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공연작 소품·의상 6만점 '한자리'... 화제작 체험·감상도

[공감공간] 파주 국립극장 무대예술지원센터

2025-01-08     유경종 기자

지난해 8월 헤이리예술마을 인근에 문열어
공연예술 관련 장치·소품·의상 수장고 역할
전시, 공연, 체험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인근에 지난해 8월 새롭게 개장한 '국립극장 무대예술지원센터'. 

[고양신문] 파주 통일동산 주변에는 오두산통일전망대, 헤이리예술마을, 프로방스마을이 인접하고 있어  일찍부터 여유롭고 쾌적한 나들이 코스로 사랑 받아왔다. 여기에 최근 몇 년 동안 국립 기관들의 분관이 연이어 건립되며 높은 수준과 전문성을 담보하는 문화체험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2021년 경기북부 첫 국립박물관으로 문을 연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 이어 2023년에는 전통 건축물의 보존과 관리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가 개관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9월 27일에 국립극장이 운영하는 무대예술지원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어 더욱 다채롭고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넓은 부지가 선사하는 시원한 개방감   

헤이리예술마을 바로 옆에 사이 좋게 모여 있는 세 공간의 공통된 특징은 소장품을 보관하는 수장고와 방문객을 맞이하는 전시체험공간을 하나의 건물 안에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넓고 현대화된 공간 확장이 절실했던 국립기관들의 요구와 파주시가 보유한 넓은 부지, 자유로로 연결되는 편리한 교통여건이 맞아떨어져 통일동산 일원이 국립 문화예술기관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가까이에 있는 고양시민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최근에 개관한 국립극장 무대예술지원센터를 찾아가보자. 첫인상은 한마디로 “탁 트였네!”였다. 넉넉한 야외주차장과 앞마당, 수평으로 펼쳐진 건물의 경관이 시각적으로 시원한 개방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이 공간의 1차 용도는 ‘국립’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극단, 무용단, 오페라단, 창극단, 발레단, 예술단 등 다양한 국공립 공연예술단체들이 사용했던 무대장치와 소품, 의상 등을 보관하기 위한 수장고다. 9000㎡에 이르는 수장고에는 30여 작품의 무대장치와 1만 점의 소품, 5만 점의 무대의상을 보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제작과 수선을 위한 공간도 함께 자리하고 있어 공연용품 활용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관람 공간이자 실제 공연무대인 체험극장 '쏙'. 

실감나는 체험극장과 무대 스튜디오

방문객 입장에서는 공간의 2차 용도인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콘셉트에 눈길이 간다.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공연예술을 소재로 하는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어서다. 입구에서 기념티켓을 발권받은 후 1층 로비로 들어서면 체험극장 ‘쏙’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서양 최초의 석조 실내극장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이곳은 실제 무대세트와 객석은 물론, 무대 뒤 사람들의 공간인 스태프룸과 배우들의 분장실이 있는 백스테이지까지 사실적으로 구현해놓았다.

덕분에 관객들은 객석과 무대는 물론, 평소 들어가보지 못했던 백스테이지를 넘나들며 공연예술이 탄생하는 다양한 공간들을 실감나게 살펴볼 수 있다. 분장실 한쪽에는 실제 공연에 사용됐던 의상과 소품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됐다.   

백스테이지의 출연배우 분장실 체험존. 

단순히 관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연 갈라쇼, 공연영상 상영, 예술인과의 만남, 문화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체험극장 쏙에서 펼쳐진다. 현재는 화제의 원작을 각색해 인기리에 공연됐던 서울예술단의 창작뮤지컬 <신과 함께>의 반원형 무대가 꾸며져 있다. 

체험극장 맞은편 스튜디오로 들어서니, 2023년 국립창극단에서 공연돼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 <정년이>의 실제 무대 세트가 그대로 옮겨놓았다. 창극 공연이 인기리에 열렸던 단성사 건물과 착시효과를 활용해 입체감 있게 그려낸 극장 간판, 요란스러운 상점 이름들을 둘러보고 있자니, 신명이 절로 나는 무대 한가운데로 들어온 듯하다.

갤러리이자 휴식공간인 2층 복도. 

명작의 감동 생생한 전시 콘텐츠 

중앙 계단을 따라 올라온 2층 복도는 푸근한 소파가 놓인 휴식공간이기도 하고, 1층 무대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로열석이기도 하고, 국립공연예술단체의 공연작품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이기도 하다. 

동선은 상설전시실로 이어진다. 상설전시실의 첫 콘텐츠는 동양과 서양에서 등장했던 극장과 무대의 변천사를 일별한 ‘무대역사존’이다. 무대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고대 인도와 그리스 극장에서 시작해 동아시아의 산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극장, 우리나라 최초 극장인 원각사, 오늘날의 국립극장에 이르기까지 각 세대와 문화를 대표하는 극장들의 특징들을 체계적으로 살필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화제작 '동백꽃아가씨'의 의상과 무대를 재연한 코너. 

가장 화려하고 인상적인 코너는 ‘무대미술존’이다. 이곳에서는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국립무용단 <묵향> , 서울예술단 <신과 함께>, 국립오페라단 <동백꽃아가씨>, 국립창극단 <심청가> 등 각 단체 대표작들의 한 장면을 화려한 무대의상과 소품으로 재연해놓았다. ‘찰나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공연예술의 감동이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관람객들에게 전달된다. 또한 가장 안쪽에 자리한 ‘레퍼토리 영상관’에서는 다양한 장르로 올려지는 국립공연예술단체의 공연영상을 고화질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서울예술단의 공연작 '신과 함께'의 한 장면을 표현한 미니어처 전시물. 

이번에는 ‘수장고+전시관’이라는 센터의 특징이 생생하게 구현된 개방형 보관소로 들어가 보자. 수장고 일부를 개방한 이곳은 실제 공연에 사용됐던 수많은 무대장치와 의상, 소품이 차곡차곡 정리된 공간이다. 공연 성격에 따라 사실적으로 만들어진 소품도 있고, 예술성과 추상성이 두드러지는 소품들도 있다. 멀리서만 바라봤던 각종 소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무대 뒤 스태프들의 수고와 무대 위 연기자들의 열정을 동시에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실제 국립극장 무대에 올랐던 각종 소품과 의상들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개방형 보관소.

무대예술에 대한 애정 ‘업그레이드’ 

모든 예술장르가 그렇지만, 무대예술 역시 아는 만큼 보이게 마련이고 애정을 갖는 크기만큼 감동과 재미가 더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무대예술지원센터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 전반을 바라보는 관심과 감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공간이 될 것 같다. 공연을 자주 즐기는 무대예술 마니아들은 물론,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색다른 주말을 보내고픈 이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나들이 장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입장료는 무료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앞서 고양시민에게도 반가운 곳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부럽기도 하다. 도시규모가 훨씬 큰 고양시에는 왜 이런 매력적인 국립 문화예술 공간이 아직 없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최근 새롭게 들려온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일산호수공원에 추진한다는 소식, 그리고 논의가 잠시 가라앉은 국립고궁박물관 분관 계획이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국립극장 무대예술지원센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로 16
문의  031-870-9110 

국립창극단에서 공연한 '정년이'의 무대 세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관람형 스튜디오. 
2층 로비는 아래층 처험극장 무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로열석이기도 하다.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지난해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도 공연돼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국립창극단의 작품 '심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