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짓으로, 표정으로 만드는 따듯한 이야기

수어동아리 ‘손그라미’

2024-09-25     성수정 시민기자

일산도서관에서 만난 수어 수강생들
마음 모아 꾸준히 동아리 활동 펼쳐 
도서관 등에서 봉사하고 공연 열고
“수어로 선한 영향력… 즐겁고 보람차” 

손짓과 표정으로 따뜻한 마음을 세상에 전하는 수어동아리 '손그라미' 회원들. [사진제공=손그라미]

[고양신문] 수어(手語·Sign language·수화)는 청각장애인(농인·聾人)들이 손의 움직임, 얼굴 표정, 몸짓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시각언어이다.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르면 '한국수어’는 ‘한국수화언어’를 줄인 말로, 한국어나 영어와 같은 독립된 언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수어는 한국어와는 문법 체계가 다른, 대한민국 농인의 고유한 언어이다.

‘손그라미’는 2022년 일산도서관에서 진행된 ‘세상을 바꾸는 수어’ 프로그램을 수료한 수강생들이 뜻을 모아 만든 수어동아리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된 13명 회원들은 한 달에 두 번씩 일산도서관 3층 동아리실에 모여 수어 수업을 하고 격주 금요일 오후에는 1층 어린이자료실에서 수어로 책읽어주기를 한다. 기본 활동 외에 수어 공연이 잡히면 노래와 그림책을 선정하고 수시로 모여 공연 준비에 힘을 쏟는다.

월 2회 일산도서관 동아리실에 모여 수어 연습을 하는 회원들. 

권해리 대표는 “어린이집이나 도서관에서 수어 공연을 해보니 생각보다 아이들 반응이 좋았다”면서 “이런 활동들이 나눔이 되고 수어에 대한 인식 개선과 수어의 문화적 가치가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년 전에 수어를 배운 적이 있는 김귀임 회원은 다른 회원들보다 조금 많이 알고 있는 덕분에 종종 수어선생님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공연을 한다는 점에 끌려서 합류하게 됐어요. 처음 어린이집에서 공연할 때 한 20명 정도 되는 애들이 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그때 아이들의 눈빛 때문에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정말 경이롭고 뜨거운 경험이어서 계속 수어 공연을 하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동아리 원년 멤버로 회원 모집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조현신 회원은 “수어를 표현할 때 손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도 같이 한다는 게 꼭 연극을 하는 것 같아 재미있어서 시작했다”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수어를 받아들이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화되는 모습을 보게 되어 즐겁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울마을어린이집 공연 모습. [사진제공=손그라미]

신입 회원들이 손그라미에 들어온 이유도 다양했다. 우연히 일산도서관에 왔다가 손그라미 공연 포스터를 보고 수어로 그림책도 읽고 노래도 한다는 게 신기해서, 기존 회원의 권유로, 딸이 수어에 관심이 많아서 등 개성이 넘쳤다.

청일점인 이규남 회원은 “우리 수어동아리의 특징은 선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수어를 배우며 농인 문화를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하기에 기분이 좋아진다”며 동아리를 자랑했다.

공연 문의가 들어오면 처음 수어프로그램에서 만났던 권오현 강사를 초빙해 새로운 수어를 배우며 전문성을 높이려 애쓴다. 연극 강사로 활동하며 수어를 배웠다는 권오현 강사는 “손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세상에는 다양한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면서 “농인과 청인이 함께하는 연극 공연을 꿈꾸며 수어를 계속 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당도서관 공연 모습. [사진제공=손그라미]

활동이 알려지면서 어린이집이나 도서관에서 수어로 하는 공연 문의가 많이 들어와 벌써 10회 이상의 공연을 했다. 작년에는 문화예술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수어 특강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고양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사랑 나눔 행복 콘서트’에 참가하기도 했다.

10월 5일 어울림누리광장에서 열리는 ‘고양어울림축제’ 수어공연을 준비 중인 권해리 대표는 “공연을 하려면 마치 아이돌이 안무 연습하듯 딱딱 맞아야 해서 연습하는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면서도 “얼굴을 마주 보며 표정에 진심을 담아야 해서 감정이 많이 풍부해졌다”고 수어의 장점을 자랑했다. 

지난해 더봄소년소녀합창단 초청 ‘사랑 나눔 행복 콘서트’에서 협연하는 모습. [사진제공=손그라미]
도서관에서 책읽어주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김정현 회원. [사진제공=손그라미]
일산도서관 동아리발표 '손그라미' 전시 코너. [사진제공=손그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