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민통선에 누가 폐기물 갖다 버렸나

파주 정자리 수내천, 서곡리 등 폐기물 수북 생태계 훼손 우려

2024-10-31     박경만 전문기자
청정하천인 파주시 군내면 정자리 수내천 주변에 건축폐기물이 포함된 골재가 수북이 쌓여있다.

[고양신문] 청정지역인 파주시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곳곳에 유리조각 등 건축폐기물이 마구 뿌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인적이 드문 파주 민통선 지역은 지난 수년간 감시의 눈길을 피해 각종 폐기물과 오염된 흙의 불법 매립이 극성을 부려 왔다. 그 결과 보전 가치가 높은 논 습지가 광범위하게 사라져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태다.

지난 9월 14일 파주시 군내면 정자리 수내천 주변 도로에는 유리와 타일, 벽돌, 슬레이트 조각 등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이 뒤섞인 채 수북이 쌓여 있었다. 폐기물은 다리와 도로 위에 뿌려졌고 일부는 비에 쓸려 맑은 물이 흐르는 청정 하천에 유입되고 있었다. 한 달 뒤 다시 현장에 가보니 수내천 주변의 폐기물들은 하천과 주변으로 흘러들었는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임진강에 유입되는 파주 수내천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군내면 읍내리에서 발원해 정자리에서 임진강 본류에 유입되는 총연장 5㎞의 소하천인 수내천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삵을 비롯해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멧돼지 등 많은 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주변 농경지는 이동성 물새의 중간 기착지 및 월동지로 멸종위기종인 두루미와 재두루미, 큰기러기 등이 겨울을 난다. 하천 변 야산 기슭에는 여러 해 동안 흰눈썹황금새와 호반새가 번식했지만, 잇따른 하천 정비사업으로 하천 폭이 확장되고 번식지와 은신처가 깎여나가면서 자취를 감췄다.

건축폐기물 투기는 수내천뿐 아니라 군사분계선과 접하는 최전방 지역인 진동면 서곡리에서도 확인됐다. 서곡리에서 폐기물을 확인한 것은 지난 7월 13일이다. ‘미확인 지뢰, 출입 통제’ 경고문이 나붙은 농경지와 둠벙 주변 도로 곳곳에는 날카로운 유리조각과 타일 조각 등 폐기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인적이 드문 탓인지 폐기물은 농경지 옆 도로와 골짜기까지 마구 버려졌다. 서곡리는 사철 마르지 않는 청정 골짜기와 둠벙, 논 습지가 있어 두루미와 재두루미, 금개구리 등 습지에 의지하는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인적이 드문 파주시 진동면 서곡리에 누군가 내다버린 건축폐기물.
최용석 파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이 진동면 서곡리 농경지 주변에 수북이 쌓인 폐기물을 들고 있다.

건축폐기물은 누군가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군부대로부터 출입 승인을 받아 덤프트럭을 이용해 뿌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으로 출입할 수 있는 통로는 파주 통일교와 전진교에 설치된 군 출입 통제소 2곳뿐이다.

최용석 파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폐기물이 버려진 민통선 지역은 두루미류를 비롯한 멸종위기종 서식지로 보호가 필요한 곳이다. 또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지천 주변이어서 폐기물 유입에 따른 임진강 수질 악화도 우려되는 만큼 불법 폐기물 투기 차량에 대한 단속과 출입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민통선이다 보니 출입 절차가 까다롭고 한적한 곳이어서 단속에 한계가 있다. 현장을 방문해 순환골재에 섞인 이물질이 기준치를 넘었는지 등을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