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칼럼] 최소한의 상식이 흔들리는 극단의 시대

2025-01-20     신지혜 기본소득당 최고위원

[고양신문] 드디어 내란수괴가 관저에서 나와 구치소에 구금됐다. ‘윤석열 체포’ 뉴스 자막에 수많은 시민이 환호할 무렵, 관저 앞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체포 영장 집행을 막으려 내뱉었던 말도 보도되기 시작했다. 진짜 갈 데까지 갔구나 싶은 말이 귀에 꽂혔다. 나경원 의원이 했다는 “아무리 살인범 현행범이라 해도 법이 살아있어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현행범은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체포돼야 법이 살아있는 것이다. 하물며 살인범 현행범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내란죄 피의자가 범죄 증거를 찾으려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막고 공수처의 출석 요구도 번번이 무시했다. 보통의 국민이라면 애초에 체포됐을 텐데 경호처를 사병처럼 부리며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적으로 방해했다. 권력 앞에 법이 고꾸라지는 것을 똑똑히 지켜보며 헌법을 수호할 자격조차 없는 자를 대통령이라는 권좌에서 반드시 끌어내야 한다는 확신만 키웠다. 그런데도 헌법기관이면서 판사 출신인 국회의원이 법원이 발부한 체포 영장을 부정하며 마치 내란수괴의 인권을 침해한 듯한 발언으로 지지자들을 선동한 것이다.  

내란수괴는 체포된 뒤에도 묵비권을 행사 중이다. 재판을 통해 형이 확정될 때까지 피의자가 행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셈이다. 이 권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민주주의 위에 세워진 것이다. 불법적인 계엄 선포로 민주주의를 앗아가려 한 자도 파렴치하게도 형 확정까지 인권 보장을 받는 게 민주주의의 상식이다. 나 의원의 발언이 문제인 것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법의 잣대를 윤석열과 약자에게 다르게 들이대기 때문이다.  

헌법을 유린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논리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 [사진=오마이뉴스 ⓒ남소연]

나 의원은 지난 여름 국민의힘 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강경 보수를 자처하며 했던 공약은 외국인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월급을 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윤석열 법전’을 들이밀며 체포영장 집행에서 윤석열 예외를 주장하며 특권을 외치는 한편, 외국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외치며 헌법을 어기자고 선동한다. ‘법 앞에 평등 원칙’을 내란수괴에게는 특권으로, 약자에겐 인권 침해로 허무는 것이 내란 사태로 드러난 보수의 본색인 셈이다. 

윤석열은 야당의 ‘입법 독재’ 때문에 정부가 하려는 일이 번번이 가로막힐 뿐만 아니라 예산까지 수정해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며, 헌법 수호를 위해 ‘반국가세력’에 경고하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마저 윤석열 측에 국회의 반국가적 활동이 무엇이냐고 물어야 할 정도로 망상처럼 들리는 궤변이다. 제 뜻대로 하지 않는 상대를 ‘반국가세력’이라 부르고, 국회 봉쇄, 정치활동 및 집회 금지 등 민주주의를 억압하려 한 자가 ‘독재’라는 말을 오용하는 현실이 민주주의 위기 그 자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으로는 한참이나 부족할 만큼 다른 세계에 사는 듯 최소한의 상식이 흔들리는 극단의 시대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최고위원

내란수괴와 공범들은 공공의 적을 향한 혐오를 선동하며 자기들만의 결속을 다지며 최소한의 평등 원칙도 무너뜨리고 있다. 모두가 가져야 할 민주주의 상식을 다시 세워야 하는 끔찍함을 매번 마주한다. 갈라침의 통치를 뚫고 흔들리는 상식을 바로 세우자고 손 내미는 연대가 극단의 시대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