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김삿갓의 고장’ 영월로 봄나들이 가볼까

‘역사 자연 박물관’ 체험관광 메카 옛 탄광촌 지역 관광명소 탈바꿈    한국관광클럽, 고향사랑기부금 전달 영월군 농촌관광협의회와 업무협약

2025-03-20     박경만 전문기자
한국관광클럽 회원들이 지난 14일 영월군 한반도면 서강에 발을 담그며 전통뗏목체험을 하고 있다.

[고양신문] 1960년대 광부들의 애환이 서린 탄광촌이었던 강원도 영월이 60여 년이 지난 지금, 역사와 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청정 관광지이자 농촌 체험관광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영월군의 지도를 펼쳐보면 한반도면, 김삿갓면, 무릉도원면 등 독특한 지명이 유독 많다. 발길 닿는 곳마다 독특한 지명에 걸맞은 특색있는 볼거리가 눈길을 끈다. 한반도면에는 영월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한반도지형’(명승 75호)이 있다. 삼면이 서강에 에워싸여 한반도 모양을 빼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주변 하천은 한반도습지라는 이름으로 람사르습지에 올라있다. 김삿갓면에는 김삿갓으로 알려진 방랑시인 김병연(1807~1863)의 묘와 주거지, 문학관 등이 자리하며, 4억~5억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회암 동굴인 고씨굴(천연기념물 219호)이 있다. 무릉도원면에는 조선시대 문인 양사언이 선녀탕 위 바위에 요선암이란 글씨를 새겨놓은 데서 유래한 요선암, 요선정(천연기념물 543호)이 있고,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법흥사가 자리하고 있다. 

비운의 왕 단종의 한이 서린 땅
영월 관광의 중심은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영월읍이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송림이 어우러진 동강 어라연(명승 14호)과, 서강의 푸른 물 위에 층암절벽이 어우러진 선돌 등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 비경이 두 강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영월읍에는 17살에 왕좌에서 쫓겨나 사약을 받고 숨진 비운의 조선 6대 왕 단종과 얽힌 유적들을 만날 수 있다.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 단종이 마지막 숨을 거둔 관풍헌, 단종의 무덤인 장릉과 단종역사관 등이 그것이다.

한국관광클럽 회원들이 지난 13일 영월관광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457년(세조3)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 청령포에 유배되었다. 청령포는 동, 남, 북쪽으로 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암벽이 솟아 있어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다. 그해 여름 청령포가 홍수에 잠기려 하자 당시 영월부 객사였던 관풍헌으로 단종의 처소가 옮겨졌다. 하지만 유배된 지 4개월 만에 숙부인 세조가 내린 사약을 받고 관풍헌에서 파란만장한 17년의 짧은 삶을 마감했다. 후환이 두려워 돌보는 이가 없었는데 호장 엄흥도가 주검을 수습해 현재 장능의 자리에 암매장했다. 이후 1698년이 돼서야 왕으로 복위되고 묘호를 단종, 능호를 장릉이라 불렀다. 

영월 여행의 출발점은 영월관광센터다. 지상 3층, 연 면적 6494㎡ 규모의 영월관광센터는 미디어 전시관 겸 관광 홍보 시설로 강원 남부권 탄광지역 통합 관광 지원을 위해 폐광 기금 등 279억원을 들여 2021년 건립되었다. 청령포의 굽이지는 강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센터에 들어서면 푸드코트존, 이벤트홀, 로컬푸드 직매장, 미디어 전시관, 미디어 체험존, 상설 전시관, 카페 등이 관광객을 반긴다.

박물관 시장 문화체험 매력
영월관광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문화 체험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이 줄지어 영월을 찾는 이유다. 서강의 오묘한 물줄기가 만들어낸 한반도지형에서 뗏목을 타고 푸른 강물에 발을 담그면 세상 시름이 저만치 달아난다. 아직은 철이 이르지만 신종 수상 레포츠인 리버버깅을 동강에서 즐길 수 있고, 와인 마시며 족욕체험, 쑥개떡 만들기 체험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끈다. 

한국관광클럽 회원들이 지난 14일 영월군 한반도면 서강에서 전통뗏목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관광클럽 회원들이 지난 13일 영월팸투어에서 와인을 마시며 족욕 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관광클럽 회원들이 지난 14일 영월팸투어에서 쑥개떡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관광클럽 회원들이 지난 14일 영월 서부시장에서 지역 음식 체험을 하고 있다.

다양한 박물관도 영월의 자랑거리다. 영월에는 별마로천문대, 동강사진박물관, 라디오스타박물관, 단종역사관, 탄광문화촌, 곤충박물관, 국제현대미술관, 초등교육박물관, 지오뮤지엄, 술샘박물관, 인도미술박물관, 화석박물관, 호야지리박물관, 미디어기자박물관, 동굴생태관, 아프리카미술박물관, 조선민화박물관, 난고김삿갓문학관, 호안다구박물관, 만봉불화박물관 등이 촘촘히 들어서 가히 박물관의 고장으로 부를 만하다. 

전통시장 구경은 영월 관광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지난 14일 영월 서부시장에는 수십 개의 점포가 깔끔하게 조성되어 관광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메밀전병과 메밀배추전, 올챙이국수 등을 내는 후포집 주인장 전순자씨는 “어젯밤 꿈자리가 좋다 했는데 손님들이 많이 찾아줘 기분이 좋다. 코로나 이전에는 상점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는데 요즘에는 손님의 발길이 뜸해 걱정”이라며 자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영월읍 동강 변에 설치된 덕포 5일장에는 냉이, 달래, 씀바귀 등 봄나물과 파종을 위한 씨앗을 비롯해 도시의 대형마트에서 보기 힘든 온갖 상품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종일 북적거렸다. 

고향사랑기부제로 관광객 손짓
영월군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한 맞춤형 관광상품을 내놓고 관광객 유치에 팔을 걷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이나 관심 있는 지방 정부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박철희 영월군 농촌관광협의회 대표는 “영월은 인구 고령화가 심각하고 출산율이 적어 인구가 점점 줄어 도시와 격차가 커지고 있는데,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한국관광클럽 이광현 회장(오른쪽)이 지난 13일 영월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영월군 농촌관광협의회 관계자와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사)한국관광클럽 회원들이 지난 13일 영월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영월군 농촌관광협의회와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과 고향사랑기부금 전달식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한국관광클럽(회장 이광현) 소속 20여 명의 여행사 대표들은 지난 13~14일 팸투어를 통해 영월군의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한 1박2일 관광상품을 직접 체험했다. 앞서 한국관광클럽 회원들은 13일 오전 영월군 농업기술센터 대강당에서 고향사랑기부금 100만원을 전달하고, 영월군 농촌관광협의회와 업무협약식을 맺었다.
두 기관은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해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구축하고, 방문객들에게 다채로운 관광 경험을 제공하는 데 손을 맞잡기로 했다. 엄해순 영월군 자원육성과장은 협약식에서 “영월군은 다른 지역에 비해 보석 같은 관광자원이 많지만 아직 보석을 다듬고 빛을 발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업무협약을 계기로 한국관광클럽에서 영월의 관광자원을 널리 알려 보석처럼 빛나게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이광현 한국관광클럽 회장은 “영월이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고,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관광상품 개발·홍보 등에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