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과서 내년초 도입… “교사 교육 한 번도 없었다”

신웅식 전교조 고양유초등지회장

2024-10-04     이로운 기자

내년 도입인데 교과서는 아직
교사재량으로 선택 안할 수도
학생을 문제풀이 기계로…
교사 혼란, 학부모·교사 갈등도
“교육철학 없는 성과주의 사업”

고양시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이자 전교조 고양유초등지회장 신웅식 교사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초등학생들도 학교와 방과 후 숙제 등을 위해 하루 10시간가량 모니터를 봐야 한다"라며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반대했다.[사진 출처= 아이클릭아트]

[고양신문] “AI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른 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고양시 한 초등학교의 3학년 교사는 AI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교육현장 교사들의 의견 반영없이 인공지능(AI)디지털교과서 도입이 결정됐고, 아직 디지털교과서 완제품이 나오지 않는 등 준비 자체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내년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일선교육 현장이 매우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내년 초등 3·4학년과 중1, 고1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AI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 이후 2027년까지 AI디지털교육 테스트 과정을 거친 후 2028년 초·중·고에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본지 취재에 응한 또 다른 교사는 “AI디지털교과서는 교육철학이 없는 일방적 성과주의 사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학교는 어른과 선생님, 친구들 간의 소통, 정서 안정, 건강한 몸의 성장 아래 전인적인 배움을 하는 곳”이라며 “효율적으로 공부시키는 것이 교육의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년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교사들의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신웅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고양유초등지회장을 만나 AI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내년 도입에 대해 어떻게 보나.
고양시 교사들은 AI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일뿐 ‘교과서’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직 검증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에 도입한다고 해도 교육현장에서 사용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면 축적되는 데이터가 없어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의 의미가 퇴색한다. AI디지털교과서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성과 정도를 파악해야 하는데 그런 자료가 쌓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도 AI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활용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9월 27일 발의해 졸속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교과서는 의무, 교육자료는 교사 재량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교육자료’로 활용될 경우 AI디지털교과서 사업의 근본이 무너질 것으로 본다. AI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이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AI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우려되는 교육현장의 혼란은 무엇인가.
우선 학부모와 교사 간에 큰 갈등이 생길 것이다. 교과서는 필수로 구입해야 하지만 교육자료는 구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AI디지털교과서가 교과서로 인정받고 내년에 도입된다면 구매는 해야 하지만 실제 수업에서 쓸지 여부는 교사 자율이다. 현재 서책 교과서도 마찬가지로 교사의 교육철학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연세가 있거나 AI교육방식이 자신의 교육철학과 맞지 않다고 판단한 많은 교사들은 기존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교사마다 방식이 제각각일 경우 학부모들의 불만과 항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준비 안 된 교육부 정책으로 인해 빚어질 학부모와의 갈등, 학생들의 혼란 등의 책임은 결국 교사의 몫이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몇백만 명의 보안문제도 반드시 생길 것이다. 개인정보에 동의하지 않아도 참여하는 학생들의 학습 관련 정보는 정부가 아닌 에듀테크업체가 축적하게 된다. 학부모들도 지금 이 같은 예민한 사안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고양시 교사들을 대상으로 사전교육은 없었나.
제대로 된 교육은 아직까지 없었다. 내년 2월 교육이 있다고는 하지만 내년부터 도입인데 내년에 받을 교육은 의미가 없다. 게다가 초등 교사들은 매년 12월에서 2월 사이 학년과 반을 배정받게 되기 때문에 내년 초등학교 3·4학년을 누가 맡게 될지도 아직 모른다. 내년 2월에 초등 3·4학년을 배정받게 될 교사들은 크게 당황할 것이다. 만약 교사 교육을 한다면 사전에 미리 진행됐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교사 대부분은 아직 AI디지털교과서의 실체를 모른다. 들어는 봤지만 막연한 상태다. 교사들도 아직 이 시스템의 샘플, 시제품 등 눈으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큰 사안은 나름 체계가 있어야 되는데 아무런 체계없이 도입이 진행되고 있다.


❚성급한 ‘졸속’도입이란 비판도 있다. 도입시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I디지털교과서에 관심있는 교사와 학부모 중 90% 정도가 반대하거나 도입시기를 늦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저는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완전히 반대한다. 교육부는 지금 교사 역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들 개개인의 방향을 잡아줄 뿐 아니라 학급 전체 분위기를 읽고 상황에 맞는 방향과 목표를 설정해가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교사의 핵심 덕목을 AI기술에 맡기고 아이들 정서에 집중하라고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한다’라는 접근으로 시작된 낡은 사고방식의 AI디지털교과서는 아이들을 결국 문제풀이 기계로 만들 것이다.

신웅식 지회장은 내년 AI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른 과도한 예산 반영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축소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국악수업은 수업횟수가 3분이 1로 줄고 무용, 공예 등 문화예술교육 수업도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AI)디지털교과서 : 지능정보화 기술을 활용한 학습지원 소프트웨어. 이 사업은 디지털교과서는 현 정부 국정과제와 3대 교육개혁 과제인 디지털 교육혁신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정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똑똑한 보조교사’라며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맞춤 지도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교사는 사회정서를 지도하는 멘토이자 코치, 학습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 강화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