은 스톡홀름시청사는 해마다 12월 노벨상 수상자들의 만찬이 열립니다. 도시 외곽의 여왕궁, 감라스탄의 골목길, 왕궁, 의사당, 리다르홀름 교회 등 오래된 건축물과 바사호박물관을 비롯한 보물들이 섬마다 가득해 조상 덕을 톡톡히 보는 도시입니다.
곳곳에 유적, 조상 덕 보는 도시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72km 떨어진 웁살라는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과 대성당이 있는 곳으로 13만 인구에 학생이 5만2000명입니다. 고속철도로 40분 만에 웁살라에 도착한 뒤 먼저 감라웁살라에 갑니다. 넓은 초원 위에 오래된 고분 대여섯 개와 집 몇 채, 교회가 있는 고즈넉한 농촌입니다. 이곳은 고대 북유럽 종교의 중심지로, 신화의 신전 터에 세워진 감라웁살라 대성당이 불탄 뒤 에리크 9세의 유물이 옮겨진 자리에 1435년 웁살라 대성당이 건립됩니다. 대성당에는 구스타브 1세 바사를 포함한 왕들과 칼 폰 린네, 에마누엘 스베덴보리 등 저명인사들이 묻혀있습니다.
대성당 옆에는 1477년 웁살라 대주교인 야코브 울브손이 세운 웁살라대학이 있습니다.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웁살라대학의 중앙도서관은 여행객에게도 무료 개방하는데 독서실과 토론실 등 다양한 용도의 방과 방대한 책이 갖춰져 있습니다.
1955년 당시 28살인 미셸 푸코가 스웨덴의 프랑스문화원장에 부임하여 이 대학에서 3년간 강사를 하면서 박사학위 논문을 썼는데 <광기의 역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논문이 완성될 무렵, 웁살라대학의 영향력 있는 린드로트 교수에게 원고를 보여주었다가 퇴짜를 맞습니다. 푸코는 웁살라대학에서 박사논문을 제출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스웨덴을 떠납니다. 이후 함부르크대학에서 잠시 머물며 <광기의 역사>를 완성한 푸코는 1960년 프랑스로 돌아가 소르본느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습니다. 나중에 스웨덴에서 논쟁이 벌어졌는데, 린드로트 교수는 논문의 가치와 천재의 징후를 알아보지 못했다며 비난을 받았다고 합니다.
핀란드
자연 속에서 여가 즐기는 숲의 나라
단순한 디자인 다른 나라와 차별성
북유럽 숲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산타클로스가 사는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입니다. 오후 5시 스톡홀름에서 출발한 13층 높이의 대형 크루즈가 발트해를 밤새 달려 오전 10시 헬싱키에 내려줍니다. 항로 주변에 점점이 떠 있는 섬마다 숲속 별장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자연 속에서 여가를 즐기는 북유럽인들의 취향과 생활 수준을 보여줍니다.
헬싱키의 거리풍경은 코펜하겐이나 스톡홀름과 견줘 과장되지 않고 단순하면서 기능에 충실한 느낌입니다. 이 가운데 화강암을 깎아 만든 벽면에 구리선과 유리 천장을 우주선처럼 둥그렇게 얹은 탬펠리아우키오교회(암석교회)는 핀란드 디자인 미학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수난의 역사 이겨낸 애국심
스웨덴과 러시아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낀 핀란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두 나라의 세력 각축장이 되어 약 700년간 번갈아 지배를 받은 핀란드는 1917년 러시아혁명이 일어나고서야 비로소 독립국이 됩니다. 독립 이후에도 겨울전쟁 등에 휘말려 고통을 겪었는데,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는 러시아 압제를 물리치고 당당히 일어나 승리한다는 핀란드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지도자와 국민이 합심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핀란드인들은 “핀란드에서 태어난 것은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다”며 민족적 자긍심과 애국심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헬싱키에서 배로 20분 거리에 자리한 수오멘린나 요새는 헬싱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역사 자연 관광지입니다. 1748년 당시 스웨덴이 러시아로부터 속국 핀란드를 방어하기 위해 만든 요새인데, 1808년 러시아군에게 포위당해 항복한 뒤 새로 주인이 된 러시아가 계속 사용했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1918년 핀란드 독립후 ‘핀란드의 요새’라는 뜻의 수오멘린나로 이름을 바꿨으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방문객들에게 평화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