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페달 밟는 재건축… 추가분담금은 모르고 이주대책은 불확실하고
현 정부 내 착공, 2030년 입주 목표 맞추기 위해 속도에 초점 추가분담금 몰라도 일단 동의 임대주택 이주 반감, 해결해야
[고양신문] 오는 11월 6000~9000세대 규모의 일산신도시의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을 앞두고 있지만, 추가분담금에 대한 부담, 대규모 이주 등 향후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야기될 문제점을 간과한 채 지나치게 재건축 속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1기신도시 재건축과 관련해 2027년 5월까지인 임기 내 착공,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정했다. 고양시를 비롯한 1기신도시를 두고 있는 5개 지자체 역시 이 목표에 맞춰 재건축 일정을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에 실시한 일산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공모도 윤 정부가 목표로 한 재건축 일정에 맞추기 위한 일환이었다.
하지만 ‘속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현실적으로 재건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할 여러 변수를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우선 추가분담금 문제다. 이번 선도지구 선정공모에 접수한 일산신도시 22개 구역의 재건축 평균 동의율은 84.3%로 나타났다. 그런데 각 구역이 제출한 주민 동의율은 어느 정도 허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주민들이 추가분담금을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동의 여부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정확한’ 동의율이 반영됐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선도지구 선정 기준에서 가장 배점이 큰 동의율(60점)을 높이기 위한 각축전에서, 각 구역 추진위는 굳이 추가분담금을 언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정확한 추가분담금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대충이라도 추가분담금이 얼마라고 주민들에게 알릴 수도 있다고 하지만 매우 위험한 일이다. 섣불리 말한 추가분담금이 나중 실제 발표된 추가분담금과 차이가 있었을 경우 우리는 사기꾼 취급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후곡3·4·10·15단지, 강촌1·2백마1·2단지, 백송5단지에 대해 추정분담금과 사업성을 도출하는 재건축 사전컬성팅을 작년 10월부터 진행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시 신도시정비과 담당자는 “일산신도시 재건축 기준용적률이 300%라는 것이 지난달 24일에야 발표됐고, 공공기여율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다. 기준용적률과 공공기여율이 확정되어야 정확한 추정분담금이 도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1기신도시 일부 구역은 추가분담금 규모를 알아내기 위해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나마 1기신도시 중 사업성이 가장 낫다는 분당의 한 재건축 추진 구역의 경우 시뮬레이션 결과 추가분담금이 2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추가분담금 규모는 분당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에 따른 정확한 추가분담금 내역서를 받아 든 후에 일산 주민들의 동의율은 현재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을 반대하는 한 주민은 “정확한 추가분담금을 알고 난 후에 재건축에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지금 재건축 절차는 그 선후가 바뀌었다. 속도를 중시하는 현정부 계획대로 진행된다하더라도 입주하려면 6~7년을 기다려야 하는데다 수억원의 추가분담금을 부담하면서 재건축에 동의하느니 차라리 신축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재건축 공사 기간 동안 이주문제에 대한 대책도 불확실하다. 정부는 2027년 5월 이전 재건축 선도지구의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후 매년 2만~3만 가구의 재건축을 위한 착공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2027년부터 대규모 이주 소유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24일 발표한 ‘일산 신도시의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일산신도시의 재건축에 따른 연간 이주세대는 약 5722세대로 추정하고 있다. 연간 철거구역은 약 4.4구역으로 1개 구역당 3~4개 단지임을 감안하면 연간 13~17개단지의 철거와 동시에 이주가 이뤄지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8월 1기 신도시 내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해 이주대책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고양시 역시 영구임대 아파트인 백석동에 위치한 흰돌마을 4단지를 이주대책 지원형으로 정비 지정 예정이다, 현재 1141세대인 이 아파트를 재건축을 통해 1248세대로 증축해 이주대책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고양시는 흰돌마을 4단지에 모든 이주세대를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창릉·장항·탄현 공공주택지구의 임대주택 역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임대주택형 이주단지’에 대해 반대여론에 강한 것이 현실이다. 재건축 추진 주민들 중 대형평수에 살던 주민들이 공공임대주택으로 단체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
백마마을 3·4·5·6단지 통합재건축 추진단 관계자는 “임대주택형 공공주택은 소형 평수가 대부분이다. 대형 평수에 살던 분들에게 재건축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소형 평수에 살라고 강요한다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백마3·4·5·6단지 총 3374세대 중 36평 이상이 1178세대다. 또 다른 통합재건축 추진 단지인 강촌1·2·백마1·2단지의 총 세대수는 2906세대인데 모두 30평형대 이상이다. 40평형 이상만 하더라도 1780세대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