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예비비 186억, 추경에 셀프 삭감 왜?
본예산 229억 중 43억 남기고 삭감 권용재 시의원 추경 예결위 지적 "긴급재해재난 대응여력 약화 우려 사업비 활용위한 꼼수 삭감 막을 것"
[고양신문] 고양시가 본예산에 편성한 예비비의 80%를 이번 1차 추경에서 자체 삭감하고 제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시가 예비비 삭감을 통해 확보한 186억원을 백석 업무빌딩 부서이전 65억원 등 시장 관심 사업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권용재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24일 고양시의회 임시회 제1차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에서 예산담당관을 상대로 “고양시의 예기치 못한 행정 대응 및 재해·재난 대응 여력 등을 과도하게 축소시키는 예비비 삭감을 승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법인 ‘지방재정법’ 제43조(예비비)에 따르면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또는 예산 초과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일반회계의 경우 예산 총액의 100분의 1 이내의 금액을 예비비로 예산에 계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시 예산담당관 측은 당초 2025년 본예산에서 229억원의 예비비를 책정했으나 이번 추경예산안에서 43억원만 남기고 186억원을 자체 삭감하는 안을 제출했다. 해당 삭감 편성안이 승인될 경우 고양시 예비비는 총 예산액 대비 0.1%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예비비를 지나치게 줄일 경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긴급 상황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권용재 의원에 따르면, 2017년 하천유지관리 소송 패소금 23억5000만원, AI인플루엔자 방역 16억9000만원 등 총 63억원의 예비비 지출이 있었고, 2018년 바이오매스 에너지시설 소송 패소 54억8000만원 등 총 101억2000만원의 예비비 지출이 있었다. 모두 예비비 지출 총 승인액이 이번 삭감안인 43억원이 넘는 규모였다.
2021년도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긴급 지원금이 다수 편성됐는데 당시 고양시 11개 과에서 여러 사업을 통해 95억9000만원의 코로나 지원금 지출을 포함해 총 155억원의 예비비를 지출했다. 이번 삭감안 43억원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권용재 의원은 "예비비는 예기치 못한 행정 상황 대응 및 재해·재난 대응 여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예산"이라며 "위기 대응 예산을 헐어서 시장 관심 사업에 지출하겠다는 시의 위험한 발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시 예산담당관 관계자는 “예비비는 긴급사안이나 재난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추경 편성 시 예산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서도 활용할 수 있다”며 “설사 추후에 예기치 못한 재난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관련 기금 등을 통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통상 예비비로 편성된 예산을 의회가 아닌 시 집행부가 스스로 삭감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예비비 삭감 편성안’ 제출은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고양시가 자체 삭감한 186억원을 가지고 백석 업무빌딩 부서이전 65억원을 비롯한 시장 관심 사업에 예산을 편성한 것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25년 본예산 편성 당시 타 시군에 비해 예비비 비중을 2~3배 많게 편성한 고양시가 이제 와서 이 돈을 ‘시장 쌈짓돈’처럼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권용재 의원은 “예비비로 편성된 예산을 시 집행부가 자체 삭감한 뒤 사업 예산으로 쓰는 것은 전형적인 꼼수 예산"이라고 지적하며 "의회를 기만하는 이런 예산안은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