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공간이 필요한 시대

[높빛시론]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2025-01-23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고양신문]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로제의 '아파트'라는 노래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아파트는 극히 최근에 만들어진 주거양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주거양식이다. 아파트는 부족한 도시의 토지자원을 극대화하여 이용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도입되었다. 산업화와 더불어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주택부족 문제가 발생하자 아파트가 대안으로 도입되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약 9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고, 전체 인구의 약 60%가 수도권에 집중하여 살고 있다. 도시 인구집중과 수도권 인구집중은 다양한 토지문제와 주택문제를 가져왔다.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수도권 신도시 조성과 아파트 건축은 이와 같은 사회적 현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산림이 전 국토의 60%임에도 불구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은 산보다 더 높은 아파트 경관에 더 익숙해져 있다. 아파트 문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도시 인구집중이 급격하게 진행된 많은 국가에서 아파트를 주택문제 해결 대안으로 도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 인구집중 못지않게 1인 가구의 증가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핵개인화라고도 한다. 농업기반사회였던 과거 우리나라의 가족 구성은 조부모, 부모, 손자들의 3대가 함께 사는 것이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2대가 함께 사는 핵가족화가 촉진되었다. 현재 우리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핵가족을 염두에 두고 건축되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가구는 1인 가구이다.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35%를 넘어서고 있다. 주로 공급되고 있는 아파트는 핵가족을 위한 주거공간이지만  가구 구성은 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어 주택 양식과  가구 구성에 부조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핵가족을 위한 아파트가 아니라 1인 가구를 위한 아파트가 주로 건축되는 것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가전제품이나 음식물 포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주거 양식 또한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함께 고민해 볼 문제가 공유공간이다. 1인 가구가 사는 집에는 세탁실이나 주방, 거실 등의 공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신 이런 공간을 공유공간으로 해결할 경우 공간의 효율적 이용이 증가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환경적 효용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공유공간의 사례로는 공유주방, 식당. 세탁실, 운동시설, 작은 도서관, 회의실, 거실이나 라운지, 휴게공간, 여가나 취미, 업무 등을 위한 공간 등 매우 다양하다. 최근에는 이런 필요성에 따라 상업화된 다양한 공유공간들도 등장하고 있다. 

공유공간은 사회적 연결을 증진시켜줄 수 있다. 공유 공간은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고 교류하는 장소로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사회적 연결망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이곳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공유공간은 공유공간 운영 관련 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소비를 촉진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공유공간은 물건과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공유공간이 집중된 지역은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대기오염을 줄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공유공간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휴식과 여가를 제공하여 스트레스를 해소와 정신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유공간은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현대 도시가 가지고 있는 사회, 경제, 환경,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본의 사례이다. 비혼으로 혼자 살던 노년의 여성이 허리수술 후 당분간 거동이 어렵게 되었다. 간병인이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식사와 청소 등을 해결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여성의 경우에는 평소 공유공간에서 독서토론을 하면서 만났던 주변 사람들이 당번을 정해 음식과 청소 등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여도 공용공간을 통한 활발한 사회적 유대가 유지될 경우 덜 외롭고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핵가족화 이후 가족이나 개인단위의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현대사회는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 이후 대면 접촉 기회 감소 등으로 개인적인 고립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개인화 또는 개인적 고립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다양한 공유공간 확대 및 이를 위한 지원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는 단지 정부 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시민참여, 민간 부문의 참여도 함께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