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땅 보이는 임진강변에서 공동체예배 드려요

4월부터 파주 DMZ평화교육원서 강경민 목사·안재영 대표 손잡아 “한국교회, 사회와 격리 심각” 공감 ‘가나안’ 성도들 주체적 참여 기대

2025-03-26     박경만 전문기자
4월부터 임진강변에서 공동체 예배를 진행하는 강경민 목사(왼쪽)와 안재영 DMZ평화교육원 대표

[고양신문] 임진강 너머로 북녘땅이 한눈에 펼쳐지는 파주 DMZ평화교육원에서 4월 첫째 주 일요일(6일)부터 초대교회와 같은 공동체 예배가 열린다. 개신교 보수 교단으로 꼽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소속 목사와 ‘합동’ 소속 장로가 손을 맞잡고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교회’의 깃발을 든 것이다.
공동체 예배의 주인공은 2019년 일산은혜교회에서 은퇴한 뒤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강경민(76세) 목사와, 지난해 파주 통일동산에 DMZ평화교육원을 설립한 평화운동가 안재영(63세) 장로(DMZ평화교육원 대표)다. 지난 19일 DMZ평화교육원에서 강 목사와 안 대표를 만났다.

초대교회처럼 ‘하나님의 공의’ 실천
“한국 대형교회가 선민의식에 빠져 사회에서 스스로 격리되면서 교회에 나가지 않는 ‘가나안(거꾸로 안나가) 성도’가 약 300만 명이라고 합니다. 초대교회처럼 하나님의 정의, 공의를 묻고 답하며 성도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예배가 날씨 좋은 날은 임진강변과 동산에서 이뤄질 예정입니다.”
안재영 대표는 통일동산에서 공동체 예배를 제안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보수 교단 장로인 그는 “지난 50년간 교회에서 사랑이나 순종 같은 말만 들어오면서 하나님의 정의, 공의란 말에 갈증을 겪어 왔다”며 “교회와 사회, 신앙과 삶의 괴리로 괴로워하다가 교회에서 뛰쳐나와 초대교회처럼 소외된 약자들이 함께 드리는 공동체 예배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파주 통일동산 언덕 위에 세워진 DMZ평화교육원 전경.
DMZ평화교육원 옥상에서 바라본 임진강과 북녘 산하.

예배 장소로 쓰일 임진강변 DMZ평화교육원은 DMZ의 역사, 생태, 평화적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고 평화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안 대표가 지난해 설립한 숙박형 교육기관이다. 세미나실과 10개의 룸을 갖춰 연수, 체험학습, 워크숍, 세미나 등이 가능하다. 3월 1~3일에는 미국 조지타운대학 학생과 교수 등 21명이 찾아와 오두산과 도라전망대, 임진각, 영국군 묘지, 북한군 묘지, 호로고루성, 동화경모공원, 참회와속죄의성당, 헤이리마을 등 파주와 연천 DMZ 일원을 탐방하기도 했다. 
평생 무역업에 종사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DMZ 평화운동에 뛰어든 이유가 뭘까. “사업이 잘 풀려 순탄하게 살아가다가 어느 날 사명감을 느꼈어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외국인의 관심과 동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DMZ 평화투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혼탁한 시대, 교회의 본질 회복 고민
강경민 목사는 2019년 일산은혜교회 목사직을 은퇴한 뒤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와 ‘윤석열 폭정종식 그리스도인 모임’ 공동대표를 맡으며 12·3 내란 이후 거의 모든 주말을 차가운 거리에서 보내고 있다. 최근 고양신문에 '탄핵을 기다리며 온 땅이 들끓고 있다'란 제목의 특별기고를 게재하는 등 한국사회를 향해 진보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다. 
강 목사는 “41년간 목회를 했는데 은퇴할 때가 돼서야 성경이 보이고 비로소 목회자적 소양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며 “은퇴한 지 만 5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성숙하고 온전한 말씀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안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강 목사는 “혼탁한 시대에 정의와 평화, 생명과 같은 기독교의 중심 가치를 드러내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데 힘을 쏟아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떠난 ‘가나안’ 성도들이 다시 돌아오는 교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학생과 교수들이 지난 1~3일 DMZ 탐방을 마치고 기록한 소감문이 DMZ평화교육원 출입구에 붙어 있다. 
강경민 목사(왼쪽)와 안재영 장로가 지난 19일 DMZ평화교육원 앞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한국 개신교가 극우화로 치달으며 ‘가나안’ 성도를 양산하는 현상에 대해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반공이데올로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런 사회적 현상이 교회에 들어왔고 교회가 이데올로기 극복에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반공이데올로기 물결에 편승해 극우화로 치달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기득권자들이 기득권 보호를 위해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교회로 몰려오고 목사들이 기득권세력을 옹호하면서 교회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권력화되었다”고 덧붙였다.

엘리트주의 경계, 열린교회 지향
강 목사와 안 대표는 그러면서도 새로 시작한 목회가 기존 교회와 다르다는 것을 너무 강조하면 엘리트주의에 빠질 수 있으므로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 목사는 “목회자는 누구나 교회가 커져야 한다는 중압감을 받는데 여기서는 자유롭게 본질에만 충실하려 한다. 예수님의 목회는 대형교회나 엘리트주의와 반대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안으로 들어가 그들과 하나 되고 섬기는 교회”라고 강조했다. 
교회의 정체성이나 방향을 미리 정해놓으면 그 자체가 프레임이 되므로 열린 교회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교회의 이름도 성도들이 20명쯤 모일 때 의논해서 짓기로 했다. 안 대표는 ”교회 장소가 북한이 건너다보이는 임진강변이라 상징성이 매우 크다. 그 상징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평화가 될 것”이라며 “전쟁의 위험성을 가장 많이 가진 남과 북이 함께 어울려 살도록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임진강 공동체 예배
일시 매 주일 오후 3시(4월 6일 첫 예배)
장소 파주시 요풍길 39-22(DMZ평화교육원 세미나실)
문의 010-6265-4321(안재영 장로), 010-3847-2991(강경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