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맞서는 연대의 힘
기후다큐독립영화 공동체상영 한솥밥 먹는 ‘돈의동 쪽방촌’ 여성농민들의 연대 ‘열음지기’
[고양신문] 40도가 웃도는 이상 기후위기 현실은 이웃 나라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 변화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의 현실이다. 기후 불평등이 삶의 터전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며 실질적 위협을 가하는 오늘날. ‘기후위기 시대 우리를 지키는 것- 연대, 돌봄, 사랑으로’라는 주제로 지난 16일 고양시립삼송도서관 3층 시청각실에서 기후다큐독립영화 공동체상영(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 외 16개 단체 공동주최· 경기컨텐츠진흥원 후원)이 진행됐다. 엄마 손을 붙잡고 온 어린 학생들을 포함해 개인·가족·단체 관람객 45명이 참석한 가운데, 함께 영화를 보며 기후 불평등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바로 지금 여기>는 기후위기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 세 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에피소드1 ‘돈의동의 여름’을 시작으로 에피소드2 ‘열음지기’, 에피소드3 ‘마주 보다’로 이어진다. 이날에는 폭염 아래 생존 위기에 처한 쪽방촌 주민들의 모습을 그린 ‘돈의동의 여름’(남태제 감독)과 극심한 기후 변화 속에서 토종 씨앗을 지키며 생태적 농사에 주목하는 여성 농부들의 연대를 다룬 ‘열음지기’(문정현 감독) 2편이 상영됐다. 기후재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 연대하며 돌봄과 공동체의 힘으로 삶을 지켜나가는 서민들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어려운 곳에서도 빛이 있다”라고 말하는 남태제 감독의 ‘돈의동의 여름’에는 한솥밥, 함께라는 힘이 있다.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은 주민협동회를 만들어 서로 단절되지 않도록 함께 밥을 지어 먹고, 무더위를 견디기 위해 서로 필요한 것을 나누며, 거리로 나서 생존권을 외쳤다. 열악한 환경과 위기 속에서 삶을 버티게 하는 것은 협동과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의 힘, 연대가 있기에 가능했다.
공동체란 이름 안에 사랑을 말하는 돈의동 쪽방촌을 비추던 카메라는 경북 상주 농촌으로 향한다. 문정현 감독이 연출한 두 번째 에피소드 ‘열음지기’에서는 쩍쩍 갈라진 논바닥, 가뭄과 냉해 속 성할 리 없는 농작물, 이상기후로 인해 작황 위기를 맞고 있는 김정열 여성 농부 이야기로 시작된다. 땅과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는 여성 농민들은 “병충해와 기후 변화에 강한 토종 씨앗을 보존해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방제 드론, 스마트 농기계, 대규모의 스마트팜 단지 조성 등 농민들의 생업을 위협하는 정부와 대기업에 맞서며 여성 농민들의 연대를 만들며 묵묵히 생태적 농사를 짓는다.
요동치는 기후 변화 위기 속,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쪽방촌 거주민과 여성 농부들이 화합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의 공통된 밑바탕엔 연대의 힘이 있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열음지기’를 연출한 문정현 감독과 함께 영화 속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문 감독은 농부를 순우리말로 표현하면 ‘열음지기’라고 한다며 작품의 제목을 짓게 된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생태주의적 방식으로 30년간 상주에서 농사를 지어온 김정열씨의 삶을 통해 기후위기에 맞서 화합하는 여성 소농들의 이야기를 펼치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살아감에 있어 연대가 왜 필요한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관객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