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국·47개 도시 다니며 혈세 9억원 ‘펑펑’, 성과는?

[시의회 시정질문 - 정민경 의원] 

2024-09-08     남동진 기자
정민경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능곡, 백석)

이동환 시장 해외출장 비판
관련규정 위반한 ‘즉흥’ 계획
타 시군 대비 보고서도 부실
투자협의 기업은 서울 입주

[고양신문] 최근 2년간 17건의 해외출장을 다녀온 이동환 시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의회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잦은 해외출장에 비해 성과가 미비한데다가 상당수가 관련 규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즉흥적 일정’이라는 지적이다. 

정민경(능곡·백석) 시의원은 지난 3일 시정질문에서 이동환 시장의 해외출장 문제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정민경 의원에 따르면 이동환 시장이 지난 2년간 다녀온 해외출장 일정을 분석해본 결과 해외출국 건수는 총 17건으로, 출장계획서 기준으로는 21건의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년간 30개국 47개 도시를 다녀왔는데 총 해외체류 기간은 119일에 달했으며 해외출장 비용으로 쓴 예산은 9억원이 넘었다. 특히 올해의 경우 경제자유구역 추진을 이유로 9월 현재까지 벌써 13개국 24개 도시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유사 규모의 타 지자체와 비교해보더라도 압도적인 숫자였다. 정민경 의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수원시는 자매결연도시 방문 등을 목적으로 10건의 출장을 다녀왔으며 용인시는 5건, 화성시는 7건을 다녀온 것이 전부였다. 정민경 의원은 “게다가 출장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현지 한국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정이 많았고 특히 작년 12월말 미국 출장일정의 경우 투자협약 ‘협의’, 업무협약 ‘논의’ 등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없었다”며 “공무국외출장 규정에 따르면 사안의 시급성과 구체성이 명확한 경우에만 해외출장을 나가도록 되어 있는데 과연 이런 출장들이 시급한 사안이 맞느냐. 정말 필요해서 간 해외 출장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환 시장 해외출장 현황자료. [출처=정민경 의원 시정질의 발표자료]

게다가 해외출장 일정이 워낙 ‘즉흥적’으로 짜여지다 보니 시 내부 규정에 맞지 않는 계획도 많았다. 고양시 공무국외출장 규정에 따르면 국외출장은 출국 7일 전까지 허가신청서를 제출해 허가를 득해야 함에도 무려 9건의 해외출장이 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민경 의원은 “가장 최근인 일본·베트남 해외출장의 경우 지난달 19일까지만 해도 담당부서에서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는데 불과 3일 만에 해외출장 일정이 시 홈페이지에 올라왔다”며 “사실상 3일 만에 즉흥적으로 출장계획이 결정됐다는 건데 이런 식의 행정이 어디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선진견학이나 참관, 연찬 등의 목적으로 계획된 해외출장의 경우 출국 50일 전까지 사전심사를 신청하도록 되어 있지만 마찬가지로 사전심사를 진행한 건은 작년 초 ‘고양 바이오클러스터 조성 관련 모더나 설립자 면담’ 관련 해외출장이 유일했다.     

해외출장 결과보고서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민경 의원이 이날 사례로 든 수원시 ‘특례시·고향사랑기부제 관련 일본 벤치마킹’ 해외출장 보고서를 살펴보면 △시찰지 자료 △방문기관별 상세내용 △기관별 질의응답 △출장 시사점 △구체적 적용방안까지 상세하게 기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고양시가 제출한 올해 6월 이동환 시장의 미국 해외출장 보고서의 경우 기관별 방문의의와 간담회 내용 자체가 맞지 않은데다가, 질의응답 내용이나 시찰자료, 고양시 적용방안 등도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정성적·정량적 결과물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 의원은 “작년 말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을 목적으로 다녀온 미국 해외출장의 경우에도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실제 바이오산업과 관련된 해외기관이나 업체와의 미팅은 없었고 대부분 한인회나 한국 총영사관 등에 대한 방문일정으로 짜여있었다”며 “심지어 보스턴에서 투자유치를 위해 방문했다는 인제니아 테라퓨틱스라는 업체는 정작 한 달 뒤에 서울바이오허브에 입주했는데 대체 해외출장을 나가서 무슨 성과를 얻은 것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동환 시장은 “고양시가 자족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필수적이며, 지정요건을 갖추기 위해 최대한 많은 외국 투자유치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해외출장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인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룩셈부르크 바이오 연구소 유치 외에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출장과 관련된 규정위반 지적에 대해서도 이 시장은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다시 확인해서 필요한 부분은 조치하겠다”며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이었다. 

정민경 의원은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하려면 분명한 전략이 있어야 하고 해외출장은 그러한 전략 안에서 수립되어야 하는데 이동환 시장은 즉흥적이고 무분별한 출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무분별한 해외출장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