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화가가 그림에 담아온 ‘아름다운 삶’
중남미문화원 30주년 특별기획전 <리노 차베즈-한국에서 어느 멕시코인의 이야기>
박물관·미술관 관람하고, 정원 산책하고
가을빛 물드는 조각공원… 이맘때가 최고
[고양신문] 중남미문화원(원장 이복형)이 설립 30주년 기념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다. <리노 차베즈-한국에서 어느 멕시코인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중남미문화원 내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에서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중견 작가 리노 차베즈의 대형 회화와 조형작품 20여 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1967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리노 차베즈는 그림과 조각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판타지적 작품세계를 구축한 인기작가다. 특히 독특한 형태와 색채로 그려낸 강렬한 이미지는 디에고 리베라, 루피노 따마요 등 멕시코가 배출한 세계적 거장들의 뒤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는 자신이 작품을 창작하는 이유를 “아름다운 삶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말처럼 그의 그림 속 남자와 여자, 동물들, 악기들은 저마다의 모습과 색깔로 존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제목 그대로 멀리서 날아온 어느 멕시코인이 그림 속에 담아낸 이야기에 저절로 눈과 귀를 모으게 된다. 문화원 30주년 기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멋진 전시다.
꾸준히 이어온 민간외교 역할
30년 전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에 문을 연 중남미문화원은 외교관으로 40여 년을 일하고 퇴임한 이복형 원장, 홍갑표 이사장 부부가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4개국 대사를 지내며 수집한 유물과 미술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문화공간이다. 1994년 박물관을 시작으로 미술관, 조각공원, 연구소, 종교관이 차례로 들어섰고, 소장·전시되는 유물과 작품의 규모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중남미 문화의 정수를 소개하는 수준 높은 전시와 공연도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관람시설을 넘어 국제적 문화교류와 민간외교센터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중남미문화원의 이러한 위상은 지난 24일 열린 특별기획전 개막 행사에서도 여실히 확인됐다. 카를로스 페냐피엘 주한 멕시코 대사를 비롯해 중남미 여러 나라의 대사와 외교관들이 참석해 문화원 설립 30주년을 축하했다. 이 자리에서 카를로스 대사는 “오랜 시간 중남미 나라들의 전통과 문화적 다양성을 한국 국민들에게 소개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했다.
가성비 좋은 나들이 명소
중남미문화원은 재미와 힐링을 동시에 선사해주는 가성비 높은 나들이 명소다. 박물관에서 흥미로운 유물을 관람하고, 미술관에서 멋진 작품을 감상한 후 넓은 야외공간을 느긋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목이 우거진 정원은 사계절 다른 모습을 선사하지만, 이맘때의 풍경이 으뜸이다. 산책로와 어우러진 울창한 단풍나무들이 막 물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조성된 조각공원에는 여러 나라에서 수집된 조형작품들이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작고 아담한 예배당 건물인 종교전시관에 들어서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오색빛이 마음을 차분하게 다독여준다. 종교관을 나와 언덕을 넘어가면 마야의 문양이 모자이크된 거대한 벽화를 만날 수 있고, 카페 따꼬하우스에서는 멕시코 전통음식 따꼬와 나초 등을 쾌적한 야외 좌석에서 맛볼 수 있다.
리노 차베즈 특별기획전은 박물관 입장료를 내면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올해 연말까지 계속된다. 문의 031-962-9291
<사진으로 만나는 중남미문화원의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