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역사, 예술이 어우러진 행주산성의 봄밤

‘행주가(街) 예술이야(夜)’ 야간 개장 공연, 체험, 상생… 다채로운 프로그램 이달 27일까지 매일 저녁 6~10시 운영

2025-04-14     조문주 시민기자

[고양신문] 보름달 아래 흩날리는 꽃잎들이 아름다운 11일, 행주산성 야간 개장 프로그램 ‘행주가 예술이야’가 개막했다. 고양시가 주최하고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2025년 국가유산 야행으로 선정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오는 27일까지 매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운영된다. 단순한 야간 개장을 넘어 예술과 지역 상생이 함께하는 오감형 문화축제로, 야설(夜說), 야사(夜史), 야경(夜景), 야로(夜路), 야시(夜市) 등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했다.

또한 ‘행주가(街)’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행주산성 주변 음식점, 카페 상가와 함께 공동 프로모션을 추진하고 있으며 ‘예술이야(夜)’는 미디어아트부터 산성 음악회까지 지역예술인들이 서고 싶은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행주산성의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으로 다채로운 체험활동까지 어우러진 ‘행주가(街) 예술이야(夜)’ 첫날, 가족들과 함께 현장을 직접 찾았다.

충의정에서 열린 작은음악회 ‘야설’

해가 저물 무렵, 산성 정상에 자리한 충의정에 올랐다. ‘야설’이라 이름 지어진 이곳에서는 깊은 울림을 주는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통음악부터 아이돌 노래까지 여러 세대가 좋아하는 곡으로 구성된 가야금 공연, 붉게 물든 노을과 보름달 아래 감상하는 선율은 말 그대로 ‘예술’이었다. 연주가 끝날 때마다 관람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저마다의 감동을 표현했다. 

역사·문화 배우는 체험존 ‘야사’

행주산성 초입에 마련된 체험 부스는 남녀노소 방문객들로 붐볐다. ‘야사’는 총 10종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국궁 활쏘기 △전통 복식 체험 △미니 한복 만들기 등 역사와 문화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화차 등 △커피박 열쇠고리 △꽃잎 그립톡 △유리공예 △천연염색 △글쓰기 △VR 드로잉 체험과 다양한 만들기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는데, 기자와 동행한 초등학생 아들은 “책 속에서 배운 내용을 직접 만들어 보니 더 재미있다”라며 여러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단순한 설명이나 전시가 아닌, 체험 중심의 구성 덕분에 역사에 대한 흥미를 자극했다.

행주대첩을 소재로 한 참여형 시물레이션 게임을 즐기며 역사를 공부하는 어린이들.

빛과 영상으로 재현한 행주대첩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야경’ 프로그램이다. 매일 저녁 7시부터 10분 간격으로 미디어 파사드가 충의정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영상은 홍익대학교 대학원 AI실감미디어콘텐츠학과의 MR미디어랩과 변희은 작가가 협업한 작품이다. 빛과 소리, 바람이 어우러져 산성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이 된 느낌을 전했다. 영상을 관람하는 방문객들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 몰입감에 빠졌다. 

달빛 따라 걷는 역사산책 ‘야로’

고양시청 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해 신청할 수 있는 ‘야로’는 문화관광 해설사와 함께하는 1시간짜리 달빛산책 프로그램이다. 문화해설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현장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실감 나게 전달했다. “이곳이 바로 권율 장군이 진두지휘를 했던 본진 자리입니다”라는 설명에 참가자들이 귀를 쫑긋 기울였다. 조명시설이 설치된 산책길은 달빛과 함께 걷는 길로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정서를 선사했다.

LED 장미꽃으로 피어난 지역상생 ‘야시’

마지막 테마는 행주산성 주변 43개 상가와 연계한 공동 할인 행사인 ‘야시’다. 행사 당일 3만원 이상 구매한 영수증을 지참하면 LED 장미꽃을 증정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꽃을 들고 산성을 오르는 방문객들의 손에는 지역과 문화가 연결된 상생의 상징이 피어 있었다. 주변 식당의 지역 상인은 “저녁 식사 손님과 가족 손님이 많아졌다”며 반가움을 전했다.

주변 상가를 이용한 3만원 이상 영수증을 제시하면 아름답게 빛나는 장미꽃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

곳곳마다 이어지는 멋진 포토존 

첫날임에도 현장에는 이미 수백 명의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다만 행사장 근처 주차장이 협소해 대기 시간이 길어졌고, 일부 시민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차를 주차할 곳이 없어 임시 주차장으로 향했으나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어두운 길을 걸어야 해서 아쉬웠다. 셔틀버스 운영이나 임시 주차장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행주가 예술이야’는 역사를 문화로, 공간을 예술로, 지역을 연결고리로 만든 기획이다. 무료로 운영되며 가족 나들이, 연인과의 데이트, 혼자만의 산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사진 명소가 많아 밝은색 옷을 입고 방문하면 밤에도 선명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4월의 짧은 봄밤, 고양의 자랑스러운 유산인 행주산성에서 별빛과 예술을 함께 누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