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로 만나는 장항습지 숨결 “습지보호 거점센터 역할 기대”

<람사르 고양 장항습지생태관> 개관

2024-10-18     유경종 기자

10월 21일부터 온라인 예약 후
미디어아트·전시실·3D영상 등
전문 해설사 안내 따라 관람 가능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최고”

자유로 장항IC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람사르 고양 장항습지생태관'이 오랜 준비를 마치고 개관했다.  

[고양신문] 자유로나 제2자유로를 달리다 보면 장항IC 바로 옆에 전망대가 우뚝 올라가 있는 건물 하나를 보게 된다. 눈여겨보면 전망대 투명유리 난간에 ‘람사르 고양 장항습지생태관’이라는 글씨도 눈에 띈다. 과거 한강철책을 지키던 군 장병들이 사용하던 ‘장항군막사’ 건물을 고양시가 인계받아 장항습지 생태를 소개하는 거점시설로 꾸민 곳이다. 건물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고도 한참이 지나도록 문이 닫혀있어 궁금했는데, 드디어 개관 소식이 들려왔다. 이달부터 시범운영이 시작됐고, 11월부터는 예약을 통해 누구나 생태관을 방문할 수 있다. 

2021년 장항습지가 국제습지보호협약인 람사르 습지에 등재되자, 습지를 방문하고 싶은 시민들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실지뢰로 인한 안전 우려로 직접적인 방문이 막힌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때문에 전시와 영상, 해설을 통해 장항습지의 매력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생태관의 개관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사전답사 프로그램에 동행해 생태관 곳곳을 둘러봤다.  

생태관에서 만나는 장항습지의 대표 생물종인 말똥게와 붉은발말똥게 전시물.

눈이 즐거운 영상, 귀가 즐거운 해설

고양시 환경정책과 습지정책팀이 상주하며 운영·관리하는 생태관 관람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진행된다. 해설을 맡은 (사)에코코리아 생태해설가들은 오랫동안 장항습지 생태모니터링을 이어온 전문가들이다.   

지도가 그려진 로비에서 장항습지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를 받은 방문자들은 가장 먼저 4D영상관에서 입체안경을 쓰고 실감영상을 관람했다. 장항습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내용이었지만, 생태관 관람의 흥미를 촉발하는 오프닝 콘텐츠다.

미디어아트관으로 발길을 옮기면 사방 벽면을 가득 채운, 장항습지의 사계절을 보여주는 환상적인 영상이 방문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다양한 생명들이 공존하며 순환하는 장항습지 한가운데로 시공간 여행을 다녀온 듯한 감동이 전해온다.

생태관 방문의 하이라이트인 미디어아트관. 장항습지 사계절의 환상적인 영상이 사방 벽면을 가득 채운다. 

이어지는 공간은 장항습지의 가치와 특징을 다채로운 전시콘텐츠로 소개해놓은 생태교육실이다. 이곳에서는 눈으로는 전시물을 꼼꼼히 살피고, 귀로는 생태해설가의 설명을 세심히 들어야 한다. 장항습지가 자리하고 있는 기수역(바닷물과 강물이 섞이는 구간)의 특징이 무엇인지, 습지에서 갯골이 왜 중요한지, 말똥게와 선버들의 공생 비밀은 무엇인지, 장항습지에서는 어떤 어업이 이뤄지는지, 습지 생태계가 사람들에게 베풀어주는 다양한 서비스는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코스인 다큐멘터리실에서는 앞서 생태교육실에서 보고 들은 내용들을 아름다운 이미지로 요약한 영상이 상영된다. 다큐멘터리실 바로 옆에는 교육공간이 마련돼 있다. 향후 요리와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탐방 안내와 해설을 맡은 (사)에코코리아 생태해설가. 

자유로 건너편 탐조대도 방문  

1층 관람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자동차로 지나다니며 늘 올려다보기만 했던 전망대에 드디어 올라왔다. 전망대 앞뒤로는 자유로와 제2자유로가 감싸고 있어 차 소리가 요란하다. 하지만 그 너머로는 추수를 기다리는 농경지, 버드나무숲이 무성한 초록의 습지, 수평선을 그리며 흐르는 한강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이 경관을 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생태관을 방문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생태관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자유로 너머 장항습지 농경지, 버드나무 군락지, 한강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생태관의 공간을 다 둘러봤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자유로 건너편, 장항습지 코앞에 자리하고 있는 장항습지탐조대를 둘러보는 순서가 보너스처럼 남아있기 때문이다. 탐조대로 가려면 과거 군 장병들이 철책 순찰을 위해 드나들었던 자유로 하부통로를 지나야 한다. 군사시설을 활용한 생태관과 탐조대가 분단과 평화의 상징공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탐조대는 아담한 규모의 2층 건물이지만, 장항습지 농경지와 물골을 찾아온, 재두루미와 기러기 등의 새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포인트이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자주 찾고 싶은 곳이다. 실내공간에도 장항습지를 찾아오는 철새들의 조형물,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음향부스, 홍보영상 관람석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자유로 하부통로를 거쳐 접근하는 장항습지탐조대를 찾은 방문자들. 
탐조대 1층에는 전시와 교육공간이 꾸며져 있다. 

거리 두고 감상하는 현명한 공존

시 습지정책팀 한지민 팀장은 “장항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해 마련된 시설”이라고 생태관을 소개했다. 전시·해설 콘텐츠 작업에 참여한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은 “생태관은 단순한 관람시설이 아니라, 습지센터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습지보호를 위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게 첫 번째 기능이고, 그러한 방향에 따라 방문 프로그램도 진행된다는 뜻이다. 

생태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사람과 자연이 지혜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직접 걸어 들어가지 않아도 장항습지의 매력과 숨결을 넉넉히 실감할 수 있는 곳, 람사르 고양 장항습지생태관이 그런 명소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보자. 생태관을 관람하고 싶으면 10월 21일부터 장항습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즐거운 탐방을 마무리한 시범운영 프로그램 참가자들. 
고양 장항습지생태관을 꾸려나가는 이들. 왼쪽부터 정인숙 김윤선 생태해설가, 한지민 고양시 습지정책팀장, 이기영 자연환경해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