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땅 최남단 명산 대덕산, 40여년 만에 정상부 등산로 열려

산책로 가로막고 있던 철조망 개방 대덕동 주민자치회, 군부대 협의 이끌어 “주변 마을 이어주는 소중한 숲길”

2024-12-06     유경종 기자
40년 넘게 통행이 차단됐던 대덕산 정상부 군부대 옆 등산로가 개방됐다. 

[고양신문] 오랜 세월 철조망에 막혀 주민들의 통행이 차단됐던 대덕산 정상부가 열렸다. 현천동과 덕은동의 주산인 대덕산은 40여년 전 정상부에 수도방위를 위한 방공대대가 들어서며 정상부 등산로가 폐쇄되고 말았다. 때문에 주민들은 반대편 산길로 넘어가지 못하고 왔던 길로 돌아가야 했다. 

대덕산 산책로를 이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대덕동 주민자치회(회장 홍종희)가 나섰다. 대덕동행정복지센터의 협조를 받아 군부대와의 대화에 나섰고, 긴 시간 여러 단계 논의를 거쳐 마침내 대덕산 능선 정상부의 산책로가 개방됐다. 쉽지 않은 군 당국과의 협의를 주민들의 힘으로 이끌어낸 것이다. 산책로 개방을 적극 추진한 이유를 묻자 “마을 뒷산의 산책로는 주민들에게 정말 소중한 자산”이라며 “대덕산 정비는 지난해 주민총회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추진과제였다”고 설명했다.  

대덕산 정상부 등산로 개방에 앞장선 홍종희 대덕동 주민자치회장.

대덕산은 고양시 지도의 남쪽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높이 124m의 야트막한 산이다. 현천동(玄天洞)과 덕은동(德隱洞)이라는 두 개의 법정동으로 구성된 ‘대덕동(大德洞)’이라는 행정동 이름도 대덕산에서 따왔다. 비록 높은 산은 아니지만, 마을 한가운데에 든든한 숲과 언덕을 품어주는 고마운 산이기 때문이다. 대덕(大德)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큰 덕을 가진 인물들이 살았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대덕산 서남쪽으로는 강변북로 너머 한강과 접하고 있고, 동남쪽은 덕은지구 아파트단지와 빌딩들이 감싸고 있다. 아울러 북쪽과 동쪽으로는 자연마을과 농경지가 펼쳐져 있다. 하지만 제2자유로와 공항철도, 가양대로, 서문고속도로 등으로 사방의 지세가 단절됐고, 무엇보다도 정상부에 군부대가 주둔하며 대덕산은 ‘고양시와 서울시 경계에 고립된 산’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번에 정상부 등산로가 개방되면서 대덕산은 다시금 인근 주민은 물론, 고양 구석구석의 산길을 찾아 나서는 나들이꾼들의 발길을 불러모을 것으로 보인다. 

덕은지구 북쪽에서 현천동 자연마을로 이어지는 마을길. 왼쪽으로 대덕산 등산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기자는 5일 홍종희 회장의 안내를 받아 처음으로 대덕산 숲길을 올랐다. 덕은지구와 현천동 자연마을을 이어주는 작은 고갯길에서 시작된 숲길은 이내 가파른 경사로 이어진다. 능선부에 올라서니 시야가 트이고, 현천동 자연마을이 눈 아래 펼쳐진다. 시야를 멀리 하면 향동지구 아파트숲 너머로 웅장한 북한산 주봉들이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숲과 참나무숲이 교대로 이어지는 숲길은 호젓한 오솔길의 정취를 즐기기에 좋다. 

홍종희 회장은 “사방이 탁 트인 헬기장도 있고, 운동시설과 벤치, 정자도 있어서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며 대덕산 능선길을 자랑한다. 

능선길 중간지점에서 만나는 운동시설과 쉼터.

정상부에 도착하니 군부대가 나타나고, 울타리를 따라 안전하게 정비된 산책로가 길을 열어준다. 정상부 산책로 개방을 계기로 덕양구청에서도 산책로 주변의 덤불 정리작업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정상부에서 서쪽 사면으로 한동안 걸어가니 또다시 넓은 공터가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대덕산 최고의 전망 포인트다. 남쪽으로는 한강의 넉넉한 물길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마곡철교와 방화대교 너머로 행주대첩비가 우뚝한 덕양산, 강 건너 서울 양천구 개화산, 더 멀리 인천 계양산의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덕산 서남쪽 전망포인트에서 바라본 경관. 한강을 가로지른 마곡철교와 방화대교 너머로 덕양산과 개화산이 조망된다.

홍종희 회장은 “동쪽으로는 일출을, 서쪽으로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명당”이라고 소개했다. 과거 군사시설로 쓰였던 이곳에는 비상시 통신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쇠종과 깃대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풍경도 스토리도 흥미진진하다. 

등산로 곳곳에는 커다란 빗자루가 걸려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자발적인 애정으로 산길을 쓸고 정비하는 주민들이 많다는 얘기다. 홍 회장은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아온 현천동 주민들과 새롭게 입주한 덕은지구 주민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곳이기에, 대덕산 정상부 개방이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산길을 제대로 정비하는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지도를 만들고, 이정표와 안내판을 세우고, 낡은 시설을 새롭게 손보는 작업을 주민들과 함께 차근차근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고립된 시간을 보내다가 비로소 주민 품에 돌아온 대덕산의 멋진 변신을 기대해보자.

산자락의 재배시설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양묘장이고, 그 옆으로는 서울-문산고속도로 진출램프가 강변북로로 이어지는다. 멀리 인천 계양산의 모습이 선명하다. 
등산로 곳곳에 걸려있는 빗자루. 자발적으로 대덕산 등산로를 가꾸는 주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대덕산 서남쪽 전망포인트는 과거 군사시설로 사용됐던 장소다. 비상 통신수단으로 이용됐던 쇠종과 깃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