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탄핵을 기다리며 온 땅이 들끓고 있다

2025-03-21     강경민 목사,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
‘100만 시민총집중의 날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야당과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소속 단체 및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권우성 오마이뉴스 기자]

[고양신문] 오늘, 내일 하던 헌재의 탄핵 재판 소식이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아무리 늦어도 이번주 금요일(21일)까지는 탄핵 결정이 나리라는 것이 온 국민의 염원이었고 확신이었다. 그런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어 있던 윤석열이 어느 날 갑자기 석방됐다. 구속 기일을 날 수로 계산하던 것이 지난 70여 년간의 관행이었는데 느닷없이 시간으로 계산하는 해괴한 논리로 내란 우두머리가 석방된 것이다. 몰상식의 극치였다. 법원에서도 그 몰상식을 수습할 길이 없었던지 앞으로는 다시 날로 계산하겠다고 했다. 그 괴상한 논리를 편 지귀영 판사가 정말 만인의 인권 신장을 위해 새로운 시대를 열고 싶었으면 거꾸로 판단했어야 마땅했다. ‘관행대로 날 수로 판단한다. 그러나 시간으로 계산할 여지도 있으니 검찰은 항고해서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보라.’ 이렇게만 했어도 사태가 이렇게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란 우두머리의 석방은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사법 체계의 기초가 붕괴되어 가는 것을 무슨 논거로 막을지 모르겠다. 이 같은 해괴한 논리가 끝없이 확장되어 간다면 이미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내란 동조자들의 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 사법 양심이 무너지고 법꾸라지들의 말 같지 않은 논리만 난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 국회·국민 판단에 맡겨야
국회에서 탄핵 결정이 나려면 재적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국회 의석 획득 과정에서 한 당이 3분의 2 의석을 차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175석으로 압도적 의석을 차지했지만 민주당만으로는 탄핵 결의가 불가능하다. 국회는 대통령과 더불어 국민의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 헌법기관이니 국회 의석 3분의 2 동의를 얻는다는 것은 국회 결의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민심 기반을 획득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삼권분립의 기초를 더 튼튼히 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라는 제3의 기관이 최종 판결을 하도록 신중한 장치를 두었다. 그런데 이번 내란 사태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역사적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고급 공무원을 심판하는 일은 헌재를 통해 심판해도 무방하지만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다. 대통령이 명백한 내란 우두머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최종 판결을 헌재에 맡기는 것은 엄청난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제도임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 것이다. 헌재 재판관은 (마은혁 재판관이 임명된다 하더라도) 겨우 9명인데 이 사람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국회가 재적 3분의 2로 대통령 탄핵을 가결하면 한 달 안에 국민투표에 부쳐 최종 결론을 내리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국론 분열이라는 큰 고통을 치러야겠지만 그런 대가는 어떤 제도를 선택하든 마찬가지다. 예컨대 현재 국민 여론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탄핵 인용(찬성)이 60%이고 기각(반대)이 40%이다. 지난 대선에서 야당이 0.73%로 패배한 것을 상기하면 20%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진실 외면한 국민의힘 정치인에 참담
대통령의 12·3 비상사태 선포가 내란이었다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 한없는 절망과 분노를 느낀다. 실체적 진실을 거부하는 정치는 국민에 대한 거대한 속임수이다. 우리의 역사에서 사기가 난무하는 정치를 상상이나 해봤을까?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국민을 모두 야당 지지자로 생각하는 것은 자신감을 상실한 여당의 착각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지향성은 보수와 진보의 성향이 비교적 뚜렷하다. 그리고 그 비중 역시 어느 한쪽에 치중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선거제도의 공정성이 확보되었던 1987년 이후의 현실을 보면 선거를 통해 보수, 진보가 비교적 고르게 정권을 차지해 왔다. 선거의 공정성만 전제되면 선거를 통해 정권 심판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치, 사회의 안정성이 확보되는 것은 상식임과 동시에 최고의 사회적 축복이다. 이것이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 사회가 누려온 축복이었다. 그래서, 정권을 잡을 수도 있고 정권을 내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왔다. 그런데 내란 수괴 윤석열이 일으킨 12·3 내란은 그렇게 놀라운 축복을 무차별적으로 파괴시킨 것이다.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시킬 수 있는 축복은 그냥 얻은 것이 아니었다. 1910년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이 무너진 뒤, 1919년 3월 1일 대한국민은 일제히 일어나 국권회복을 외쳤다. 어떤 이들은 3·1 독립운동이 실패했다고 떠들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끈질긴 독립운동이었고 위대한 국민 승리였다. 그해 4월 11일 상해에서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는데, 일제에 나라를 바친 대한제국이 아니라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였다. 천신만고 끝에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19년 4월 11일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 것이다. 그렇게 수립된 대한민국은 4·19와 5·18, 6·10 민중항쟁을 거치면서 1987년 오늘의 자유민주주의 헌법 체계를 완성시켰다. 물론 1987 헌법 체계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국민기본권이 더 향상되어야 하고, 더 발전된 지방자치와 나아가서 평화적인 통일 한국을 위한 헌법 체계의 완성을 위해 꾸준히 전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7 헌법 체계는 세계만방에 자랑할 만한 위대한 대한민국의 자유와 정의, 평화와 생명을 담보한 민족사의 쾌거였음이 틀림없다. 

