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이별한 그랜드백화점
[높빛시론]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 소장
[고양신문] 일산 주엽역 앞의 그랜드백화점이 2025년 3월 9일 폐점했다. 옷도 사고, 잡화도 사고, 마트도 이용했다. 가족을 기다리다 시간이 남으면 아이쇼핑도 했고, 가족과 영화도 볼 수 있었는데, 매우 아쉽다. 1990년대, 마두동에는 킴스클럽이 있었고 주엽동은 그랜드였다. 마두역의 킴스클럽은 현재 뉴코아가 되어 있다. 화려했던 30년 전 일산신도시 상권의 추억이 떠오른다. 특히 그랜드백화점은 편하고 친근했다.
그랜드백화점은 주변 상권 활성화뿐만 아니라 많은 일자리를 주었을 것이다. 매점 입점자, 아르바이트, 청소하시는 분, 서민들의 일자리 창구였을 것이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폐점이라는 현실앞에 서니, 그동안 그랜드백화점을 운영했던 기업인, 상인, 종사자 모두가 고맙게 느껴진다.
지난 2월 14일 고양시의회에서는 두 분의 시의원이 고양시의 지역 경제 살리기와 관련된 5분 발언을 했다. 반가웠다. 손동숙 시의원은 고양시 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 특성화고에 일자리 상담사 배치 등 좋은 정책을 제안했다. 손 시의원 발언 중 “국내 침구류 1위 업체인 알레르망은 오랫동안 고양시와 함께 성장해 왔으나 최근 본사를 설문동에서 강남으로 이전했다”라는 내용은 나를 놀라게 했다. 좋은 기업들이 고양시를 떠났다니!
이혜림 시의원은 2024년 고양시의 상반기 점포 폐업 수가 개업 수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점포 폐업이 개업을 초과한 경우는 2024년 상반기가 유일했다. 2024년 하반기와 현재도 폐업 수가 더 많을 것 같아 걱정이다. 이 시의원은 대안으로 “지역화폐를 통해 내수를 진작시켜 시민들의 얼어붙은 지갑에 조금이나마 온기를 줄 수 있는 최소한의 행정”을 요구했다. 적극 동감한다.
소상공인들이 어렵다는 소식이 점점 더 커진다. 원마운트, 웨스턴돔, 라페스타, 그리고 일산뿐만 아니라 화정 상가들, 원당과 능곡, 그리고 삼송 신도시의 미분양 상가들! 주엽동의 문제가 아니라 고양시 전체의 과제다. 고양시민 모두의 이해가 달린 문제이다. 고양시민과 고양시가 조치를 취하면 좋겠다.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패러다임 전환이다. 킨텍스, 한류방송단지 등 전략산업도 중요하지만, 지역 중소기업, 소상공인 점포의 폐업은 시급하다. 미래 청사진보다 현재의 고통 극복이 우선이다. 고양시가 작성한 「2025~2029년 중기지방재정계획서」에서 5년간 지역 중소기업 지원액은 611억원이고 킨텍스와 한류방송단지 등 전략사업 지원액을 4789억원이었다. 지역 중소기업 지원 항목은 운전자금 융자, 소상공인 특례보증과 시설개선, 쇠퇴지역 재도약 상권활성화, 가구산업 활성화, 경기신용보증재단출연 등이다. 전략사업 항목은 킨텍스 제3전시장 조성사업, 마이스 사업 활성화, 고양영상문화단지 조성사업, IP융복합 콘텐츠 클러스터 조성사업 등이다.
5년 합계를 1년 단위로 나누면, 지역 중소기업 지원은 1년 평균 122억원이다. 전략산업 지원예산은 958억원이다. 지역기업과 전략기업 지원 비율은 1:7.8이다. 조정이 필요하다. 미래 전략산업과 현재 지역 중소기업 지원을 1:1로 하면 어떨까? ‘미래와 현재가 조화로운 지역경제 살리기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한다.
둘째, 고양시의 지역상품 우선 구매 캠페인이다. 고양시의회는 2019년에 ‘고양시 지역상품 우선구매 조례’를 제정했다. 2017년 기준 한 해에 고양시청이 구입한 물품, 공사, 용역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3002억원이다. 당시 고양시청은 981억원만 지역업체 상품을 고양시가 구매했고, 2021억원은 관외 업체로부터 구입했다. 당시 연구보고서에서 제안했지만, 고양시가 관내와 관외 물품 비율을 1:1로 조정하면 매년 1500억원의 관내 기업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안정적인 지역기업 발주 시장이 만들어지고, 지역 일자리가 늘어난다. 안정적 매출은 기업의 기술개발의 토대가 될 것이다.
통화승수를 고려하면, 1500억원이 매년 지역에 풀리면, 2차 3차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 2019년에 고양시의회는 ‘고양시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도 함께 제정했다. 고양시청이 발주하는 공사와 민간기업 공사에 지역 하도급업체의 참여를 권고하고, 고양시 건설노동자를 50% 이상 고용하도록 했다. 두 개의 법을 토대로 ‘고양시민과 고양시의회, 고양시가 함께 하는 지역기업 살리기, 지역상품 사기 캠페인’을 시작하자.
셋째, 고양시 기업노사 거버넌스 조직이다. 고양시에는 많은 지역경제 주체가 있다. 기업애로 센터, 소상공인연합회, 상공회의소, 민주노총, 한국노총, 노사 지역조직이다. 독일의 경제 기적은 노사협력의 결과였다. 고양시는 경제주체들과 소통과 협력의 장, 합의제 거버넌스를 만들고 활용해야 한다. 우선구매 조례에 의거한 ‘공공구매 위원회’나 고양시 기업활동 촉진 및 유치 지원 조례에 의한 ‘고양시 기업지원심의원회’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지역경제 살리기의 첫출발은 ‘마음 모으기’일 것이다. 정치적으로 말하면, 공감의 형성, 혹은 지역경제 살리기 ‘리더십’ 형성이다. 고양시에는 여러 인재와 경제 주체, 훌륭한 고양시민들이 있다. 시장이 ‘지역 경제 살리기와 지역 물건 팔아주기, 지역 상가 이용하기’를 선도하면, 돕고 동참하는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넷째, 지역화폐의 적극적 추진이다. 지역화폐는 고양시민이 10만원 내면 고양시가 1만원을 지원해 11만원이 된다. 고양시가 세금 100억원을 지역화폐로 투자하면, 고양시민의 돈 1000억원이 더해져, 지역화폐 총액 1100억원이 고양시 소상공인 상가 매출을 발생시킨다. 위 두 번째 제안인 고양시청이 물품·공사·용역 매입 중 절반인 관내 매출 1500억원을 더하면, 2025년 관내 기업 및 상가 매출 규모는 2500억원이 된다. 통화 승수효과를 고려하면 더 많아질 것이다. 고양시와 고양시의회에는 더 많은 경제전문가와 인재들이 있다. 제2, 제3의 그랜드백화점 폐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직자는 효과있는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길 바란다. 고양시민도 지역 상품 우선 구매 캠페인에 힘을 모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