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삭감 ‘자유로 지하화’와 '수변도시'는 어떤 사업?
도로건설관리계획·도시기본계획재수립 용역 삭감 이유는
[고양신문] “정치적 경쟁에도 ‘시민’이라는 성역이 있다. 현재 의회의 행태는 시장 하나를 공격하기 위해 시민에게 마구잡이로 피해를 주는 행위에 불과하다.”
고양시 2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의회 심의결과에 대해 이동환 시장이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반발하며 주장한 내용이다. 이번 심사에서 시의회는 고양시가 제출한 총 763억원의 추경안 중 120억원이 삭감된 643억원을 최종 승인했다. 여기에는 작년 말 2024 본예산 심사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도로건설관리계획 수립 용역’ 10억원과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 5억원 등 용역예산도 포함됐다.
이번 예산안 삭감을 두고 이동환 시장은 “상생협약 위반”이라고 반발하는 반면 시의회는 “시민 실생활과는 무관한 문제성 있는 예산”이라고 반박한다. 이 시장의 주장처럼 시의회는 단순히 ‘시정 발목잡기’를 위해 예산 심의권을 남발한 것일까. 삭감된 예산 중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쟁점이 된 도로건설관리계획 용역 및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에 대해 살펴봤다.
자금조달은 수변도시 개발로 “비용편익 값 0.35 불과”
먼저 ‘도로건설관리계획 수립 용역’은 도로법 제6조에 따라 고양시가 소관 도로에 대해 장기적인 건설 및 관리 방향을 제시하는 법정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이다. 즉 법으로 의무화된 계획수립 용역인 만큼 특별한 쟁점이 없을 경우 일반적으로 여야 합의하에 통과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현재 해당 용역예산 10억원은 작년 본회의에 이어 벌써 3번이나 건교위에서 ‘퇴짜’를 맞았는데, 이에 대해 당시 건교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해련 시의원은 “작년 본예산 심사에 이 계획안이 처음 상정될 당시 ‘먼저 진행된 도로망개선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를 추가 반영해 예산안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고 시 집행부에서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여태껏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았고 심지어 이번에는 부서에서 의원들에게 사업설명조차 없었기 때문에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건교위는 왜 도로망 개선 타당성 용역 결과가 먼저 나와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을까. 문제의 용역은 2022년 9월 이동환 시장 임기 첫 추경심사 당시 제출된 것으로 본래 고양시에 필요한 주요 도로망 계획을 담는 사업이었다(용역예산 5억원). 하지만 예산심사 당시 의원들에게 설명한 내용과 달리, 해당 용역은 착수보고 단계에서 이동환 시장의 주요 교통공약인 ‘자유로 지하화 사업’을 위한 프로젝트 용역으로 둔갑해 버렸다.
작년 6월 킨텍스에서 열린 중간보고회 겸 ‘자유로 지하화프로젝트 정책토론회’에서 용역사인 ㈜삼안과 하이엔씨종합건설은 앞서 국토부가 발표한 고양~양재 지하도로 계획을 연장해 이산포 IC까지 총 14.9㎞구간을 추가적으로 지하화하는 사업안을 제시했다. 총 사업비는 2조원에 달했는데, 자금조달은 경제자유구역 개발 및 이산포 지역 ‘수변도시 개발’ 등 민자사업 기부채납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황당’한 제안이었다<본지 1622호 고양시 “자유로 지하도로 뚫겠다”며 수변도시 자체개발 카드 만지작? 참조>
김해련 시의원은 “업체 설명에 따르면 자유로 지하화 사업을 통해 해당 구간의 이동시간이 약 7~8분 감축(18→11분)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런 사업에 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시장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이런 황당한 도로 계획을 만드는 데 5억원의 예산을 태우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당시 건설교통위원이었던 권용재 의원 또한 “알아본 결과 이미 타당성 용역에서 당초 예상했던 BC(비용편익)값에 턱없이 못 미치는 0.35정도의 낮은 사업성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도로건설관리계획 용역 예산을 통과시켜 주면 또다시 말도 안되는 자유로 지하화 사업을 밀어붙일 것 아니냐. 의회를 탓하기 전에 먼저 타당성 용역 결과를 공개하고 의회와 시민들에게 직접 사업 필요성을 설득하는 게 마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급도 없던 수변도시 ‘몰래’추진
시의회 집행부 신뢰 관계 무너져
자유로 지하화 사업과 함께 언급되고 있는 한강변 수변도시 조성사업 계획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작년 6월 자유로 지하화프로젝트 정책토론회 당시 발표 자료에는 두바이 수변도시, 사우디 네움시티 사례 등을 사례로 들며 약 0.74㎢ 규모(추정치)의 한강변 수변도시 개발안이 제시되어 있었으며, 특히 당시 토론회 좌장을 맡았던 강승필 전 서울과기대 교수(현 고양도시관리공사 사장)는 “토지를 분양하면 수변도시 개발과 지하도로 자금 조달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조언까지 하기도 했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담당 부서는 “용역업체가 제출한 하나의 구상안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단순한 아이디어에 불과하다던 이 수변도시 개발계획이 현재 고양시가 추진 중인 도시기본계획 재수립 용역에도 포함되어 있다는 게 이번 예산안 통과를 반대한 건교위 위원들의 주장이다. 한 건교위 위원은 “작년 본예산 심사 때 도시기본계획 용역이 처음 올라왔을 때는 재건축·재개발 이슈가 컸고 이에 따른 용적률 조정 문제 등 현안이 많았기 때문에 용역안 통과에 동의했다. 그런데 나중에 착수보고회를 들어가봤더니 담당부서에서 전혀 설명하지도 않았던 수변도시 계획안이 주요 용역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다. 어떻게 이런 공상계획 같은 계획안을 고양시 모든 정책사업의 기반이 되는 도시기본계획에 담을 수 있겠느냐”며 예산삭감 이유를 밝혔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동환 시장 취임 이후 여러 용역예산 심사 과정에서 집행부와 시의회와의 신뢰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해련 시의원은 “이동환 시장 취임 후 수차례 정책연구용역 수립 과정에서 시 집행부가 예산제출 당시 설명했던 내용과 이후 착수보고회에서 접한 내용이 전혀 상반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러다 보니 의원들 입장에서는 집행부가 사업필요성을 설명해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뢰 회복을 위한 집행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