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주민참여예산, 이대로 가도 될까
[높빛시론]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행신2동 주민자치회장
[고양신문] 10월 24일, 호수공원 꽃전시관에 주민 200여 명이 모였다. ‘고양시민이 직접 만드는 고양시 예산’을 목표로 내건 ‘2024 고양시 주민참여예산 한마당’이다. 주민참여예산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실행되는 제도로서 고양시에서도 2012년부터 열렸으니 어느새 13년째다. 이를 위해 주민 100명으로 구성된 고양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그리고 각 동마다 10명 내외로 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가 운영된다.
나는 행신2동 지역회의 위원으로 한마당에 참여했다. 작년에도 지역회의 위원으로 활동했지만 고양시 전체 한마당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동에서는 어떤 사업을 제안했으며, 최종적으로 어떤 사업이 우선순위로 선정될지 궁금했다.
한마당 행사는 이동환 고양시장의 인사로 시작해, 올해 주민참여예산위원회 활동 보고, 6개 분과에서 한 개씩 뽑은 2025년도 우수제안사업 발표에 이어 고양시 담당부처 공무원이 2024년 우수실행사업 설명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2025년 주민제안사업 우선순위 투표결과 공개로 진행됐다. 올해 동별로 지역회의가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지역총회를 거쳐 총 268개 사업을 제안했고, 이후 고양시 사업부서의 검토와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가능사업으로 평가된 56개 사업에 대해 일주일 기간 온라인 시민투표가 실시됐고 그 결과가 발표되는 것이다. 이 사업 중 일부가 앞으로 조정협의회(시장, 주민참여예산위 임원, 공무원 참여)와 시의회 심의를 거친 후 2025년 고양시 사업으로 실행될 것이다.
모두가 무대 화면에 시선을 집중하자 마침내 사업별 우선순위 막대그래프가 나타났다. 상위 10개 우선순위 사업명을 보자. 1. 원시티 중앙광장 CCTV 설치, 2. 바닥형 LED 보행신호등 설치, 3. 가로등과 같이 CCTV 설치, 4. 횡단보도 안전선 설치, 5. 대곡역 연결통로 환경개선사업, 6. 방범용 CCTV 설치, 7. 버스정보안내 시스템 설치, 8. 중앙로 경의선 의자와 그네 등 휴식시설 설치 및 도색, 9. 경의로 녹지대 휴게용 벤치 및 그네 설치, 10. 방범용 CCTV설치 사업. 모두 동마다 지역주민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업들이고, 고양시 예산을 주민밀착형으로 유도하는 의미를 지닌 제안들이다.
하지만 한마당을 나서는 마음이 무거웠다. 10개 우선순위 사업명에서 ‘설치’ 단어가 9번 들어가 있다. 대곡역 연결통로 개선사업도 노후화된 천장을 보수하고 지하통로 다리를 도색하는 설치 사업에 가깝다. 우선순위 10개 사업만이 아니다. 한마당에 올라온 56개 사업 거의가 그러하고, 올해 고양시 예산에 반영된 주민참여 제안사업 40개 역시 비슷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의 담당 부서도 환경녹지과, 교통 및 안전 관련 몇 개 과로 한정된다.
‘고양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가 시민 예산참여의 기본이념(제3조)으로 주창하는 “주민의 복지와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업이 이것뿐일까? 한마당에서 제안된 사업 모두 주민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사실상 행정부서가 수시로 주민들과 소통하며 일반예산 과정에서 실행해야 하는 사업들이다. 주민이 실제 지역에 필요한 사업들의 예산편성 과정에 참여해 재정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주민참여예산이 몇 개 부서 행정을 보완하는 보조수단이 되어버린 듯하다. 점점 노인이 많아지고 이웃과도 친하기 어려운 일상에서 교육, 문화, 체육, 복지 등에서 동네 주민들의 협력을 이끌고 관계망을 돈독하게 하는 사업들은 왜 눈에 띄지 않는 걸까? 현재 시 사업이 충분하다는 걸까?
아쉬움이 크다. 내년 주민참여예산 한마당은 다른 모습일 수 있을까. 1순위 사업의 투표자수가 고작 361명, 10순위는 194명이다. 인구수 108만 명을 자랑하는 고양특례시 주민참여예산의 현주소이다. 올해 최종적으로 고양시 예산으로 실행된 주민참여예산 규모는 13억원으로 일반회계 예산안 2조6514억원의 0.0005%에 불과하다. 게다가 주민참여예산 대부분이 몇 개 부서가 담당하는 시설 설치 제안에 머문다. 고양시 주민참여예산, 이대로 가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