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행정광고 줄게 ‘보도자료’ 받아써라?
받아쓰기’ 언론 양산하는 고양시
인터넷 언론사 295개 ‘우후죽순’
전체 행정광고비의 24% 집행
상당수 취재보다 보도자료 베껴
비판은 뒷전, 시 홍보에만 치중
[고양신문] 행정광고를 받기 위해 급조된 인터넷 언론사, 이른바 ‘받아쓰기’ 언론이 고양시에서 양산되고 있다. 고양시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행정광고비를 배제하는 문제 한편으로는 시가 발표하는 보도자료를 취재 과정 없이 그대로 받아쓰거나 짜깁기해 보도하는 인터넷 언론사가 해마다 급증하는 문제도 커져가고 있다.
시 출입 언론사 중 68% 인터넷 언론
고양시 언론담당관이 지난 19일 이종덕 시의원에게 제출한 ‘고양시 행정광고 집행계획’에 따르면, 고양시에 출입하는 언론사는 2023년 317개, 2024년 405개, 2025년 3월 현재 432개로 늘어나고 있다. 이중에서 인터넷 언론사는 2023년 178개, 2024년 270개, 2025년 3월 현재 295개로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고 있다. 고양시에 출입하는 언론사 중 인터넷 언론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면 2023년 56%, 2024년 67%, 2025년 3월 현재 68%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언론사 상당수는 시 보도자료에 대한 추가적인 취재나 검증,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하고 있다. 심지어 출입기자 명단만 올려놓고 취재는커녕 기사 생산과 보도를 하지 않는, 실체 없는 언론도 상당수다. 인터넷 언론사는 인쇄시설이 필요하지 않고, 창립에 큰 자본이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의 인원으로도 창간이 가능하다. 시로부터 나오는 행정광고비를 확보한다는 목적만 세우면 창간이 비교적 손쉬운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출직 시장은 다음 선거를 위해 보도자료를 시 홍보부서를 통해 배포하고, ‘행정광고 수주’만이 목적인 인터넷 언론사는 시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서 보도한다. 시 입장에서는 홍보성 짙은 보도자료를 여과 없이 보도하는 인터넷 언론사를 행정광고를 통해 관리하면 된다는 태도로 임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는 시민들이 입는다. 시정 성과를 부풀리거나 왜곡한 보도자료를 접한 시민들은 알권리가 묵살되면서 결국 시가 의도한 대로 민의가 흘러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보도자료 베끼는 언론사에 광고비 지급
더 큰 문제는 저널리즘을 추구하기보다 행정광고비를 받는 것만이 목적인 언론사에게 시민세금으로 고양시의 행정광고비가 지급된다는 사실이다.
올해 3월 현재까지 고양시 행정광고 집행내역을 보면, 시 출입언론사 432개사 중 61개 언론사에 행정광고비를 지급했다. 현재까지 집행된 행정광고비 총액은 올해 책정된 14억원의 행정광고비 중 약 10% 수준인 1억4090만원이다.
집행된 1억4090만원 중에서 인터넷 언론사에 지급된 금액은 3420만원으로 약 24% 수준이다.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광고단가가 중앙언론사, 지방일간지, 뉴스통신사에 비해 낮다는 점(110만원~330만원)을 감안해도 적지 않는 금액이다.
고양시는 현재 중앙언론사, 지방일간지, 뉴스통신사, 인터넷언론사를 철저히 구분해 광고단가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올해 지급되는 1회 광고단가를 중앙언론사 660만~220만원, 지방일간지 440만~165만원, 뉴스통신사 440만~110만원, 지방주간지와 인터넷언론사 330만~110만원으로 정해 지급하고 있는 것. 같은 중앙지, 지방지, 혹은 인터넷매체라 하더라도 시 보도 건수, 포털사이트 노출여부, 정부광고지표, CPM(노출당 비용) 등에 다른 가중치를 부여해 언론사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광고단가를 차등 지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행정광고를 받은 인터넷 언론사의 수는 다른 유형의 언론사에 비해 가장 많은 20개다. 시는 중앙일간지 12개사에 3900만원, 지방지 19개사에 4250만원, 통신사 4개사에 1150만원, 중앙주간지 4개사에 870만원, 잡지 2개사에 500만원의 행정광고비를 집행했다.
민진영 경기민언련 공동대표는 “취재에 충실한 인터넷 언론사도 분명 있지만, 취재현장에 나가지 않고 보도자료만으로 꾸리는 인터넷 언론사가 전국적으로 양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체 기사 중 보도자료 비율과 취재를 통해 자체적으로 생산한 기사 비율을 따져 행정광고비를 줘야한다는 당위성은 있지만 법적으로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언론사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지자체에서도 일일이 그 비율을 따져 행정광고비를 집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다만 행정광고비는 시민의 세금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최소한 정당하게 비판하는 언론사에 행정광고비 배제를 막는 방안을 조례 등을 통해 강구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