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산 정상에 35억 들여 ‘전망대' 설치한다
경기도, 이기헌 의원 요청한 특조금 배정 정발산공원 둘레길 정비사업도 8억 확보 “일산의 새로운 랜드마크” 기대도 있지만 “경관·생태 훼손될까…” 우려의 목소리도
[고양신문] 정발산공원 정상부에 전망대를 설치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경기도는 ‘정발산공원 전망대 설치사업’을 포함해 2024 특별조정교부금(이하 특조금) 내역을 발표했다. 정발산공원 전망대 설치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35억원으로, 고양시에 특조금으로 배분된 41건의 사업 중 가장 큰 금액이다.
경기도 특조금은 지역 국회의원, 또는 도의원의 제안을 검토해 고양시가 신청하고, 경기도의 타당성 심의를 거쳐 확정·교부되는 예산이다. 정발산공원 전망대 설치사업을 추진한 이기헌 국회의원(고양병,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관련 현수막을 지역에 내걸어 특조금 확정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이와 함께 ‘정발산공원 둘레길 정비사업’ 역시 행정안전부로부터 특별교부세 8억원의 예산을 따냈다. 고양아람누리 뒤편에서 시작해 현재 둘레길이 연결돼 있지 않은 정발산 남쪽 기슭을 따라 정발중학교와 여래사 인근까지 데크 형태의 둘레길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기헌 의원은 “전망대 설치와 둘레길 정비사업은 일산의 미래비전인 일산 문화예술벨트 그린로드(도보축) 조성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일산의 서남쪽 K-컬처밸리~방송영상밸리에서 시작해 일산호수공원~국립현대미술관 일산관을 거쳐 일산문화광장~고양아람누리~정발산공원~밤리단길~경의로숲길~모당공원~안곡습지~고봉산으로 이어지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의원은 “특히 새로 만들어질 정발산 전망대가 본격적으로 가속도가 붙은 국립현대미술관 일산관 추진과 맞물려 커다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산신도시의 대표적 도심공원이자 유일한 녹지공간인 정발산공원에 전망대가 추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정발산을 즐겨 찾는다는 한 주민은 “30년이 넘어가는 일산은 아파트가 노후화되고 주민들도 노령화돼 도시가 정체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발산 정상부에 도시 이미지를 바꿔줄 랜드마크가 만들어진다면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역에 거주하는 한 원로작가는 “정발산이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은 주민들에게 정서적 편안함을 안겨주는 88m의 나지막한 능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관을 해치는 인공 구조물을 정상부에 세우겠다는 것은 불필요한 발상”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생태적 관점에서의 우려도 나왔다. 오랫동안 정발산의 동식물을 모니터링해온 (사)에코코리아 이은정 사무처장은 “정발산은 일산의 가장 중요한 생물서식처다. 주변이 모두 도심으로 개발된 일산에서 생물들이 갈 곳이 정발산 숲밖에 없다”면서 “전망대나 데크길을 만들기 전에 생물들의 서식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생태축(호수공원~정발산~고봉산)부터 연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정발산공원 전망대 설치사업은 담당부서인 푸른도시사업소 일산공원관리과가 추진한다. 부서 관계자는 “구체적인 규모나 형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면서 “35억원 규모에서 조성 가능한 전망대의 기존 사례들을 검토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기본 설계를 하는 데에만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기헌 의원실은 “정발산 전망대 설치는 오래 전부터 많은 주민들이 염원했던 사업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경관과 생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면서 “시민과 전문가, 시의회와 행정부 간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이끌어내며 가장 바람직한 모델을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