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법개정안, 투명한 자본시장으로 가는 첫걸음”

중소기업 현장경영인이 보는 상법개정안

2025-03-26     권영기 중부대 명예경영학 박사(중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3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79명 중 찬성 184명, 반대 91명, 기권 4명으로 통과되고 있다.

[고양신문] 정치권과 현장의 온도차
최근 정치권에서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입법 문제를 넘어 우리 경제의 미래 방향성과 직결된 이슈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훼손한다고 우려하지만, 이는 제도의 본질과 취지를 왜곡한 주장입니다. 이미 사회 전반적으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으며, 이제는 큰 방향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세부적인 이행방식은 조율해나갈 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됩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재계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고 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직을 걸고서라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 강화라는 기본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실행 방식과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저는 30년 넘게 중소기업을 운영해온 사람으로서, 이번 논의가 현장과 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상법 개정안의 주요내용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 강화를 목표로 다음과 같은 주요 조항들을 담고 있습니다.
⓵다중대표소송제 도입 :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직접 추궁할 수 있도록 하여  지배구조의 사각지대를 해소.
②집중투표제 의무화 : 상장회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으며,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주주의 청구 없이도 집중투표 방식 적용.
③전자투표제 및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 일정 요건을 갖춘 상장회사는 전자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며, 주주의 실질적인 참여 확대를 위한 전자주주총회 인프라 확산병행
⓸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대주주 의결권 제한 : 감사위원 중 1인을 분리선출하고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하여 감사기구의 독립성 확보.
⓹소수주주권 요건 완화 : 소액주주도 주주제안, 열람청구 등 권리를 보다 쉽게 행사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

핵심 쟁점 요약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  "소액주주 보호와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사가 주주의 이익에 성실히 부합하도록 하는 법적 의무가 강화되었고, 다중대표소송제는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전자 주주총회 확대 :  "전자투표제 도입과 더불어 전자 주주총회의 법제화가 함께 추진됨에 따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소액주주가 의결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지배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소수주주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법적 기반으로,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과 기업 투명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왜곡된 주식시장 현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오랫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많은 투자자들이 혁신적인 중소기업보다는 이미 성장한 대기업에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 구조가 언제나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형식적인 주주총회, 제한적인 정보공개 등은 주주의 권익을 소외시키고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켜왔습니다. 그로 인해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20~40대 청년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 열풍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새벽 3시에 미국 증시를 확인하며 거래에 참여하는 이들의 모습은, 국내 시장에 대한 신뢰 부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이런 현상은 국가정책에 대한 불만도 내포되어 있습니다.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첫걸음
상법 개정안의 가장 핵심적인 목적은 바로 자본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입니다. 우리 시장은 오랫동안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와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소액주주와 일반 투자자들이 소외되어 왔고, 이로 인해 신뢰 기반이 약화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이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기업이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게 경영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주주의 권리를 법적으로 명확히 보장하고, 공정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게 된다면,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금융주 반등 이끈 메리츠금융지주 사례와 시장변화
이런 흐름 속에서, 주주 중심 경영이 긍정적인 성과로 이어진 국내 사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메리츠금융지주입니다. 이 회사는 대규모 자사주 소각과 실적에 기반한 배당 확대를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했고, 실제 주가도 크게 상승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성공했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선례는 다른 금융지주사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금융지주회사들이 잇달아 자사주 소각 및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금융주 전반의 재평가와 상승세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단지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주주 중심 경영이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상법 개정안은 이러한 긍정적 흐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자발적인 기업 변화가 제도적 기반 위에 서게 될 때, 보다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선순환 구조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중소기업에게도 열리는 기회의 문
일부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안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다리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반대로, 이번 개정안이 중소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 가치인 투명경영, 책임경영, 주주 친화적 경영문화를 정착하게 되면 중소기업과 공정한 거래문화 구축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즉, 심각한 불공정이 개선되면서 중소기업의 미래가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는 대기업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중소기업도 일찍부터 이를 도입하고 실천에 옮긴다면, 시장의 신뢰를 더 빠르게 얻고 자금조달이나 파트너십 확대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보듯,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강화 같은 주주 중심 정책은 기업의 신뢰도와 시장 가치를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중소기업에도 강력한 학습 모델이 될 수 있으며, 산업의 허리를 형성하는 중소기업들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영권 불안정 주장에 대한의견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대기업 오너 중심 경영을 흔들고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하지만 이는 자본시장 선진화 흐름을 외면한 지나친 기우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경영 체계와 주주 친화적 정책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애플(Apple)은 스티브 잡스 이후 팀 쿡 체제에서도 이사회 중심의 안정적 경영과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시장 가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CEO 사티아 나델라가 취임한 이후 주주 소통,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며 주가를 단기간에 두 배 이상 끌어올렸습니다.

