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 '공릉천 친구들' 함께 걸으며 “우리가 지켜줄게”
공릉천친구들 <공릉천 시민 걷기행사> 삼삼오오 관찰하고, 설명 듣고, 사진 찍고 “둑마루 포장반대, 보호구역 지정” 한목소리
[고양신문] 공릉천 하구를 건강한 생태공간으로 지켜내기 위한 걷기행사가 열렸다. 공릉천친구들이 주관하고 경기서울인천파주 환경운동연합 등 19개 단체 공동주최로 6일 오후에 진행된 ‘공릉천 걷자, 노을 들어온다’에는 각 단체 활동가들과 시민, 청소년, 아이들까지 150여 명의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공릉천 송촌교에서 영천배수갑문까지, 공릉천 둑방길을 따라 왕복 6.6㎞를 두 다리로 걸었다.
출발에 앞서 조영권 공릉천친구들 상임대표는 “한강유역환경청의 과도한 하천정비사업으로 공릉천 하구의 생태와 환경이 위기에 처했다”고 설명하며 “많은 시민들이 목소리를 모아 소중한 공간을 지켜내자”고 말했다. 박은주 파주시의원도 “다수의 시민이 문제의식을 갖고 공감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의회가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사)평화마을짓자 정진화 이사장이 공동주최 19개 단체를 대표해 “둑마루의 포장은 공릉천과 송촌리, 갈현리 논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생명들의 삶을 동강내고,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숱한 로드킬뿐만 아니라 습지 좌우의 갈대숲에 둥지를 튼 수천의 작은 새들이 떠나게 돼 썩어가는 습지가 될 것”이라며 “공릉천 하구 둑마루의 포장반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낭독했다.
일명 ‘공릉천 말똥게춤’으로 유쾌하게 준비체조를 마친 참가자들은 ‘공릉천, 흙길로 걷자’라는 표어가 적힌 현수막 앞에서 출정사진을 찍은 후 영천배수갑문을 향해 삼삼오오 출발했다. 드넓은 하구 초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공릉천 물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가을걷이를 기다리는 황금 들녘 위를 날아오르는 기러기떼를 바라보며 탄성을 터뜨리기도 했다.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고 생태전문가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가 하면, 포인트를 지날 때 손등에 예쁜 인증 스탬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사로 파헤쳐진 둑방에서 흙먼지가 날리고, 중장비와 공사 자재가 곳곳에 쌓여있는 안타까운 모습도 목도했다. 오래 전부터 공릉천 하구를 자주 찾았다는 한 참가자는 “나무와 갈대로 무성했던 둑방길을 왜 이렇게 망가뜨려놨는지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속상해했다.
영천배수갑문 앞에 새로 놓인 다리 위에서 참가자들은 ‘공릉천을 습지보호지역으로’ ‘공릉천 둑마루 포장 반대’ ‘한강 임진강 준설 반대’ 등의 손팻말을 한 글자씩 나눠 들고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오후 내내 하늘이 흐리고 살짝 빗방울이 흩날리기도 했지만, 참가자들이 송촌교로 되돌아올 무렵 고맙게도 서쪽 하늘에 은은한 노을빛이 감돌았다.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마무리 단체사진을 찍은 참가자들에게 주최 측은 파주 농부들이 수확한 파주쌀을 한 봉지씩 전달했다.
행사를 주관한 ‘공릉천친구들’은 공릉천 하구를 지키기 위한 시민·단체들의 연합모임으로서 ▲공릉천 보전 홍보·교육 ▲공릉천 생태모니터링 ▲공릉천 자연학교 ▲공릉천 훼손 감시 및 현안 대응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조영권 상임대표는 “공릉천 하구를 지켜내기 위해 앞으로도 환경부나 파주시를 상대로 여러 가지 줄다리기를 하게 될 것”이라며 “오늘 참석해주신 분들이 든든한 힘이 되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