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큐 시대…영화제, 시민 삶 속으로 들어가야”

26일 개막 앞둔 DMZ다큐영화제 장해랑 집행위원장 인터뷰 올해 표어는 ‘우정과 연대를 위한 행동’ 개막작 ‘혁명을 경작하다’ 연대의 메시지 “다큐 만이 지금의 난국 돌파할 수 있어” 백석동 벗어나 시민과 시공간 접점 확대

2024-09-20     박경만 전문기자
장해랑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고양신문] “전쟁과 혐오, 불평등 심화, 기후 위기로 세상은 힘들어지고 시민의 절망은 더 커진 이 시대에 다큐는 뭘 기억하고, 영화제는 뭘 해야 할 지 고민했습니다.”
오는 26일 개막하는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해랑 집행위원장은 지난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현실을 기록하고, 고통을 나누며, 진실을 보여주는 다큐만이 지금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일산동구 백석동 고양종합터미널 4층 DMZ다큐영화제 사무실은 개막을 준비하느라 직원 10명과 스태프 50명 등 60명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장 위원장은 올해 영화제 상영작들은 ‘우정과 연대를 위한 행동’이란 슬로건에 부합하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제는 10월 2일까지 이어진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집행위원장을 맡은 그는 “올해 영화제 예산이 삭감돼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민들과 더 많이 만나고 시민의 삶 속에 들어가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선정작은 최고였지만 백석동의 영화관 안에만 머물러 아쉬웠다. 영화제는 관객과 제작자의 통로 구실을 해야 하는데 시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장해랑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영화제가 시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주 상영관을 백석동에서 메가박스 킨텍스점과 롯데시네마 주엽으로 옮기고, 지하철 3호선 주엽역에서 상영관으로 이어지는 길에 페스티벌 로드 ‘DMZ Docs 도시산책’을 조성해 시민들의 이벤트 참여를 유도했다. 비극장 상영 프로그램으로는 킨텍스 레이킨스몰에서 ‘세계의 상태로서의 풍경’이라는 주제의 작품 9편을 전시한다. 
28~29일 일산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와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10층 하늘정원에서는 '독스 온 스테이지(Docs On Stage)'가 펼쳐진다. 노래하는 분수대에서는 ‘다큐콘서트-다큐&포크’ 행사도 열린다. 다큐 상영 공간을 고양에서 수원 미디어센터, 파주 헤이리시네마, 안산 경기도미술관,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등 경기도 일대로 확장하고, 영화제 기간 외에도 다큐 상영회를 연중 기획 체제로 바꿨다.
장 위원장은 “영화제 기간에 다큐 상영뿐아니라 공연, 전시, 이벤트 등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보물찾기라 할 만하다. 접경지역 백그라운드가 큰 고양에서 다큐를 매개로 축제를 벌이자”고 제안했다.

DMZ다큐영화제 개막작 '혁명을 경작하다' 장면.

올해 영화제에서는 43개국 140편의 다큐멘터리 작품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인도의 니쉬타 자인, 아카시 바수마타리 감독이 공동 연출한 <혁명을 경작하다>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휩쓴 2020년, 인도에서 착취와 불평등이 가중될 것이 뻔한 농업법이 발표되자 이에 반대하는 수십만 농민들과, 그들에게 자발적으로 연대한 사람들이 인도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제작진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장 위원장은 “이 작품의 메시지는 혁명이 아니라 우정과 연대다.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을 나누고 헌신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감동적”이라며 “제목만 보고 정치적 지향이 있는 작품 아니냐며 영화제를 폄하하려는 사람도 있는데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다큐란 현실을 비판하고 기록하며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보여주는 세상을 드러내는 창”이라고 재차 강조한 뒤 “개막작은 3년 전 DMZ다큐영화제에서 제작 지원했던 작품으로, 연어가 돌아오듯 귀환해 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폐막작은 프랑스의 아르노 데플레솅 감독이 영화에 대한 사랑을 담은 자전적 작품 ‘영화광들!’이 선정됐다. 국제경쟁 부문에는 개막작을 포함해 미국의 거대기업인 아마존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아마존 노동조합’,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일상을 담은 알리나 막시멘코 감독의 ‘림보 안에서’ 등 10편이 초청됐다. 기획전은 독일의 건축 다큐멘터리 감독 하인츠 에미히홀츠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작가전과, KBS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시네마’ 주제전, 한국의 비디오 액티비즘 다큐멘터리를 조명한 ‘연대기의 연대기 아카이브전’이다. 
개막식은 26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열린다. 참가자의 편의를 위해 서울역에서 임진강역까지 DMZ 다큐영화제 특별열차를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