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기지건설 특화클러스터 구축으로 고양시 신성장 동력 창출하자”
특별기고 - 오현웅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
[고양신문] 최근 우주 영역의 안보적·상업적 가치 증가로 세계 각국이 우주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주는 이제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 미래전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영역일 뿐만 아니라 인구절벽, 기후 변화, 식량부족, 자원 부족에 직면한 인류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을 견인할 수 있는 전략산업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주개발의 가속화로 인류가 개척해 갈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되고 있으며, 인류는 이제 지구 궤도를 넘어 달과 행성에 사람을 보내고 나아가 기지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단순한 탐사가 아닌 지속 가능한 생활 공간을 행성에 구축하려는 시도는 우주 탐사의 중간 거점을 확보하려는 실용적 목적과 희귀 자원 확보를 비롯해 지구 외 생존 가능성 탐색 등 인류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목적도 내포하고 있다.
지구 궤도를 벗어나기 위한 도전은 이미 오랜 역사가 있다. 1959년 소련의 루나 2호가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도달한 이후 현재까지 약 140건 이상의 달 탐사 임무가 시도됐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프로젝트는 미국 NASA를 주축으로 하는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이다. 2020년대 중반 달 남극에 우주인 착륙과 이후 지속 가능한 유인 달 기지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구와 달 궤도 사이에는 달 탐사 및 화성 여행에 대비한 우주 탐사용 전초기지 LOP-G(Lunar Orbital Platform-Gateway)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핵심 파트너 중 하나는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엑스(SpaceX)다. 스페이스엑스에서 개발 중인 스타쉽(Starship)은 아르테미스 3호 임무에서 우주인을 달 표면으로 데려다줄 착륙선으로 선정됐다. 스타쉽은 한 번에 최대 150톤의 화물과 승객 100명을 수송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돼 단순한 달 왕복용 우주선이 아닌 달 기지건설을 위한 물자 운반을 대량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스타쉽이 이런 막대한 운송능력을 보유하는 이유는 인류를 화성에 정착시키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스페이스엑스의 대표 일론 머스크는 스타쉽을 통해 2020년대 후반 화성 유인 비행을 개시하고, 2030년대 초 현지에서 자급 가능한 화성 기지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단순한 탐사 목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이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스타쉽이 지구와 화성 간 물류 혁신을 이끌 미래 교통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파키스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총 10여 개국, 40여 개 국제기구가 협력하는 국제 달 과학연구기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2035년까지 달 남극에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또한, 유럽우주국(ESA)은 문 빌리지(Moon Village)라는 이름의 국제 협력형 달 거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달을 특정 국가가 점유하는 것이 아닌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운영하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를 갖고 있으며, 2040년까지 약 100명의 탐사대원이 상주할 수 있는 달기지 구축을 목표로 한다.
달 기지건설 프로젝트가 본격화됨에 따라 현지에서 건설 작업 효율성 향상을 위한 건설장비들도 다수 개발되고 있다. 최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토요타, 미쓰비시중공업과 협력해 달 표면에서 작업자와 장비의 원활한 이동을 지원하기 위한 유인 탐사 차량 루나 크루저(Lunar Cruiser)를 개발 중이다. 토요타를 상징하는 대표 차량 중 하나인 랜드크루저에서 이름을 딴 루나 크루저는 밤낮 기온이 –170℃부터 120℃까지 변화하는 극한의 달 표면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탑승자가 우주복 없이 내부에서 장시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차내 기압 조정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핀란드의 세계적인 통신장비 제조 기업 노키아(Nokia)는 달 표면에서 안정적 통신 지원을 위해 4G LTE 무선 광대역 통신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구에서 수십억 개의 장치가 활용하고 있는 모바일 무선 네트워크 기술을 우주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했고, 지난 2월 27일에 달 착륙선 아테나(Athena)에 탑재해 발사됐다. 개발 통신 시스템은 달 탐사 활동 중 실시간 영상 전송, 원격 제어, 센서 데이터 수집 등 착륙선과 탐사선 간 데이터 전송에 활용될 예정으로 향후 유인 탐사와 기지건설에 필수적인 통신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처럼 전 세계가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 원천 발굴을 위해 행성 기지건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의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은 해당 분야에서 세계 기술을 선도해가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어 향후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전략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고양시는 국내 유일의 행성 기지건설 연구를 선도하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지상 환경에서 건축기술 연구 외에도 행성이라는 극환 환경에서 기지를 건설하기 위한 건축기법 연구를 비롯해 행성에서 건설장비 연구, 건축자재로 월면토를 활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행성 기지건설 연구기관이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달 환경 모사가 가능한 세계수준의 대형 챔버 시험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산학연의 다양한 시험들이 건기연에서 진행 중이다. 시설·인프라적 측면뿐 아니라 연구·협업적인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건기연과 가까이에 있는 항공우주 특성화 대학인 한국항공대학교는 해당 분야 기초연구를 비롯해 실질적 연구성과 창출이 가능해 두 기관이 협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타 지자체는 결코 보유하지 못한 고양시의 소중한 자산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국내 유일의 인프라적 강점을 바탕으로 행성 기지건설과 관련한 연구클러스터를 고양시에 조성한다면 고양시의 지속 가능한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을 견인할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탐사를 위한 우주용 모빌리티, 행성 기지건설에 필요한 자원탐사와 건설장비, 행성 기지 건축을 위한 건설회사 등과 같이 지상의 건축기술을 넘어 우주에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산학연의 연구 집합체가 고양시 행성 기지건설연구클러스터에 구축된다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행성 건설기지 클러스터로서 역할 수행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아닌 고양시가 선도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우주 3축 클러스터 사업에는 이미 경남 사천의 위성 분야, 전남 고흥의 발사체 분야, 대전의 우주 인력양성 전문 클러스터가 구축돼 지속적인 투자가 계획돼 있다. 하지만 세계 속에서의 우주는 빠른 기술의 선순환 구조를 바탕으로 1년이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2045년 글로벌 우주 경제 강국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주산업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산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관련 산업의 50%가 넘는 산업체를 보유한 경기도는 정부의 3축 우주 클러스터 사업에서 제외돼 있다.
추격형에서 선도형 우주개발로의 전환이 국가적 우주 경제 가치 창출을 위해 중요한 과업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체를 축으로 하는 클러스터가 부재한 것은 지자체 차원에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노력하지 않을 경우, 국가 정책적 틀 속에서 소외되는 일이 더욱더 가속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고양시의 선도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고양시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항공우주 특성화 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등 그 어느 지자체보다 강한 경쟁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행성 탐사 및 행성 기지건설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현시점에서 고양시가 선도적으로 행성 기지연구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고양시의 행성 기지건설 연구역량 강화는 곧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이바지할 것이라 믿는다. 조기 대선이 펼쳐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고양시의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새로운 정책이 대선 공약에 반영되도록 고양시와 산학연이 함께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있다.
오현웅 한국항공대학교 산학협력단장(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