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공공도서관에 ‘한국문학’ 코너 생겼다

오슬로 19개 도서관 전산대출 보니 한강 대표작, 대출 대기자 수백 명 다이크만 4층에 한국문학 전용부스

2024-12-03     이철규 북유럽 특파원
노르웨이 오슬로 다이크만 도서관 4층에 마련된 한국문학 부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부쩍 높아진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이철규 북유럽 특파원]

[고양신문] 한강 작가의 노벨상 시상식이 오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가운데 이웃나라인 노르웨이 공공도서관에선 한강 작가의 인기가 여전하다. 지난 11월 23일 기자가 다이크만 도서관을 찾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19개 크고 작은 공공도서관 전산대출 자료를 확인해보니 한강의 대표작 노르웨이, 영어 번역작품들은 

지난 11월 23일 오슬로 19개 공공도서관의 전산대출 자료를 확인해보니 한강 작가의 대표작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않는다』의 노르웨이어, 영어 번역작품 대출대기자가 수백 명에 달했다. [이철규 북유럽 특파원]

수백 명의 대기자가 있었다. 도서관 담당 직원 말로는 문학상 발표 이후 한강 작가뿐만아니라 한국 문학작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있어 한국문학 소개 코너를 도서관에 별도로 설치했다고 한다. 한국문학 전용 부스는 이 도서관 4층에 마련됐다.

한편 노르웨이는 2023년, 욘 포세(Jon Fosse)가 95년 만에 전통 노르웨이어인 뉘노스크(Nynorsk)로 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노르웨이는 덴마크의 영향을 받은 보크몰(Bokmål)과 전통 뉘노스크 두 언어를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고 배우지만, 노르웨이 사람들 대부분은 보크몰을 쓴다. 120년이 넘는 노벨상 역사에서 노르웨이는 4번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전통 노르웨이어로 문학활동을 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욘 포세가 처음이다. 수상 1년여 지난 지금도 도서관 곳곳에는 노르웨이 문학에 대한 자부심이 곳곳에 묻어난다.

다이크만 도서관 내부. 도서관에서는 핸디크래프트(Handicraft), 손 공작 공예, 뜨개질, 3D-프린팅 강좌부터 종자 나눔 코너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시민들의 교류의 장 역할을 하고있다. [이철규 북유럽 특파원]

고양시보다  거주인구가 적은 인구 70만의 도시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는 지역마다 크고 작은 공공도서관이 있다. 다이크만 비요르비카(Deichman Gjørvika) 도서관이 중앙도서관으로 제일 크고 웅장하지만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은 지역마다 있는 작은도서관이다. 오슬로에만 크고 작은 공공도서관이 19개다. 도서관에서는 핸디크래프트(Handicraft), 손 공작 공예, 뜨개질, 3D-프린팅 강좌부터 종자 나눔 코너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시민들의 교류의 장 역할을 하고있다.

작은도서관으로 활용되는 오슬로 도심의 빨간색 공중전화부스. [이철규 북유럽 특파원]

또한 오슬로 도심을 걷다 보면 빨간 공중전화 부스를 자주 만나게 되는데 통신 목적으로 쓸모 없어진 공공전화부스 또한 지금은 작은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슬로뿐만 아니라 노르웨이 다른 지자체 도심 공공전화부스도 작은도서관으로 활용하는 지역이 많다. 물가가 비싼 노르웨이는 세컨핸드숍과 벼룩시장이 활성화 되어있는데 도심 곳곳에서 미니멀리즘의 도시를 실감하게 된다. 공중전화부스를 재활용해 공공도서관으로 이용하는 모습에서 단순함과 검소함을 느낄 수 있다. 

2024년 겨울, 오슬로행 기차를 타고가다 보면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이 부쩍 는 것을 실감한다. 동양의 끝자락 한반도에서 시작한 문학의 상승 기운이 유럽의 변방 노르웨이에 상륙하고 있다. 오슬로 공공도서관 5층 미래 도서관(Future Library) 타임캡슐에 보관된 종이책 원고들은 오늘도 짧은 백 년을 기다리며 긴 호흡으로 내공을 쌓고있는 듯하다.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노르딕 국가에서 한강의 물결이 넘실대고 한류 문학 열풍이 힘차게 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