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교육하는 도시공동체… “경단녀들 인생2막 열었죠”
고양시 협동조합 탐방② 숲이랑 사회적협동조합
50·60대 여성 숲해설가 모여
숲체험 교육, 인식개선 앞장
“숲체험은 최고의 인권교육”
기업 숲 체험 연수도 계획
[고양신문] 도시숲 조성은 그 도시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일산신도시 초기 생태환경이 어우러진 일산호수공원과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숲은 고양시가 지닌 큰 자랑거리 중 하나였다. 개발 일변도 정책으로 인해 과거처럼 주변에서 도시숲을 접할 기회는 점점 줄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숲에 대한 체험과 생태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상황과 맞물려 우리 주변의 생태환경을 되돌아보고 인간사회와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재조명하는 교육활동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고양시 도시숲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협동조합 방식을 통해 운영하는 곳이 있다. 설립 3년차를 맞은 ‘숲이랑’ 사회적협동조합이 그 주인공이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50~60대 여성 숲 해설가들이 모여 결성한 이 협동조합은 숲 체험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생태환경에 대한 의식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력단절 여성들의 새로운 사회활동과 경제적 자립을 추구하며 나아가 도시 안에서의 새로운 공동체 형성을 꿈꾸고 있다.
50대 경단녀 의기투합, 환경 중요성 알리고 경제자립 추구
숲이랑 사회적협동조합은 2022년 3월 5명의 숲 해설가들이 결성했다(현재 조합원 8명). 번역가, 생협 이사장, 어린이도서연구회 사무국장 출신 등 젊은 시절을 치열하게 살았던 이들이 숲을 매개로 인생 2막을 설계하는 데 뜻을 같이한 것. 이사장을 맡은 나은경씨 또한 대안학교인 고양우리학교 교사, 어린이책 작가, 출판사 기획편집자 등 다양한 이력을 가졌다.
“교사생활을 그만두고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숲해설가와 자연환경해설사 교육을 접하게 됐어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수 있고 또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죠. 무엇보다 자연을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스트레스도 덜하고 서로 간의 소통도 더 잘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새로운 삶의 즐거움을 찾은 셈이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나은경 이사장은 지역 내 숲해설가 자격을 취득한 이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모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종의 도시 공동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함께 나이 먹으면서 동네에서 같이 돈도 벌고 일도 하고 수다도 떠는 그런 모임 말이죠. 노후에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자립하려면 이런 친구들이 꼭 필요하잖아요.” 마침 주변에서 협동조합을 하던 친구들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일반협동조합에 비해 설립조건은 까다로웠지만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나 이사장의 구상에 훨씬 더 맞았다.
아직까지는 설립 3년차에 불과한 초보 협동조합이지만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다. 숲이랑의 핵심 사업은 고양시 어린이집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는 숲체험 프로그램이다. 첫해 6개 어린이집 대상으로 시작해 올해는 훨씬 늘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집들 사이에 반응이 좋았던 덕이다. 이외에도 고양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온마을행복학교, 성인대상 산책길 발굴 프로그램, 치매안심센터 노인 대상 숲힐링 프로그램 등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숲체험 교육을 진행해오고 있다.
숲이랑의 미션은 ‘스스로 서고(자립), 서로를 북돋워(협동), 세상을 살린다(상생)’다. 노년을 준비하는 경력단절 여성들이 협동조합 방식의 숲 생태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추구하고 서로 협력하며 지역 내에서 자연을 살리는 실천을 해나간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숲체험 교육은 이러한 목표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요즘 애들은 유튜브 같은 자극적인 미디어를 자주 접하다보니 좀 산만하기도 하고 인내력도 부족해요. 그런데 숲체험 교육을 하면 아이들이 자연을 관찰하고 뛰어놀고 하면서 달라지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작은 개미 한 마리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서로 협력하는지 이런 것들을 직접 배우고 체험하면서 생명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지는 거죠. 호기심과 집중력도 높아지고 아이들끼리 협동심도 생겨나요. 이런 경험에서 비춰볼 때 생태교육만한 인권교육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지자체 지원 끊겼지만… 다양한 자립방안 모색
숲이랑의 또 다른 장점은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강사들 스스로의 역량을 키운다는 것이다. 나 이사장은 “조합이 살아남으려면 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도 내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개개인의 역량도 높일 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도 매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협동조합도 일종의 경제조직인 만큼 시장의 평가를 받기 위해서 스스로의 발전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일반 영리기업과 달리 사회적 가치를 항상 같이 도모한다는 점, 무엇보다 구성원들 각자가 협동조합 주인으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처럼 협동조합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지만 현 정부 들어 사회적경제 영역에 대한 지원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숲이랑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온마을행복학교 사업은 올해 여러 가지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고. 경기도교육청 공모사업 또한 중단됐다. 때문에 숲이랑 구성원들은 올해부터 지원사업에 의지하지 않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교육을 준비 중이다.
“공기업이나 민간 대기업을 대상으로 숲체험 레크리에이션 연수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어요. 워크숍을 가려면 술 마시고 노는 것보다 자연 속에서의 체험활동을 통해 힐링도 되고 단합도 추구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렇게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게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하고 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좀 더 폭넓게 생태나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봐요. 숲체험을 통해 자연이 단순히 하나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협동조합 3년차를 맞이하면서 이제 지역 내 협동조합 네트워크 확대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올해 고양시 협동조합 협의회 총회에서 이사를 맡으면서 타 협동조합과 함께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나은경 이사장은 “내가 즐겁게 활동해야 주변에서도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다는 걸 요즘 들어 느끼고 있다”며 “올해에는 다른 협동조합에도 재능기부를 통해 숲체험 프로그램을 알리는 등 같이 협력할 기회를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