이처럼 주주 중심 경영과 투명한 지배구조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키는 방향임이 명확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다만 시기의 문제와 제도의 허점과 같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현실과 제도개선의 필요
한편, 우리나라의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가치 제고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사주를 활용한 지배력 유지, 소극적인 배당, 폐쇄적인 이사회 구성 등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실망과 불신을 야기해 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권고 수준을 넘어 제도적으로 주주의 권리와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주 중심 경영은 단기 이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장기적인 신뢰와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기반임을 인식하고 이에 맞는 법적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느끼는 현실적 부담과 정부의 역할
물론 제도의 방향성이 옳다고 해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자 주주총회 시스템, 정보공개 강화 등은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는 큰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보완책과 인프라 지원책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한 세액 공제, 시스템 도입 보조금, 공동 플랫폼 제공 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투기자본 악용우려, 제도적 균형이 필요
일부에서는 ‘소액주주를 가장한 투기자본’이 경영에 부당하게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합니다. 특히 지분이 분산된 중견기업의 경우 외부세력의 공격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은 스튜어드십 코드, 의결권 제한 장치, 경영권 방어 장치 등의 제도적 균형 장치를 병행 도입함으로써 충분히 조율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또한 제도의 시행 초기에는 일정한 경과기간 및 단계별 적용 등을 통해 기업의 적응을 유도하는 방식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진영 논리를 넘어서 실질 논의로 나아가야
이번 상법 개정안 논의를 둘러싼 가장 안타까운 점은 정치권이 진영 논리에 갇혀 실질적 논의와 개혁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본시장 개혁은 흑과 백의 이분법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가 함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안을 만들며, 유연한 절충을 통해 실효적인 법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 개정안은 시장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회복하고 산업 전반에 경쟁을 촉진하는 긍정적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이 중요한 제도 개선 논의가 정치적 진영 논리에 갇혀 정책적 합의와 실질적 진전이 지체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상법 개정은 단순한 법률 변경이 아니라,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중요한 계기입니다.

이제는 정치권도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합리적 절충안을 도출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특히 여당은 개혁보수의 가치를 살리는 정책 정당으로서,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유연한 조정안을 제시하는 국가 경제 재설계의 시발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아질 가능성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해보자
30년 넘게 산업 현장에서 기업을 운영하며 제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해보자.” 이 격언은 단순한 의욕의 표현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중소기업인들의 진심어린 결단들입니다. 상법 개정안은 그동안 충분한 숙고와 논의를 거쳐 성숙해진 제도입니다. 그러나 아직 미흡한 점이 있다면 적극적인 대안으로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정치권과 정부는 현실의 목소리를 반영한 용기 있는 결정을 통해 보다 투명하고 신뢰받는 자본시장으로 나아가는 전기를 마련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개혁 조치들로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도 자기회사를 믿고 주식투자로 이어져 근로자들의 재산형성에도 도움이 되어 복지기업 복지국가의 중소기업 성장에 큰 역할이 될 것입니다.
물론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와 시대 흐름을 반영하며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상법 개정안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보다 투명하고 신뢰받는 자본시장, 그 출발선 앞에서 중소기업인의 입장에서 응원과 제안을 함께 전합니다. 이런 문제를 경제계와 정치권에서만 논쟁이 아닌 국민 모두가 관심 가져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한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여론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경제단체가 다양합니다. 각 단체별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대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8개 경제단체가 합동으로 메

권영기 중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분명 다른 입장을 가진 단체가 있을텐데, 어쩔 수 없이 따르거나 침묵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됩니다.
어쩌면 이게 뼈아픈 우리 경제계의 현실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이제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해보자’라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