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증후군의 원인과 해법
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만물의 법칙 중 하나가 무언가 시작될 때 가장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침이 힘들고, 월요일이 힘들며 아이들이 유독 새 학기에 힘들어하는 이유다. 새 학기에는 새 교과 과목뿐 아니라 대인 관계도 새로 시작해야 한다. 새 선생님과 새 친구들을 만나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긴장하며 잘 적응하지 못하면 심리적·육체적으로 이상 징후를 보일 수 있다.
보통 담이 약한 아이는 새로운 것에 부담을 느껴 힘들어하고, 비장이 약하면 나른하고 졸리면서 소화 능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 봄이라는 계절에 겪어내야 할 여러 가지 외부환경도 큰 영향을 끼쳐 두통, 식욕저하, 짜증, 수면 불안정, 피로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새 학기 증후군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많다.
사실 봄은 내부환경과 외부환경의 변화 격차가 큰 시기다. 밤과 낮의 기온 차가 심하다 보니 바람이 세지면서 기초체온을 유지하기 어렵다. 봄은 꽃가루와 황사처럼 피부와 코의 점막을 자극하는 물질도 유독 많은 계절이다. 황사나 꽃가루는 온도 차와 습도 차를 극복하지 못해서 건조해진 피부와 코의 점막에 치명적인 부담을 줘 면역체계를 흔들며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한다.
봄은 본래 활력과 건강을 상징하는 계절이다. 들에는 꽃이 피고 우리 마음속에도 의욕이 충만해지며 활동적 상태가 된다. 왕성한 육체 활동을 위해 식욕이 높아지고, 정신적으로도 무언가 하고 싶은 새로운 의지가 샘솟는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세포의 활력을 뒷받침해주는 생산공장, 즉 간(肝) 기능과 재활용 공장인 비장(脾臟)이 건강해야 한다는 점이다.
봄에 적응을 잘하는 사람은 아침형 인간이다. 밤에 잠을 통해 충실히 휴식을 취하고 회복하면 자력으로 가뿐하게 일어나 아침을 산뜻하게 맞을 수 있다.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보약보다도 더 좋은 표현이 필요할 정도로 숙면은 건강의 일등 공신이다. 일찍 자고, 푹 잘 자게 해서 아이들이 아침에 힘차게 웃으면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봄을 좋아하는 사람은 식욕이 왕성하다. 오장육부 중 봄이라는 계절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장부는 간장(肝臟)과 비장(脾臟)이다. 간은 내가 먹은 음식물로 몸에 필요한 성분을 만드는 생산공장이고, 비장은 내 몸에서 한번 사용된 것을 정비해주는 재활용 공장이다.
이 중에서 비장이 약한 사람은 평소에도 조금만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에 걸리거나 식곤증을 느끼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하품이 많으며, 머리가 무겁고 어지럽다며 두통까지 호소한다. 이런 사람은 봄이 되면 입맛이 떨어져 먹는 양이 준다. 또한, 전신이 무겁고 졸리며 조금만 과식해도 식곤증이 드러난다.
성인에게는 춘곤증이 나타나고 아이들에게는 새 학기 증후군으로 드러나곤 하는데, 이는 봄의 육체적 활력을 제공하기 위해 비장에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해달라는 요구를 몸이 감당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봄나물로 식욕을 돋우거나 보약을 먹기도 했다.
새 학기 증후군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는 생명력이 충만한 야채를 많이 먹게 하자. 특히 봄나물들에는 겨우내 추위와 격변했던 환경을 이겨낸 힘이 담겨있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지구 최초의 유기물은 바다의 이끼류다. 바다 이끼에는 지구의 원초적인 생명력이 담겨있다. 따라서 바다 이끼류인 미역이나 파래, 다시마 등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바다 이끼를 먹고 사는 전복, 소라, 골뱅이 등도 원초적인 생명력 획득에 도움이 된다.
봄을 활기차게 보내려면 운동을 통해 간과 비장을 튼튼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되지만, 맨발로 걷는 운동을 추천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간과 비장이 살아나면 춘곤증과 새 학기 증후군을 날려버리고 활력 넘치는 봄날을 즐길 수 있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