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북한산 25㎞ 바람길 따라 도란도란 이야기꽃
고양신문 주최 고양바람누리길걷기축제 사과나무의료재단·고양동부새마을금고 후원 ‘나를 위해, 지구를 위해 함께 걸어요!’ 5㎞ 10㎞ 25㎞ 3코스, 2500여명 참여 도시와 삶의 전환위한 시민들의 한걸음
[고양신문] 가을볕 따사로이 내리쬐는 억새풀들 사이 위로 양떼구름 길게 건너가고 ‘휘휘휘~ 휘휘휘휘’ 바비 맥퍼린의 ‘돈워리 비해피’ 노래 전주, 휘파람 소리가 절로 귓가를 맴돌던 날. ‘나를 위해, 지구를 위해 함께 걸어요!’라는 슬로건으로, 올해 열여덟 번째를 맞이한 고양바람누리길걷기축제가 지난 2일 일산호수공원 주제광장에서 출발해 북한산 입구까지 총 25㎞에 걸쳐 펼쳐졌다.
한강변 따라 자신만의 박자와 속도대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발걸음을 옮기며 길가 나무와 풀들에게 말을 걸어보는 다정한 가을 하루의 시간. 기후위기 시대, 녹색 댐인 숲길과 물길의 중요성을 알리고 ‘도시와 삶의 전환을 위한 행진’이라는 취지로 마련된 이번 축제는 일산호수공원에서 시작해 한강~창릉천~북한산에 이르기까지 고양의 녹지축, 고즈넉한 바람의 길을 시민들과 함께 걸어보는 시간으로 채웠다.
고양바람누리길은 고양의 최고봉인 북한산을 품고 걷는 역사의 길로 주산인 북한산에서 시작돼 창릉천, 덕양산(행주산성), 한강, 호수공원으로 이어진다. 하나의 숲길과 하나의 물길로 이어지는 바람누리길은 큰 오르막 없이 호젓한 시골길을 걷듯, 한강을 벗 삼아 수변 길을 도란도란 산책하며 걸을 수 있는 안온한 길이다. 노랗게 물든 가을의 정취 아래 참가자들은 5㎞, 10㎞, 25㎞ 자신의 체력에 맞는 구간을 선택해 도전에 나서며, 가을빛으로 물든 도시의 풍경을 만끽했다.
일산호수공원과 한강, 북한산을 한나절에 걸어보는 걷기 축제에는 2500여 명이 참여했다. 출정식 장소인 일산호수공원 주제광장 한켠에는 여러 체험프로그램과 이벤트가 진행되며, 행사를 풍성하게 채웠다.
‘천연 향균 구강관리 솔루션’ 닥스메디를 비롯해 자연재료 소품 만들기· 식물도장 책갈피 만들기 등 다양한 참여형 부스가 마련돼 참가자와 아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구를 위한 소박한 첫걸음’ 호수공원 작은도서관이 준비한 환경을 생각하는 책들과 ‘지구를 위한 생활다짐 버튼만들기’ 피켓을 들고 일상에서 지킬 수 있는 생활습관, 환경캠페인을 펼치는 어린이초록기자단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이웃과 이웃 연결하는 걸음의 축제
고양바람누리길걷기축제는 연결의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수공원~한강~북한산을 연결하고, 일산과 덕양을 연결하며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는 고양 시민들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일산호수공원 주제광장은 이른 아침부터 걷기 위해 참가한 이들로 북적였다. 5㎞, 10㎞, 25㎞ 세 코스 구간으로 나눠 대열을 갖추고, 각각의 행렬대로 준비를 마친 후 출정식을 알리며 본격적인 걷기 축제가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걷기연맹체조단의 체조 시범을 보며 몸을 풀고 각자의 보폭으로 한걸음, 한걸음 출발선을 나서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가장 멀리 가는 25㎞가 출발한 데 이어 일산호수공원 한 바퀴를 도는 5㎞ 참가자들이 고양특례시걷기연맹 회원들의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뗐고, 행주산성 수변공원 인근까지 걷는 10㎞ 참가자들이 뒤를 이었다.
