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회 5분 정책 발언과 의회정치
[높빛시론]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 소장, 정치학 박사
[고양신문] 2024년 10월 4일 오전 10시30분에 고양특례시의회 방청석에 앉았다. 산황산 골프장 증설 철회를 위한 주민 지킴이 분들과 함께였다. 산황산이 속한 풍산동이 지역구인 권용재 시의원의 5분 발언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권 의원뿐 아니라 여러 시의원이 5분 발언을 했다. 산황산 보전을 위해 왔으나, 고양시의회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위해 오후 1시 넘어서까지 열네 분의 5분 발언 전체를 들었다.
우리 시민들은 정치를 일반적으로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3시간여 동안 방청석에 앉아서 들은 고양시의원들의 정책 제안, 5분 자유 발언에는 현황분석, 관련 사례 제시, 법적 검토, 합리적 대안으로 구성된 한 편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15분)와 같은 고바오(고양시를 바꾸는 5분)였다. 고양시 사회적 경제 정책을 8기 시장인 현 이동환 시장 시기와 이전 시기를 비교하고 사회적 경제 활성화 정책을 제안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덕양과 일산의 비도시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파주시 등에서 도입된 원스톱 행정 지원 제도를 소개하고 도입을 제안한 국민의힘 시의원 모두가 훌륭해 보였다. 이외에도 도심의 상가 앞 가로등 보호 대책을 다룬 시의원, 한류천 관리 방안을 다룬 시의원, 앞으로 신설될 킨텍스역 인근 주차장 부지확보 정책을 제안한 시의원들이 차례로 나와 발표했다. 14개 제안 모두가 훌륭해 어느 하나라도 집행부가 도입한다면, 고양시민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는 정책들이라 생각됐다.
고양시의회가 입법부다. 입법부는 입법 기능과 함께 집행부 감시 기능을 수행한다. 고양시 집행부에 시정을 요구하는 발언도 있었다. 시 집행부가 현재 고양시 홈페이지에 올린 고양시 카피가 조례상 근거없는 내용이라는 지적, 고양시 깃발을 걸지 않는 시청 건물에 대한 지적은 예리했다. 지적 후에는 조례에 근거한 행정, 준법 행정을 개선방향으로 제시하여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님을 느끼게 했다. 나도 고양시에 대해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새롭게 안 사실도 있었다. 최근 고양시 집행부가 시청사와 구청 등에 내걸은 ‘BBC가 고양시를 세계에서 살기좋은 5대 도시로 “선정”했다’는 현수막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시의원이 직접 영국 BBC 언론사의 담당 기자와 소통하여 확인한 결과를 소개했다. 시의원은 고양시 집행부가 사실을 과대 포장하여 홍보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누구는 이것이 작은 거짓이라 하겠지만, 공공기관이 지켜야 하는 윤리적 책임감을 강조하는 발언이라 생각됐다.
압권은 산황산 골프장 도시계획 취소 발언이었다. 산황산 지킴이와 권용재 시의원이 몇 차례 간담회를 통해 내용을 주고받은 내용이라 기본 내용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권 의원은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산황산 골프장 허가 취소의 법적, 절차적 근거를 제시하고, 골프장 도시계획 시설을 취소한 사례를 제시했으며, 대안도 제시했다. 도시계획법에 근거하여 시설 결정 10년이 종료된 시점에 고양시장이 고양시의회에 의견을 묻고, 고양시의회가 허가 취소 의견을 제시하면 시장은 시의회 의견을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도시계획법 규정을 제시했다. 산황산 골프장 허가 취소에 대해 법적 부담감을 갖고 있는 집행부서의 고민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라 생각됐다.
꼼꼼하고 잘 정리된 정책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시의원들을 보면서, 의회 민주주의를 생각해 보았다. 현대 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의회정치에서 기원했다. 다수의 지배가 생생하게 이뤄지는 민주주의 정치 공간은 의회다. 의회는 말로 토론하며 싸우는 공간이다. 고양시의회에서 시장과 의원이 다투고, 의원과 의원이 논쟁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오히려 의회정치를 벗어나 상대를 공격하는 정치인은 의회정치를 부정하는 것으로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축구경기에서 축구선수들이 할 일은 양 나라 국민이 보는 앞에서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다. 규칙을 지키면서 말이다. 축구선수가 운동장에서 졌으면서, 운동장을 벗어나 일반 시민들에게 규칙 잘못, 상대 잘못을 이야기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고양시 정치가 민주적으로 성숙하길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양시장과 부시장, 집행부서의 국장들과 시의원들이 의회 안에서 토론하고, 논쟁하고, 논쟁의 절차를 지키고 결과에 승복해야 할 것이다. 의회정치를 우회하는 정치인은 포퓰리스트(populist)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