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냉증이 심해 추위와 통증까지 느낀다면
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겨울이 되면 우리 몸은 추위에 대한 적응을 시험받는다. 추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증상이 수족냉증(手足冷症)인데,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알아보자.
수족냉증이란 다른 사람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한 온도에서도 손발이 차가워지고 시려서 일상생활에 불편이 큰 상태를 말한다,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면 손발이 시리다 못해 통증까지 느끼게 된다.
수족냉증 증상은 추운 곳뿐 아니라 따뜻한 곳에서도 손발이 시리듯 찬 경우가 많다. 통증까지 진행돼 뼛속까지 차갑게 느끼면 이는 심각한 건강의 문제가 되고 동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다리가 차갑고 뼈가 시려서 잠조차 제대로 자기 힘들 수 있다.
손발이 차가운 것에는 크게 2가지 요소가 작용한다고 보면 된다. 하나는 추위를 이겨낼 정도의 충분한 체열을 생산하지 못하는 대사기능의 저하다. 또 다른 하나는 말단까지 대사의 원료가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2가지 요소에서 다양한 생리·병리적 요인을 찾을 수 있지만, 크게 보면 방해요소가 있는가와 힘이 부족한가로 구분할 수 있다.
대사기능을 방해하는 요소나 순환을 방해하는 요소를 단순하게 표현하면 노폐물, 독소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몸에 때가 껴서 기능을 온전히 못 하는 것이다. 상하수도관이 오래되면 점점 때가 껴서 흐름이 안 좋아지는 것과 같은 형상이다. 따라서 수족냉증 치료의 첫 포인트는 말단의 순환을 방해하는 노폐물을 먼저 제거하는 것이다.
한방에서 기의 순환과 단전이란 용어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단전이란 인체의 물질적인 중심인 정(精)을 관리하는 곳이며, 기가 모이는 인체 구조와 기능의 핵심이다. 최근에 스포츠학에서 말하는 코어 운동의 중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단전이 정체되면 사지 말단으로 기운이 전달되지 않으며 특히 허리 아래쪽과 어깨 아래쪽으로 기운이 전달되지 않는다. 아울러 기화(氣化: 물질이 에너지화되는) 작용이 활발하지 못해 손발에 힘이 없고 차가워지는 것을 가중한다. 그러므로 한방에서 수족냉증 치료의 핵심은 단전의 정체를 풀고 단련하며 수승화강을 이루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비주사말(脾主四末)’이란 개념이 있다. 소화기가 약한 경우 손발이 차가워질 수 있고 역으로 운동으로 손발을 많이 움직여주면 소화기도 좋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근육이 부족한 마른 체형일 경우에는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으로 몸 온도를 높여줄 수 있다.
수족냉증 환자들이 만성 장염, 변비, 설사 등 소화기 장애를 함께 호소하는 경우와 체했을 때 손발이 싸늘해지는 것은 그런 이치 때문이다. 따라서 소화 기능을 회복하는 방향과 사지 말단의 순환을 도와주는 운동을 통해 선순환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체온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려면 먼저 혈액이 몸속 구석구석까지 흘러야 한다. 그런데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 세포에 산소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사 활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방에서 말하는 혈허(血虛) 상황, 즉 혈액이 부족한 빈혈의 상태와 혈액량 자체는 넉넉하나 산소를 붙들고 운반하는 혈구의 힘이 약한 상태가 되면 순환이 잘 안 되거나 필요한 에너지와 열을 발생시키지 못한다.
수족냉증은 그 원인에 따른 적절한 한방치료와 생활 관리를 필요로 한다. 전통적으로 한의학에서는 한약으로 수족냉증의 원인을 제거하고 몸을 보해 이를 완화하도록 치료해 왔다. 치료 방법으로는 노폐물을 제거하고 수승화강을 이루어 기와 혈의 부조화를 바로잡고, 진단에 따라 비장 기능을 돕고 혈허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을 내린다.
또한, 침으로 인체의 기혈 순환을 조절해 어혈과 담음(부기, 노폐물, 운동성 저하로 오래 정체된 혈액 등), 외사부(감기를 비롯한 외부의 요인으로 이루어진 산물) 등을 몰아내 수족냉증의 원인을 제거해 치료를 보조한다. 그리고 수족냉증을 비롯한 냉증(冷症)의 경우 뜸을 떠서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기를 순환시킴으로써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치료 후에도 절대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생명의 고리인 수승화강을 이룰 수 있도록 생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