가을 내린 호수공원을 가로질러 바닥에 뒹구는 노란 잎을 구경하며 자유로 하부통로를 걷다 보면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탁 트인 한강의 풍경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구비 흐르는 한강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철책 길과 자전거와 교행할 수 있는 도로도 만났다. 코스모스 정원길과 억새밭을 지나 행주산성 수변공원으로 향하는 길. 양떼구름이 줄지어 건너가고 나풀나풀 길가의 억새들이 손짓하는, 걸음 닿는 곳마다 볼거리가 풍성한 바람 누리길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평온한 길 만큼이나 마음을 더욱 따듯하게 만드는 것 있으니,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풍경 보며 걷는 느낌이 좋아요. 친구들한테 꼭 알려주고 다음번에 함께 걷고 싶어요.” 2회째 10㎞ 걷기에 도전한다는 주민준(삼송초4)군부터 선천성 장애로 걸음이 불편하지만 10㎞ 완주를 목표로 걷겠다 다짐하는 한 참가자(주엽동), 길목에 보이는 쓰레기란 쓰레기는 다 주워 담는 걷기축제의 숨은 얼굴도 있었다.
아이의 보폭에 맞춰 나란히 걷는 부자, 커플룩을 맞춰 입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연인, 서로를 의지하며 두 손 꼭 잡고 걷는 여든 넘은 노부부까지 참가자 하나하나 정겹고 아름다운 우리의 이웃이었다.
완주지점을 향해 걷는 참가자들에게 힘찬 응원을 아끼지 않는 스태프들의 밝은 에너지를 톡톡히 받으며 걷다 보면 한강에서 유일하게 어업 허가가 난, 몇 척의 고깃배가 정박해 있는 행주나루터를 마주하게 된다. 오전 11시30분경, 10㎞ 코스 종착지점인 행주대교 아래에 도착한 10㎞ 참가자들은 완주배지와 간식을 받고 포토존에서 완보 인증 사진도 찍고, 삼삼오오 앉아 다리를 풀며 한강의 운치를 만끽했다.
“삼대가 함께 걸었다”는 지현일(67세, 일산 주엽동)씨 가족은 “올해 처음 참석했다. 혼자는 엄두도 못 냈겠지만, 식구와 같이 걷는 길이기에 가능했다”라며 내년 참가를 약속했다.
다시 출발 앞으로, 25km 완주 향해 걷는 길
고양인재교육원 앞마당에서 휴식을 취한 25㎞ 참가자들은 행주산성 둘레길~강매석교를 지나 원흥 도래울마을 바람물공원에서 다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주최 측이 제공하는 물과 간식을 받고 축제 안전을 위해 동행한 구급대로부터 건강 체크도 받았다.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진 참가자들은 가을이 물든 새도시 지축지구와 삼송지구를 지나 북한산 전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창릉천변 공원 완주지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북한산을 향해 걷는 여정. 창릉천변 갈대밭 길을 걷다 보면 어느덧 가까워진 수려한 절경의 북한산 정기를 느낄 수 있었다. 북한산이 나타나자 참가자들의 걸음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25㎞ 깃발을 흔들며 도착선을 향해 걸어오는 참가자들의 환호 소리가 주변을 가득 메웠다. 끝까지 완보했다는 기쁨으로 서로서로 축하와 격려를 나누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완보증을 받기 위해 차례를 지키며 줄 서 있는 한 줄의 긴 행렬만큼이나 이어졌다.
25㎞ 참가자들은 완보증과 배지를 받고, 삼삼오오 북한산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은 후 창릉천변 소공원에 모여 앉았다. 경품행사에서는 최연장 참여자, 최연소 참여자 외 최연소커플상, 최고령부부상, 최다 참여 단체상, 베스트소감 상을 뽑아 상품을 증정했다. 최연소 참여상의 이율(오마초3)양은 “엄마 손에 이끌려 나와서 처음엔 억지로 걸었는데 걸으면서 엄마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 힘들었던 만큼 보람 있고 뿌듯해서 기쁘다”라며 해맑은 웃음과 함께 소감을 전했다.
화정에서 어머니와 함께 올해 두 번째 참가한 정혜인(29세)씨는 “걸으면서 고양시의 또 다른 모습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걸을 때마다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된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어머니와 함께 가을 길을 걸으며 사이가 더 돈독해진 것 같아 기쁘다”라며 북한산을 배경으로 완주의 기쁨을 나눴다.
2007년부터 이어져 온 고양바람누리길걷기 축제는 고양신문이 주최·주관하며,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했다. 사과나무의료재단 사과나무치과병원, 고양동부새마을금고가 후원했으며, 한국동서발전(주)일산발전본부, 고양상공회의소, 칠갑농산, 디엔비베이커리, 경기in아이쿱생협, 한우물, 바이네르, 쥬쥬랜드, 서울척탑병원, 새빛안과병원, 일산농협, 신도농협, 한국마사회 일산지사, 포레스트아웃팅스, 진성웰푸드, 연우, 피노레스토랑, 플레이그라운드브루어리, 닥스메디가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