명명백백한 내란, 심판 왜 더디나
그런데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반민족, 반역사적 쿠데타가 윤석열에 의해 자행된 것이다. 12월 3일 밤 10시 30분!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해괴한 발표를 나도 들었다. 육신이 기민하지 못해 그날 밤 여의도로 달려가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한스럽다. 잠을 설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의도에 있다고 했다. 몸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지만, 날이 밝으면 나도 광화문으로 나갈 마음을 굳게 다졌고, 이 나이에 감옥 갈 각오를 하니 한편 결연해졌고 한편 서러웠다. 아, 우리나라가 어찌 이렇게 될 수 있단 말인가! 하나님이 도우시고 국회와 시민들의 기민한 대응으로 그날 밤 내란은 진압되었다. 너무나 명명백백한 내란이었기 때문에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최종 심판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상식이 기준이 된다면 일주일이면 끝나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무슨 법리가 있을테니 조금 길어지는 것을 양해했다. 그런데 지금도 헌재의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럴 수도 있나? 혹 엉뚱한 결론이 나오기라도 하면? 불안감이 스멀거린다. 불안하다는 생각 자체가 망령된 생각이라 생각하고 애써 물리쳤는데. 자꾸 이상한 생각이 몰려온다. 

탄핵이 인용되면 이른바 태극기 부대와 극우 기독교인들의 반응이 일시적으로 극렬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반발은 대한민국 경찰력에 의해 능히 합법적 방식으로 진압되리라 믿는다. 그런데 만일 탄핵이 기각된다면 어찌 될 것인가? 국힘당 관계자는 말한다. 헌재 판결에 우리도 승복할 것이니 민주당도 승복하겠다고 약속하라는 것이다. 정당의 정책 결정이 당리당략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보편적이고 역사적인 원칙을 위반한다면 그러한 정당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12·3 내란을 어느 집단이 정당하다고 옹호할 수 있단 말인가? 만일 헌재가 12·3 내란을 내란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헌재는 국민적 저항과 역사적 심판을 결코 면치 못할 것이다. 수십만 국민이 감옥에 갈 각오로 거리에 쏟아질 것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국민의 염원을 경찰력이나 계엄군의 힘으로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겪은 역사적 체험이다. 이 나라 민주주의는 피로 지켜온 역사의 산물이다. 헌재의 재판관들이 4·19와 5·18의 피맺힌 함성을 외면한다면 자신들만 아니라 이 나라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무거운 짐을 지우게 할 것이다. 탄핵이 기각되어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복귀한다면 어찌 될 것인가?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하야를 강요당할 것이다. 정파적 결론이 아니라 역사적 경험과 예지요, 필연이다. 
헌재 재판관들은 명심하라! 지금 탄핵 인용을 한다 해도 너무 늦었다. 그래도 늦었다 할 때가 빠른 것이다. 역사의 거대한 물결에 순응하길 간곡히 당부한다.

강경민 목사(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

 

강경민 

한반도 평화와 통일 운동을 꾸준하게 실천해온 개신교계 원로목사로,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와 윤석열 폭정종식 그리스도인 모임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