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시간… 현무암 용암대지 위에 강물이 그려놓은 절경들

[유경종 기자의 하루여행] 연천 한탄강 지질명소

2025-04-15     유경종 기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 연천에 9곳
주상절리, 폭포, 지층 등 장소마다 다른 매력
물문화관에 남아있는 한탄강변 사람들의 자취 

한탄강과 영평천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지질명소인 베개용암. 기자가 여름에 방문해 촬영한 사진이다. 

[고양신문] 지난달 고양신문 독자들과 함께 떠나는 ‘하루여행’ 첫 일정으로 포천의 한탄강 지질명소들을 다녀왔다. 이달 26일에는 연천의 지질명소를 찾아 두 번째 나들이를 떠날 예정이다. 사전 답사를 겸해 미리 둘러본 연천의 명소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으로 찾는 이를 반겨줬다. 

철원·포천·연천을 가로질러 흐르는 한탄강 협곡은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한탄강이 세계인이 주목하는 지질학적 명소가 된 이유는 내륙에서는 보기 드문 현무암 용암대지와 주상절리 협곡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50만년 전, 오늘날의 북한 평강군 일대에서 커다란 규모의 화산이 폭발했고, 분화구에서 분출한 엄청난 양의 용암이 주변 대지를 뒤덮고 옛 한탄강 물길을 따라 오늘날의 연천 땅까지 흘러내렸다. 

이후 몇 번의 화산폭발이 반복됐고, 오랜 시간이 흐르며 물줄기가 현무암 주상절리를 깎아내려 지금의 한탄강 협곡 절경을 만들었다. 유네스코는 지질학적 가치가 높고 경관도 아름다운 24곳을 지질명소로 지정했는데, 연천군에도 9곳의 특별한 지질명소들이 산재한다. 특히 대표적 명소 4곳이 직선거리 6km 지역 안에 모여있어 한나절 답사 코스로 딱 좋다. 땅속의 불인 용암과, 하늘에서 쏟아진 빗물과, 주상절리를 깎아내린 아득한 시간이 만나 만들어진 특별한 흔적들을 찾아 출발해보자. 

두 발로 걸어 다가갈 수 있는 지질학 박물관인 백의리층. 

우뚝 솟은 현무암 절벽, 좌상바위

일산동구청을 출발해 1시간 10여 분 달려가면 첫 번째 지질명소 좌상바위 주차장에 도착한다. 경사진 길을 따라 강변으로 걸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건너편에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구친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전체적인 형상은 둥근 모습이지만, 깎아지른 듯한 검은색 현무암 절벽과 표면에 흘러내린 회백색 얼룩들이 올려다보는 이에게 아찔한 기운을 전한다. 평소에 생각했던 현무암 바위와는 크기도 형태도 전혀 다르다. 수십 만 년 전 이 땅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시간 감각이 아득한 과거를 여행한다.

좌상바위의 또 하나의 매력은 드넓게 펼쳐진 모래밭과 자갈들이다. 희고 깨끗한 모래사장에 다채로운 모양의 자갈들이 깔려있고, 누군가는 정성스런 마음을 담아 돌탑도 쌓아놓았다.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오래 머물고 싶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한탄강 지질명소 중 첫 번째로 만난 좌상바위. 강가에 우뚝 솟은 거대한 현무암 바위가 인상적이다. 

영평천 찬물이 만든 작품, 베개용암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좌상바위에서 차로 5분 거리다. 본류인 한탄강과 지천인 영평천이 만나는 아우라지 여울에 자리한, 이색적인 형태의 현무암층을 품은 언덕이 베개용암이다. 이름에서 짐작되듯 둥글둥글 베개 모양으로 뭉친 덩어리들이 관찰되는데, 한탄강 물길을 따라 흘러내려오던 용암이 영평천 찬물을 만나 급격히 식으며 굳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베개용암 언덕은 포천 땅에 있어서 세계지질공원 안내에는 포천 지질명소로 분류돼 있지만, 강 건너편 연천 땅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해야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주차장과 전망대가 연천에 마련돼 있다. 현재 양쪽을 잇는 출렁다리를 놓는 공사가 한창이다.  

