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근 생가 중심으로 행주 일대 ‘독립역사 교육의 장’ 만들자

<동암 장효근 기념방법 모색 토론회>

2024-09-06     유경종 기자

시민사회, 유림, 후손, 정치권 뜻 모아
“생애 조명, 기념공간 조성” 한목소리 
현실적 한계도 확인… 차근차근 풀어야
 

[고양신문] <동암 장효근 선생 생가보전 등 기념방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고양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동암 장효근(1867~1946) 선생의 삶과 업적을 후대에 전승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념사업 추진이 절실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고양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위원장 김미수)가 주최하고 행주서원(서원장 권정택)과 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지부장 백창환) 공동주관으로 5일 열린 토론회에는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고양시민회 등 다수의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고양향교, 용강서원, 성균관유도회고양지부 등 지역 유림, 동암 선생의 직계 후손과 덕수장씨 행주종친회가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도 김성회 국회의원(고양갑, 더불어민주당)과 김운남 고양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권선영·임홍열·문재호·최규진·최성원 시의원이 자리를 함께하며 기념사업 추진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미수 위원장은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일에는 활동 영역과 정치 성향을 초월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해 감동과 책임감을 느낀다”는 인사로 참석자들을 반겼다.  

토론회를 주최한 고양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김미수 위원장(오른쪽)과 권선영 시의원. 

생가 방치된 채 쇠락… 안타까워

가장 먼저 동암 선생의 맏손자 장세왕씨가 ‘할아버지 장효근’에 대한 회고를 들려줬다. 특히 동암 선생이 30여 년에 걸쳐 기록한 『장효근 일기』를 한국전쟁 당시 소실 위기에서 기적적으로 보존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한 후손들의 노력을 증언했다.

이어 최경순 향토사학자가 ‘장효근 선생의 생애와 생가보전 필요성’에 대해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발표를 통해 선구적 언론운동, 천도교 비밀결사활동, 3·1운동의 숨은 주역, 제2의 3·1운동 시도 등 민족의 개화와 조국 독립에 전 생애를 바친 삶이 조명됐다. 특히 고향인 고양군 행주내리 낙향 후에도 공립학교를 설립하고, 권율 장군 기공사 기성회를 주도하며 꺼져가는 민족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헌신했음을 강조했다.

주제발표를 진행한 장세왕 동암 선생 맏손, 최경순 향토사학자.

최경순씨는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와 『장효근 일기』 독립기념관 소장 등으로 선생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많은 진척을 이뤘지만, 정작 지역사회에서 독립운동가 장효근의 행적을 만날 수 있는 전시공간이나 기념사업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동암 선생이 만년에 거주했던 행주내동 생가가 방치된 채 쇠락해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했다.

고양시 보훈 예우 정책 ‘미흡’ 

이어진 토론에서 권선영 시의원은 “독립지사와 후손들을 예우하는 고양시의 보훈 정책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면서 “지원에 대한 명확한 근거 마련이 급선무”라는 의견을 밝혔고, 안재성 향토문화진흥원장은 “동암 선생의 고양에서의 행적을 세세히 살펴보면, 대단한 추진력과 지도력을 가진 분이라는 사실에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토론자로 참석한 안재성 고양시향토문화진흥원장, 서은원 고양시 문화예술과장. 오른쪽은 '동암 장효근 한시집' 출간 보고를 한 동암 선생 증손 장세청씨. 

마지막 토론자로 마이크를 잡은 서은원 고양시 문화예술과장은 앞서 제시된 생가 보전 요구에 대해 “현재 건물의 이력 등을 고려할 때 여건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문화유산의 관점보다는 보훈사업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질의 시간에는 동암 선생의 증손인 장세청씨가 지난 3월 번역·출간된 『독립운동가 동암 장효근 한시집』의 모든 자료가 교보ebook과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책 형태로 무료 공개됐다는 사실을 보고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축사를 한 권정택 행주서원 원장, 김성회 국회의원, 김운남 고양시의회 의장. 

시민 목소리 커져야 방법 찾아져   

참석자들은 이날 토론회가 동암 장효근 선생의 기념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출발점이 되기를 소망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임진왜란 행주대첩 승전지 △독립운동가 안창호신채호 선생의 행주나루 망명 △전국 유일의 3·1선상만세운동과 횃불만세운동 △권율 장군을 모신 기공사 수리에 2000여 명 군민 동참 등 외세에 저항해 조국의 독립을 수호하고자 했던 유적과 역사를 아우르는 ‘민족독립역사공원’이 조성되면 좋겠다는 발표자의 의견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기념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현실적 한계와 문제점도 확인한 자리였다. 무엇보다도 기념사업의 핵심 공간으로 주목받는 ‘장효근 생가’ 건물이 대지와 건물 소유자가 분리돼 있고, 한국전쟁 이후 재건축한 건물이라 문화재나 현충시설로 지정되기에는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다. 

김미수 위원장은 “장효근 선생의 기념사업 추진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 행정과 정치권에서도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오늘이 그 희망의 시작”이라는 말로 토론회의 의의를 정리했다.   

장효근 선생이 주도가 되어 추진된 '행주 기공사 기성회'를 보도한 1931년 동아일보 기사. 
독립기념관 주요 소장품으로 전시 중인 '장효근 일기'. 
토론회 참석자들은 '동암 선생 기념사업 적극 추진'을 한목소리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