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力動의 요람
마두1동의 자랑 정발산
외지인에게 고양 하면 호수공원을 떠올리지만, 마두동 주민들에게는 정발산이다.
마두동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곳이 정발산이란 얘기다. 비단 마두동 주민뿐만 아니라 대화동에서 백석동까지 일산주민들이 자연스럽게 한데 어울리는 곳이 정발산이다.
정발산은 일산신도시의 한가운데에 있는 해발 86m의 낮은 구릉형 산지이다. 정발산 이름의 유래는 특별한 산봉우리가 없이 솥과 같이 민둥한 모습이고, 산아래쪽은 밥주발과 같이 넓적한 모습에서 솥 '정(鼎)'자와 바리때 '발(鉢)'자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산의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일산 신도시의 고층아파트와 저층주택단지가 파도처럼 물결치고 있다. 그 물결의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정발산은 일산의 역동성을 만들어 내는 중심지임을 손쉽게 느껴볼 수 있다.
신도시 개발 이전의 정발산은 남북 대치의 시대 상황 속에서 국가안보의 첨병구실을 하기도 했다.
"밤이면 정발산 정상의 서치라이트가 한강을 비췄다"고 권정호 주민자치위원장은 기억한다. 정발산의 넉넉한 품은 산자락에 일산구청과 고양교육청, 일산아람누리, 마두도서관, 암센타, 경진학교, 능안마을 등을 품고 있다.
올해 초 고양YWCA의 '고양숲사랑'(회장 최향숙)이 펴낸 ‘와! 신난다 정발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회원들이 정발산에서 직접 관찰하고 확인한 풀만 80여종이고 나무는 100여종, 곤충이 50여종이다.
“작은 산이라 만만하게 보고 조사를 시작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그 안에서 숨쉬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는 게 최향숙 회장의 후일담이다.
이런 정발산을 주민들이 더욱 가까이 하도록 봉사하는 이들도 많은데, '정발산 건우회'(회장 김춘택)가 그 중 하나이다.
11년 전인 1993년에 만들어진 '정발산 건우회'는 산 정상 평심루 아래에 야외 체력단련장을 닦아 각종 운동기구를 설치, 주민들의 건강을 돕고 있다. 건우회는 현재 300여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는데 봄에는 시산제를 지내고, 연말에는 망년회를 가지는 등 계절별 행사를 열고 있으며, 운동기구의 교체 및 수리를 스스로 해오고 있다.
이곳 야외체력단련장은 휴일날이면 천여명의 사람들이 이용한다고 한다.
또한 정발약수터의 경우에도 10여명의 '형제회'(회장 장영환) 회원들이 비용을 갹출하여 개발, 등산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겨울철 눈이 오면 정발산의 야생동물과 조류의 먹이를 걱정하고 돌보는 곳도 있다.
마두1동 주민자치회와 자연보호협의회가 옥수수 등을 챙겨 정발산 곳곳에 먹이를 놓아둔다. 2년에 한번 정발산에는 유명한 도당굿이 열린다. 고양의 민속 중의 하나인 정발산 도당굿은 옛 마두리와 장항리 등의 6개 자연촌락 (설촌, 냉촌, 강촌, 낙민, 노루메기, 닥밭)에서 2년마다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해 온 유서깊은 행사다.
작년 4월의 도당굿은 정정자 도무당 외 5명의 무당과 3명의 악사가 주재했는데, 특히 피리를 부는 박영봉씨는 경기도 무형문화재의 악사인 동시에 이곳 마두동 강촌마을의 토박이 악사로 유명하다.
솥과 밥그릇을 닮았다는 정발산은 말 그대로 그 그릇에 담긴 넉넉한 양식을 일산주민에게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백마역을 지날 경의선 열차가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통하는 날, 정발산은 온 나라, 나아가 온 세계를 먹여살릴 양식을 제공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