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만 남은 벽제관과 북한산성 행궁, 3D 영상으로 복원

건물 볼 수 없었던 고양시 국가유산 디지털 기술 복원으로 옛 모습 생생 “실물 원형 복원 노력 최선 다할 것”

2025-01-23     유경종 기자
3D 콘텐츠로 복원된 벽제관 전경. [이미지제공=고양시]

[고양신문] 고양시가 벽제관과 북한산성 행궁의 모습을 3D 영상 이미지로 복원했다. 그동안 ‘벽제관지’와 ‘행궁지’라는 건물터만 볼 수 있었는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복원을 통해 과거의 웅장했던 모습을 3D 동영상 콘텐츠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외교 현장 벽제관, 임시 궁궐 행궁

벽제관은 조선시대 전국 31개 객관 중 하나로서 1467년 최초 건립됐고, 고양군 읍치를 옮기면서 1625년 현재 위치인 덕양구 고양동에 건축됐다. 조선시대 한양과 의주를 연결하는 의주길 초입의 객관으로서 당시 중국과의 대외 관계를 증명해 주는 중요한 건물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에 소실돼 터만 남았고 1965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북한산성 행궁은 조선의 수도 한양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축성된 북한산성에 자리 잡은 궁궐이었다. 왕과 왕비가 생활하는 내전, 왕과 신하들이 함께 집무를 보는 외전 등 총 129칸 규모로 지어졌다. 북한산성 행궁은 산성이 축성된 다음해인 1712년 건축됐고, 1893년 수리 기록으로 보아 20세기 말까지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1915년 대홍수로 매몰돼 터만 남아있고, 2007년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3D 콘텐츠로 복원된 북한산성 행궁 전경. [이미지제공=고양시]

국가유산청과 종합정비계획 수립 

고양시 문화유산정책팀 관계자는 “벽제관과 북한산성 행궁은 고양시에 소재한 매우 소중한  유적으로, 3D 콘텐츠 복원에 이어 잃어버린 원형을 온전히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벽제관은 지난 1998년 최초로 발굴조사를 진행하면서 유적의 전반적인 현황은 파악했으나 복원을 뒷받침해 줄 학술고증자료가 부족해 건축물 복원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8년 국가유산청과 함께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벽제관 복원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3D 콘텐츠로 복원된 벽제관(정청, 좌익헌, 우익헌). [이미지제공=고양시]

시 관계자는 “벽제관의 원형 복원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2021년 정밀 발굴조사를 실시했고, 담장과 부속 건물 유구 등을 새롭게 발견했다. 하지만 벽제관 영역을 점유한 도로나 인접한 사유지 등의 문제로 원형 복원을 단기간에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벽제관과 달리 북한산성 행궁은 20세기 전반에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 등이 다수 존재한다. 또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발굴 조사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행궁을 구성하는 모든 건축물에 대한 학술고증자료를 확보했고, 2019년 종합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북한산성 행궁 원형 복원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북한산 중턱에 있는 위치적 특성상 오랜 시간과 예산이 수반되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우선 건축 유구 정비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3D 콘텐츠로 복원된 북한산성 행궁(내전). [이미지제공=고양시]

복원된 3D 영상, 다양한 활용 기대

벽제관과 북한산성 행궁 디지털 복원은 국가유산청의 문화유산 디지털 대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2023년 9월부터 추진됐다. 시는 이번 3D 디지털 복원을 위해 그동안 확보한 고지도, 사진, 발굴조사 보고서 등 자료와 함께 문화유산위원 등 각계 전문가의 고증과 검토를 꼼꼼히 거쳤다.

먼저 벽제관은 입구였던 삼문을 시작으로 중심 건물 정청과 좌우에 연결된 익헌, 삼문과 정청을 연결해 주는 보도인 월대와 담장을 복원했고,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 부속 건물인 육각정까지도 재현했다. 또 조선시대 당시 식생을 반영해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벽제관 모습도 담았다.

3D 콘텐츠로 복원된 벽제관 전경. [이미지제공=고양시]

북한산성 행궁은 1808년에 편찬된 ‘만기요람(萬機要覽)’에 근거해 129칸 모습을 모두 재현했다. 내부에는 내전, 행각, 내문, 수라간 등이 있고, 외부에는 외전, 중문, 행각, 월랑, 외문 등 전체적인 모습이 담겼다. 또 계단과 단청 등 세부적 형태와 함께 북한산성 행궁의 사계절 모습을 구현했다. 특히 북한산성 행궁 디지털 복원 자료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북한산성의 국내외 홍보 자료로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벽제관과 북한산성 행궁의 디지털 복원 영상은 온라인 ‘고양사이버역사박물관’과 유적지에 설치된 대형 키오스크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벽제관지에 설치된 키오스크. [이미지제공=고양시]
3D 콘텐츠로 복원된 북한산성 행궁(외전, 외대문) [이미지제공=고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