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잘사는 ‘산림르네상스’ 열자

건강넷·고양신문·사과나무의료재단 ‘월요시민강좌’

2025-02-27     정미경 전문기자

'지구, 인류 그리고 생명의 숲' 주제로   
남성현 전 산림청장 초청 강연
“보존과 이용, 지혜로운 균형 필요” 

건강넷 월요시민강좌에 초청돼 '숲으로 잘 사는 산림르네상스'를 역설한 남성현 전 산림청장. 

[고양신문] 건강넷, 고양신문, 사과나무의료재단이 함께 하는 월요시민강좌가 24일 저녁 사과나무교육센터 대강의실에서 열렸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이 '지구, 인류 그리고 생명의 숲'을 주제로, ‘숲으로 잘사는 산림르네상스’에 대해 열강을 펼쳤다. ▲우리에게 산림은 자원일까, 자연일까? ▲환경과 경제, 공익과 사익 간의 갈등은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숲을 어떻게 관리해야 삶터, 쉼터, 일터가 될 수 있을까?를 묻고 답하는 시간이었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은 젊은 시절 산림청에 입사한 후 평생 한길을 걸어온 농학박사다. 국립산림과학원장으로 재직한 그는 현재 국민대학교 석좌교수다. 반백 년 가까이 숲과 관련된 일을 해온 전문가답게, 2시간 동안 거침없이 내공을 드러냈다.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흥미를 돋우었고, 구수한 입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글로벌 이슈와 메가 트렌드를 바탕으로 산림 정책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하는 열정 덕분에, 강연 후 이어진 차담에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저를 보고 ‘산림청장이 아니라 산림파괴청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팩트체크를 통해 오해는 바로잡고, 산림 치유와 관련해서도 말씀을 드리겠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구, 인류, 생명의 숲 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현재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으로, 2100년에는 100억 명까지 늘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많은 인류가 살아가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가장 먼저 지구를 살려야 됩니다. 지구가 살려면 숲이 살아야지요. 인간에게도 건강한 숲이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숲은 바라보기만 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숲을 이용할 줄 아는 산림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글로벌 산림 강국으로 만들자는 의미입니다.”

강좌 참가자들은 풍부한 정보와 선명한 견해를 제시한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나라 인구 5100만 명 중 산림 소유자는 220만 명이다. 이들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산을 자원으로 보지만, 일반 국민이나 환경단체는 산을 자연으로 본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공익과 사익 간의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까.

지금까지 우리는 공익을 우선시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그린벨트나 산림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된 개인 소유의 산은 따라서 개발을 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따르고 있는 우리나라는,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면 국가가 보상을 해줘야 된다”고 말했다. 공익과 사익이 합리적인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와 환경이 충돌한 사례도 설명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의 일이다.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에 스키장을 건설하면서 환경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가리왕산은 산림청이 관할하는 산림 유전자 보호구역이었지만, 국제 규격의 스키장을 건설하려면 산을 깎고 곤돌라를 설치해야 했다. 강원도, 정선군, 산림청, 환경단체 등이 조정을 거쳐, 올림픽 후에는 원상 복구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정선군이 생태관광의 명소로 부상하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1년에 30만 명이 방문해 곤돌라를 이용한 덕분이다. 스키장 주변의 일부는 이미 복구한 상태이지만, 올 6월에는 완전복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무엇이 정답일까.

숲은 오래전부터 삶의 터전이었다. 현재 인류 생존을 위협할 5대 위험으로는 물 부족, 기상 이변, 기후변화, 식량위기, 생물다양성 감소로 요약된다. 모두 숲과 관련이 있는 위험요소이다. 하지만 숲의 자원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보존할 숲은 반드시 보존해야 하고, 나머지 숲은 인류의 삶을 위해 활용해야 된다는 의미다. 

그의 숲철학은 “숲의 자원은 모두의 것이니 필요한 만큼만 취하라”이다. 숲이 자란 만큼만 베서 쓰면 된다는 것이다. 산림의 역사가 300년 된 독일도 한쪽에서는 나무를 심고, 한쪽에서는 나무를 벤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이 63%로,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산이 많은 나라다. 산을 잘 보존해야 하지만, 산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하는 나라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난 50년간 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만 투자했고, 우리의 숲은 어느새 고령화됐다. 30살 이하의 나무들은 18%에 불과하다. 나무는 30살이 되면 이산화탄소 흡수율과 산소 배출량이 감소한다.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을 위해서는 일정한 나이에 나무를 베어내고 다시 심으면서 산림자원을 순환시켜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벌목은 환경파괴’라는 관념적 등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그는 “백두대간 등의 원시림이나 자연림은 손대지 않는 게 당연하다. 30%는 절대 보존해야 하고, 나머지 70%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내용이 UN이 정한 기준과 지표이자, 메가 트렌드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산림 과학에 기초한 산림 행정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한쪽으로는 규제하고 한쪽으로는 지원하는 선진국형으로 가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 국민의 삶이 숲을 통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도시 숲과 치유의 숲을 만들고,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도 확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없었다면 100년 후에는 그만한 규모의 정신병원이 생길 것이다”란 말로 숲의 치유 기능을 설명했다. 그밖에도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있는 건강하고 가치 있는 숲, 영농부산물을 파쇄해주는 산불 예방책, 지자체의 국가정원 지정 요구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강연을 경청한 참가자들는 “지속 가능한 숲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다. 무조건 보존만이 답이 아니라는 그의 메시지에 울림이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매달 넷째 주 월요일에 사과나무치과에서 진행되는 월요시민강좌는 3월 24일 나희덕 시인을 초청해 강연을 듣는다. 

강연 후 뒤풀이 모임에도 질문과 답변이 끊이지 않았다. 
"매달 넷째 주 월요일, 건강넷  월요시민강좌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