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배우니 세상이 달리 보이네

성인문해학습자들의 자작시 시낭송회

2024-11-06     이명혜 전문기자

[고양신문] 엄마 나도 학교 가고 싶어요 / 이 다음에 돈 많이 벌어서 꼭 보내줄게 /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하셨지 / 언젠가는 언젠가는 하면서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가 (중략) 그렇게도 해보고 싶었던 그 말 / 엄마 학교다녀오겠습니다 
(높빛희망학교 중학과정 김정숙 '엄마 학교다녀오겠습니다')

나는 눈 뜨고도 / 글자가 까맣게만 보였다 / 너무 슬펐다 (중략) 버스를 타고 몇 번이 어디를 간다 / 눈에 보이니 / 너무 신기해 눈물이 난다 
(원당복지관 황봉교 '무지개 세상')

고양시 성인문해교육 성과공유 공동행사 '나의 이야기, 우리의 시낭송'이 지난 1일 원당 마을공유공간 따숨다락에서 열렸다. 

늦깎이 학생들이 자신들이 쓴 시를 발표하는 시낭송 행사가 지난 1일 오후 7시 원당 마을공유공간 따숨다락에서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고양시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는 문해학습자 7명이었다.

‘2024 나의 이야기, 우리들의 시낭송’으로 이름 붙여진 이날 행사에는 할머니 학생들이 ‘문해, 온 세상이 다가온다’를 주제로 쓴 자신의 창작시를 직접 낭송했다. 행사에는 교육생들의 가족, 고양시 평생교육과 관계자, 문해교육담당 복지사, 문해교사들이 참여해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큰 박수로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교복 입고 중학교 가고 싶던 어린 소녀가 어느새 육십 넘어 늦깎이 중학생이 된 심정을 풀어내기도 하고, 복지관에서 한글을 배워 어디를 가도 두렵지 않게 떳떳하게 다닐 수 있는 행복을 표현하기도 했다. 세련된 시 작품은 아니지만 배움의 즐거움과 기쁨을 진솔한 언어로 표현한 일곱 작가의 작품과 사연은 깊은 감동을 줬다. 
일곱 명의 작가들이 한 명씩 시를 낭송하면 가족 대표가 편지를 낭송하며 응원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가족들은 사랑과 존경을 담아 빼곡이 적어 온 편지를 낭독했다. 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이 모두 같은 마음이기에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함께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나눴다. 

가족이 사랑을 담은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고양시 성인문해교육기관 공동행사인 시낭송의 밤은 지난 2017년 첫 행사를 시작으로 해마다 이어오고 있다. 
성인문해교육(문자해득교육)이란 어려운 가정형편, 성차별 등으로 학업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을 위한 한글교육이다. 시낭송의 밤 외에도 시화전시, 문해교육 캠페인, 시화집 발간 등의 활동을 통해 성인문해교육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수요자를 발굴하고 있다.

현재 고양시 성인문해교육은 덕양행신, 문촌7, 문촌9, 원당, 일산, 흰돌종합사회복지관 등 6개 복지관과 높빛희망학교에서 500여 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문촌9복지관은 초등학력인정과정, 높빛희망학교에는 초등·중등 학력인정과정을 운영 중이다. 고양시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높빛희망학교 중학과정 김정숙씨의 시화 '엄마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원당복지관 황봉교씨의 시화 '무지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