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혈 봉합가능 응급실 없었다"
맘카페에 응급의료 사연 줄줄이 "아프지마" 명절인사, "병원가기 힘든 나라" 한탄
[고양신문] “4살 딸이 칼에 손을 베었어요. 처음에는 심하지 않은 줄 알고 지혈만 했는데 피가 계속 나와서 응급실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14일) 오후 일산의 응급실이 있는 병원에서는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접수대 앞에서 아이를 안고 어찌나 울었는지. 119에 전화를 했는데 일산에 가능 병원은 없고 서울 병원을 몇군데 알려줬지만 도움이 안됐습니다. 한참 지나 지인이 병원관계자인 곳이 있어서 빌다시피 부탁을 하여 간신히 찾아가 봉합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피가 멎고 아이도 안정을 찾았는데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지병이 있으시던 아버지가 급격하게 컨디션이 나빠지고 열을 재니 39.2도. 피소변까지 보는 상황이라 밤 12시쯤 119에 전화를 했어요. 119 대원분들도 지병에 대해 듣고 피소변 확인하시고 긴급 상황이라고 이곳저곳 응급실마다 전화를 해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습니다. (중략) 다행히 입원해서 추석을 병원에서 보내고 있는데 간호사 선생님들 많이 지쳐 있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지난 17일 고양시 대표적인 맘 커뮤니티인 ‘일산아지매’에는 응급의료 관련 위급했던 사연들이 게시되어 호응과 위로, 한탄의 댓글이 이어졌다. 4살 딸의 지혈을 위해 고양시 일대 병원에서 모두 거절당하고 결국 지인을 통해 치료를 받고, 지병이 있는 아버지가 수차례 전화통화를 통해서야 입원이 가능했다고 한다. 일산아지매 회원들은 각자의 사연을 이어 달았다.
“오늘 저도 응급실 뺑뺑이란 걸 해봤고 다 거절 당했어요.”
“저희 아이도 얼마전에 눈꼬리가 찢어졌는데 응급실에서 결국 치료를 못하고, 다행히 결국 지혈은 되어서 다음날 다시 병원에 가서 봉합했어요.”
수십 개의 댓글은 응원과 공감이었다. 실제 이번 추석 명절에 지인들과의 인사가 ‘아프면 안된다’는 이야기였다. 서울 영등포, 파주, 인천 영종도까지 인근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의원명을 공유하기도 했다. 의료계와 정부의 장기 대치상황에 ‘불상사는 없었다, 국민 덕분에’라는 보건복지부의 안이한 입장 발표 속에 시민들의 절박함만 더해가고 있다.
“아프지 마세요. 절대. 응급실 다 거절.”
“읽기만 해도 그 긴박함이 느껴져서 눈물 나네요. 이번 명절 인사가 ‘아프지 마세요’라고 한다죠?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병원가기 힘든 나라가 되었는지. 부모도 놀랐겠지만 아이도 얼마나 놀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