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아내 도우려 시작한 요리, 책까지 펴냈어요”  

군부대 20년 근무 권장학씨 『건강한 百手 요리』 출간 본인만의 95가지 레시피 소개 “음식 먹는 가족모습, 큰 기쁨”  

2025-04-09     김지향 인턴기자
평생 동안 요리에는 관심이 없었다던 권장학씨. 아내를 돕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요리 열정이 이제는 책을 펴 낼 만큼 높아졌다.

[고양신문] “군부대 근무 20년을 포함해 평생 요리엔 관심이 없었어요. 먹는 걸 좋아하는 식도락가였어도 직접 만들어 먹을 생각은 안 해봤죠. 65세에 직장에서 은퇴한 후 반년 동안 놀고 나니 심심해지더라고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들 내외가 손녀를 돌봐달라는데 아내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마침 텔레비전에서 요리하는 남편 이야기를 봤는데 멋져 보이더라고요. 요리로 아내를 돕자 생각했고, 그렇게 나만의 요리법이 쌓여 95가지의 레시피를 담은 책을 내게 됐어요.”

白手가 아닌 百手 요리
덕양구 화정동 주민인 권장학씨에겐 퇴직 후 '백수(白手)'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요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이 별명을 100가지 방법인 '백수(百手)'의 의미로 바꾸기로 했다. 100가지의 요리를 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후 유튜브와 방송을 참고해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법을 3번 정도 반복해보니 자신의 입맛에 맞는 요리법을 체득하게 됐다. 레시피를 A4 용지 1장 분량으로 정리했다. 2022년부터 3년 동안 기록한 레시피를 본 아들이 책으로 내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권씨는 재료 손질 방법과 조리 순서, 효능 등이 적힌 섬세하고 간결한 레시피를 한식, 양식, 음료와 건강상식으로 분류해 출간했다.

권씨는 1954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군대에서 20년 헌신했다. 전역 후 24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접고 사회복지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며 요리에도 전념을 다했다. “반평생 가부장적 권위를 지켜온 제가 요리책을 낸다는 것은 참 우스운 일일지도 모르죠.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요리를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면 핀잔을 듣기 일쑤였고, 친구들 부인들은 저의 변화를 신기해하면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봤어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요즘 가사와 육아 역시 공동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남자들이 집안일과 요리를 배우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 아닐까요. 이 책은 저같은 남자들이 스스로 요리를 시작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썼습니다. 요리를 배우고 실천하면서 제 삶이 많이 바뀌었음을 경험했고 이 기쁨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요.”

자신 있는 요리는 오리 백숙
권씨가 가장 자신 있는 요리로 꼽은 오리 백숙은 『건강한 百手 요리』의 첫 번째 순서이기도 하다. 오리가 육·해·공의 특징을 모두 지닌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설명한 그는 자신의 오리 백숙 레시피는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고 자랑했다. 안동 출신인 그는 기자에게 안동 식혜를 아는지 물어보며 안동 식혜에는 몸에 좋은 무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식혜를 좋아해서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후 찾아낸 레시피인데 주변인들에게도 반응이 좋았다고 자랑했다.

권씨는 요리를 시작하면서 아내에게 칭찬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그만큼 부부 관계가 좋아지고 아들, 손주와도 화목해졌다. 지인들에게도 종종 요리를 대접하는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며 미소지었다. “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구입해서 요리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식비도 많이 절약할 수 있고 식당에서 사먹는 것보다 건강에도 좋아요. 내 입맛에 맞고 아내와 손주들도 좋아하는 요리를 선택하는데 맛있게 먹는 상상을 하며 만들다 보니 요리가 전혀 귀찮지 않고 뿌듯해요. 정성껏 준비한 한끼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세대를 잇고 가족을 이어주는 특별한 매개체가 되지요.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