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생태칼럼] 창릉천에 은어가 돌아왔다
시민모니터링에서 만난 반가운 ‘은어’ 하천과 바다 오가는 양측회유성 물고기 건강한 창릉천 지키는 ‘깃대종’ 삼아야
[고양신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은어가 창릉천으로 돌아왔다. 매월 1회씩 창릉천과 공릉천에서 시민모니터링을 해왔지만,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기다리고 기다리던 ‘은어’였다. 크기도 제법 크고 혼인색을 띤 개체도 있었다. 작년 늦가을에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이 한강하구를 따라 바다로 갔다가 올봄에 창릉천을 따라 상류로 올라갔을 것이고, 다시 창릉천 하구로 알을 낳으러 가는 중에 우리 시민모니터링단에 ‘딱’ 걸린 것이리라 짐작된다.
왜 우리는 그토록 은어를 기다렸을까. 은어는 바로 강과 바다를 수시로 오가는 회유성 물고기이기 때문이다. 생애 주기에 따라 1회만 오가는 손님 물고기가 아니라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열린 하구의 터줏대감이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양측회유성(兩側回遊性, amphidromous) 어류이다. 이들은 민물에서 부화하여 어릴 때, 바다로 내려가 자라고 산란 전에 다시 강으로 올라와 몇 개월을 강 상류에서 살다가 하류에서 알을 낳는다. 그리고 다시 치어 때 바다로 나가는 것이다.
연어처럼 생애 단 한 번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물고기를 소하성(遡河性, anadromous) 어류라고 하고, 생애 단 한 번 산란기에 바다로 내려가는 뱀장어는 강하성(降河性, catadromous) 어류라 한다. 이들 소하성이나 강하성 어류들과 양측회유성 어류는 근본적으로 생활사에 차이가 있다.
은어가 새끼(치어, 稚魚) 때 바다로 나갔다가 자라기 위해 강으로 돌아오려면, 당연히 하구에 댐이 없어야 한다. 또한, 강 상류로 올라야 하므로 상류에도 댐이 없어야 한다. 강에 횡적 구조물이 생기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물고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맑은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에 민감하며, 강바닥은 여울과 모래, 자갈이 함께 있으면서 돌에 자잘자잘한 이끼들이 붙어 있어야 한다. 강에서는 이런 이끼를 주로 긁어먹는 초식우세 잡식성 물고기이기 때문이다.
은어가 나타났으니 이제부터 창릉천의 깃대종을 은어로 삼아야 한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특정 생태계를 대표하는 종으로 핵심종(keystone species), 지표종(indicator species), 우산종(umbrella species) 등이 있지만, 가장 대중적인 생물종이 깃대종(flagship species)이다. 사람들이 잘 알면서, 좋아하고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종을 주로 선정한다. 판다나 반딧불이, 따오기, 돌고래와 같은 종이 그 대상이다. 이들 깃대종을 보전하자고 했을 때는 사람들이 기꺼이 동참하고 내민 손을 잡아 주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창릉천의 깃대종은 어떤 종이 좋을까? 바로 ‘은어’가 제격인 것이다. 우선 은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선한 오이 혹은 달달한 수박 향이 난다고 해서 애호가들이 많고 친근하다. 우리는 ‘은’에 비유하여 은어라고 하고 영어권에서도 ‘스위트 피쉬(sweet fish)’라고 부르니 사람들의 은어 사랑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은어는 그 특이한 향내와, 맑은 물빛에 비치는 은 빛깔, 그리고 강과 바다를 오가는 독특한 생태적 특성으로 시인들의 글 밥이 되어 왔다.
이렇게 대중에게 친근한 은어를 하천의 깃대종으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강과 바다가 열려있는 한강하구와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흐르는 창릉천이야말로, 생태적 연결성이나 경관 면에서 가장 적합한 은어의 서식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창릉천의 깃대종으로 은어를 선정하자.
이번 시민모니터링에서 은어와 함께 중고기와 참중고기도 관찰되었다. 서해와 남해로 흐르는 하천에 사는 한국고유종(아종)들이다. 또한 몰개, 긴몰개를 비롯해 모래무지, 납자루, 납지리 등 19종이 기록되었다. 과거 고양시에서는 창릉천 관리를 위한 종으로 ‘모래무지’를 선정하기도 했지만, 그 후 창릉천을 지키는 노력에 관리 종이 이바지한 바는 없었다. 은어와 함께 이들 다양한 민물고기들이 함께 살아가는 생물다양성이 높은 창릉천이 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알리고 보전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릉천은 북한산국립공원에서 발원하여 고양시와 서울시를 가로질러 한강으로 흘러든다. 한강과 만난 창릉천의 물길은 행주산성이 있는 덕양산을 끼고 돌아 한강평화공원과 장항습지를 거쳐 서해로 이어져 있다. 북한산국립공원과 장항람사르습지, 한강하구 습지보호지역, 강화도 갯벌을 연결하는 물고기의 길(이른바 ‘fish road’)는 우리 세대의 큰 자산이자 미래세대의 유산이다. 북한산과 서해가 키운 창릉천의 은어를 깃대종으로 삼는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