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좋아 수업 후 학생들이 집에 가질 않아요”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 다산학교 방문
서울 20위 대학에 학생 48% 진학
"행복한 학생이 공부도 잘한다
행복한 배움터, 스스로 원하는 삶 설계”
[고양신문] "경쟁이 아닌 협력, 행복한 학생이 결국 공부도 잘합니다", 일산서구 대화동에 자리한 다산학교에서 열린 박영규 교장의 강연은 한국 교육의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 회원들은 월례강좌를 넘어 지역의 숨겨진 명소와 특별한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찾아가는 인문학' 소모임 활동으로 지난 18일 다산학교를 방문해 20년간 다산학교를 이끌어온 박영규 교장과의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이자 혁신적인 교육 철학으로 주목받는 박 교장은 이날 학교 설립 취지부터 독특한 교육 시스템, 높은 대학 진학률, 그리고 한국 교육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쏟아내며 ‘귀가쫑긋’ 회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날 공개된 다산학교의 특색 있는 교육 과정과 대학 진학 현황은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다산학교는 증등 2년, 고등 2년, 진학 2년의 중고등 과정 도시형 대안학교다. 박 교장은 2024년 기준 '서울 소재 20위권 대학' 다산학교 진학률이 48% 라고 공개했다. 고등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검정고시 등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204명의 졸업생 중 92.6%가 4년제 대학에 진학했으며, 수도권 대학 진학률 또한 74%에 달한다.
박 교장은 기존 한국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산학교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는 “획일적인 교육 과정, 과도한 경쟁, 그리고 비인간적인 학교 시스템은 학생들의 진정한 성장과 행복을 가로 막는다”고 비판했다. 다산학교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소규모 학급 운영, 교사와 학생 간의 긴밀한 소통, 그리고 참여형 수업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또한, 시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제 수행 능력과 학습 태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통해 학생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유도한다.
박 교장은 “단순히 대학 진학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는 삶을 설계하고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장은 다산학교를 설립한 초심도 밝혔다. '학생들의 행복과 대학 진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학교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 박 교장은 “학생들이 학교가 좋다며 수업 후 집에 가질 않아요”라며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입시라는 현실적인 목표와 결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강연 중 공개된 올해 1학기 다산학교 중1, 중2 시간표는 이러한 철학을 반영하듯,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주요 과목 외에도 '독서토론', 'SDS(자기계발)', '다큐과학', '녹색소비' 등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과목들이 눈에 띄었다. ‘녹색소비’ 수업은 학생들이 녹색기업들을 탐방하고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 등을 교육받는 시간이다. 단순히 지식 전달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의 다각적인 성장과 사고력 확장을 위한 취지가 엿보이는 교육이다.
박 교장은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오늘날 대학이 전문 지식 습득에만 치우쳐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간과하는 '멀티버시티(Multiversity)'로 전락한 현실을 우려하며, 전인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멀티버시티'는 오늘날의 대학이 전공 분야에만 지나치게 집중해 학생들이 삶을 성찰하는 데 필요한 인문학, 예술, 철학 등의 소양을 쌓을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경향을 비판적으로 지적하는 의미다.
또한, 다산학교와 같은 작지만 혁신적인 대안학교들이 교육 실험을 지속하고 확산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과도한 관료주의적 감시와 행정 요구가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교육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학교 현장에 더 많은 자율성과 재량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현재 기부를 받지 않는 다산학교가 미래에는 기부를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하기도 했다.
박 교장의 강연은 경쟁과 입시 위주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지고, 행복한 배움과 전인적인 성장을 추구하며 놀라운 대학 진학 성과까지 보여주는 다산학교의 사례를 통해 미래 교육의 밝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강연에 참여한 귀가쫑긋 회원들은 “만약 내가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다산학교에 다니고 싶다”라며 “박영규 교장의 교육 철학에 감동했고 자녀와 손자들에게 다산학교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