현란한 주상절리의 향연, 백의리층 

백의리층은 연천 지질명소 중 아직 찾는 이가 많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현무암 주상절리들을 차례차례 코앞에서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는 지질박물관이다. 한탄강 지질명소들이 대개 그렇듯, 이곳 역시 경사로를 한참 내려가야 강가에 다다르는데, 진입로 왼쪽 벽의 암석 무늬가 말 그대로 천변만화다. 때로는 덩어리 모양으로, 때로는 기둥모양으로, 때로는 비늘모양으로 굳어진 화강암 절리들이 현란한 패턴으로 절벽을 채우고 있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절벽 아래쪽에는 용암이 뒤덮기 전 강바닥의 자갈층이 선명히 남아있는데, 이 특별한 지질층이 처음 발견된 연천군 청산면 백의리의 지명을 따서 ‘백의리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좀 더 내려가면 이번에는 오묘한 질감의 검은색 돌덩이들이 수년 전 집중호우 때 와르르 무너져내린 흔적도 볼 수 있다.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땅과 물의 작용을 현장에서 목도하는 기분이다.

주상절리와 판상절리, 옛 물길의 흔적 등 다채로운 형태의 지질 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백의리층.  

연천 최고의 명소, 재인폭포

이어 들르는 재인폭포는 말 그대로 연천지역 최고의 관광명소다. 18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현무암 주상절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석벽을 가르며 옥색의 소를 향해 쏟아지는 경관은 언제 봐도 신비롭다.

재인폭포는 연천 관광의 거점답게 지속적인 주변 정비가 진행되고 있다. 전에는 폭포 앞까지 차가 들어갔었는데, 현재는 폭포에서 1.2km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대고, 탐방데크를 걷거나 셔틀 전기차를 타고 폭포로 접근하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데크길을 따라 한탄강 본류와 지류의 경관을 두루 감상하다보면, 중간 전망대 멀리 재인폭포의 웅장한 모습이 조망된다. 전망 포인트는 폭포 주변에도 여러 곳이다. 협곡을 가로지른 출렁다리 위, 현무암 절벽에 돌출한 반원형 전망대, 계단을 따라 내려간 수변에서 바라보는 재인폭포의 느낌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연천 최고의 관광지이자 지질명소인 재인폭포. 

사실 한탄강 지질명소 중에는 비둘기낭, 구라이골, 교동가마소, 부소천협곡 등 본류가 아닌 지천에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재인폭포 역시 지장봉에서 흘러내려온 작은 물줄기가 만들어낸 작품인데, 수십만년 세월 동안 폭포가 조금씩 후퇴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미래의 재인폭포’인 선녀탕의 모습도 구경할 수 있도록 탐방데크가 폭포 뒤쪽까지 연결돼 있다. 

재인폭포 상부의 선녀탕. 지질학자들은 이곳이 미래의 폭포 위치가 될 것으로 추측한다. 

홍수조절 위해 건설한 한탄강댐

이왕 온 김에 연천 지질명소들과 인접한 한탄강댐도 구경해보자. 한탄강댐은 연천과 파주 등 경기 서북부 도시들의 수해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홍수조절용댐이다. 집중호우에 대비해 마련한 거대한 물그릇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저류공간이 텅 비어있다. 댐 상류의 재인폭포, 포천의 구라이골, 비둘기낭 주변의 드넓은 생태공원과 파크골프장과 야생화단지 등이 바로 한탄강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홍수터인 셈이다.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한탄강댐. 

댐 아래쪽에는 K-워터에서 운영하는 한탄강댐물문화관이 있는데, 한탄강의 지질학적 특징과 주변 지역의 역사 등을 아기자기한 볼거리로 전시해놓았다. 가장 인상적인 코너는 연천 토박이들의 인생 스토리와 흔적들을 다양한 기증자료와 함께 전시해놓은 공간이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강인하면서도 애틋한 사연들이 하나같이 뭉클하다. 댐 건설로 여러 마을이 이주하고, 많은 주민들이 생업의 단절을 경험해야 했을텐데, 이런 방식으로 일부라도 보존해놓은 게 다행이지 싶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방도 있고, 입장료도 무료라 나들이 일정의 중간에 들러서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함께 떠나요~! 유경종 기자의 하루여행
<연천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 고구려 역사유적>

일자  4월 26일(토) 
출발  일산동구청, 오전 8시
참가비  1인 8만원 (교통비, 점심식사 포함)
문의  010-3418-6969

▼아래 링크를 클릭하셔서 신청하세요

https://docs.google.com/forms/d/1jV9aAyhbN7bE0bs_dyLUYJ4P8DY6EInbWZP0ppVpmHs/edit

한탄강댐의 역할과 연천 지역 역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한탄강댐물문화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