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공장‘알바’로 세상 배우다
명문대‧외국계회사 출신 김로운 작가 ‘중년 여성의 품위 있는 알바 생활’ 출간
브런치 누적 34만 기록한 에세이
[고양신문] “버스도 잘 안 다니는 외곽 지역 논밭 가운데 몇몇 작은 공장들이 있었고 그중 하나가 우리가 가는 아이돌 음반 포장 공장이었다. 제법 큰 포장 회사인데 대형 창고형이었다. 공장 입구로 들어가는데 그 앞 공터에 대형 운반 트럭도 서 있었지만 자동차들이 20여대 있었다. 그중에는 벤츠, BMW 등 반짝이는 외제차들도 있었다. 그러나 함께 탄 다른 아줌마들이 차를 보며 ‘누구누구 왔네’하고 말했다. 나는 내귀를 의심했다. 나는 공장 알바 다니는 아줌마들은 다 형편이 어려운 줄 알았다. 그건 내 생각을 뒤집는 일이었다.”
고양시에 사는 소위 ‘경력단절 여성’이 뒤늦게 공장에서 일을 한 경험을 책으로 펴내 눈길을 끈다. 『중년 여성의 품위 있는 알바 생활』은 김로운(필명) 작가의 생생한 ‘공장 알바 체험기’다. 김 작가가 일을 시작하면서 스토리 블로그 ‘브런치’에 올린 글이 누적 조회수 34만을 넘어서고, ‘밀리의 서재’ 자유 연재 ‘밀리로드 밀어주리’ 월간 및 주간 톱10 중 1위를 하는 등 주목을 끌면서 책으로도 나왔다.
책에는 작가가 공장, 대형 온라인 유통센터 등에서 몸으로 하는 노동, 부당한 대우,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 등 현장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벤츠를 타고 공장 ‘알바’를 나오는 이들, 걸그룹 옷차림의 외국인 노동자, ‘못된 언니’, ‘화와 짜증에 찬 사람들’ 등 다양한 이들, 황당한 상황을 작가는 1인칭 시점이지만 매우 담담하게 담아내어 오히려 공감을 주고 있다.
“우울한 얘기도 경쾌하게, 찝찝한 얘기도 솔직하게, 그래서 재미나다. 모처럼 인류학 보고서의 풍부한 디테일을 가진 에세이를 읽었다.”
전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의 추천글이다.
김 작가가 지방의 유명한 명문고, 명문대 출신으로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외국계 회사에 다녔다는 이력도 반전 포인트다. 20대 시절, 회사 생활이 녹록지는 않았지만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결혼하고 아들 둘을 낳아 한국의 ‘워킹맘’이 된 다음부터는 드라마 주인공처럼 24시간이 부족한 생활이 시작됐다. 결국 전업주부를 선택했고, 고학력에 넘치는 자존감의 작가도 우울증에 시달리며 좌절을 경험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다시 일을 찾았지만 긴 공백기는 학벌로도 이기기 어려웠다.
“우연히 첫 회를 읽고 완독하게 되었다.” “이제 주인공의 나이가 되니 노동의 가치를 느끼게 되었다.”
브런치 연재 당시 달려있는 댓글에는 응원과 공감이 가득하다. 특히 작가, 주인공이 만난 다양한 사람들은 이웃이자 우리의 얼굴인데 의외의 설정과 친숙함이 묘하게 만난다. 못된 왕언니와 천사같은 반장언니, 갑질하는 상사와 무심하게 챙겨주는 또 다른 상사. 빌라에 방 얻어 합숙하는 불법 이민 노동자, 매일 아침 전화 한 통으로 이들을 빈자리에 꽂아주는 인력알선업체들. 작가가 용감하게 일터로 나서지 않았다면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 몰랐을 풍경이다.
“고양시 외곽으로는 공장들이 진짜 많아요. 논밭 가운데 그리고 산기슭에 대규모 의류 보관 창고, 포장 공장도 밀집되어 있습니다. 40대와 50대 아줌마들은 육체 노동이 아니면 갈 곳이 거의 없어요. 식당이나 공장인 거죠. 공장 현장에서 만나는 생계형 중년 여성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현재 고양시에 살고 있는 작가는 이름과 얼굴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 작가는 “이제 막 첫 책을 냈는데 작가라니 쑥스럽지만 현재는 외국인 여성 노동자가 한국에 와서 한국 남자와 사랑에 빠진 로맨스 소설을 브런치 스토리에 올리고 있는데 완결해서 책으로 내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