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박영, 고서·소장품 만나는 ‘벽송기념관’ 새롭게 개장
박영사 초판본과 고미술품 컬렉션 선보여 안중식, 허백련, 김명국 등 대가 작품 소장 "예술과 출판정신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
[고양신문] 박영사가 설립한 갤러리박영(대표 안수연)은 2008년에 개관한 파주출판도시의 1호 갤러리다. 고(故) 벽송 안원옥 선대 회장이 설립한 출판사인 박영사(博英社)라는 이름에는 ‘넓게 인재를 양성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올해로 설립 73주년을 맞은 박영사는 3대째 미술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오는 5월 5일, 갤러리박영은 새롭게 단장한 벽송기념관을 대중에게 공개한다. 이 공간에서는 한국 근현대의 출판과 고미술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지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수연 대표는 박영사의 역사와 갤러리박영의 존재 의미를 들려줬다.
“갤러리박영의 뿌리는 안종만 회장의 문화예술 사랑과 애국심에서 비롯됐습니다. 안 회장은 출판과 예술을 통해 한국문화의 본질을 지켜내고자,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 문화예술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터를 잡았지요. 선대 회장님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지금 어려운 시기에 처했는데, 문화예술을 통해 하나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파주출판도시는 우리나라 예술가들의 영감이 깃든 정신적 근거지로 기능해왔고, 미술가들도 30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그 첫 시작은 갤러리박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갤러리박영이 단순한 갤러리를 넘어, 출판과 예술, 그리고 역사적 가치를 함께 담아낸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새롭게 오픈한 3갤러리는 출판 철학이 담긴 고서와 소장품 기념관이다. 1950년대의 고서부터, 출판과 미술, 문화 전반에 걸친 한국 지성사의 흔적들이 모여있다. 예술정신과 출판 정신이 어우러진 독창적인 공간이라 할 만하다. 갤러리 1층에는 김태호, 양만기, 칸디다 회퍼 등의 작품이 걸려 있다. 대부분 책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높은 층고와 탁 트인 개방감이 돋보이는 이 공간은 넷플렉스의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를 촬영한 곳이다.
2층은 안원옥 선대 회장과 안종만 현 회장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동아출판사 고 김상문 회장이 써준 ‘출판보국(出版報國)’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이곳에는 박영사의 초기 출간서적들을 아카이빙한 서가가 있다. 1953년 첫 출간한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비롯해 『철학개론』, 『신형사소송법강의』 등의 초판본들이 진열돼 있다.
벽송 기념관 안쪽 깊숙한 곳은 안원옥 회장이 소장했던 고미술품들, 이른바 ‘벽송 컬렉션’ 코너다. 한국미술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던 안중식, 허백련, 손재형, 김명국, 오세창 등 대가들의 작품이 모여있다.
의제 허백련은 남도 서화계의 상징적인 화가이자 한시에 통달한 인물로, 독특한 서법을 구사한 전형적인 문인 화가다. 일본에 있던 추사의 ‘세한도’를 국내로 되찾아온 소전 손재형의 서예 작품, 고종의 어진을 그렸던 심전 안중식의 작품, 연담 김명국의 17세기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감나무 풍경을 그린 작가 미상의 유화작품은 창업주가 특히 애지중지했다는 점에서 원작자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갤러리박영은 신진작가들을 지원하는 ‘박영 더 시프트(BAKYOUNG THE SHIFT)’ 공모전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현재 1·2갤러리에서는 ‘지도에서 청사진으로’라는 7인전을 진행 중이다. 현실을 반영한 ‘지도’와 미래의 비전을 나타내는 ‘청사진’을 대비시켰다. 1·2갤러리는 무료지만, 3갤러리는 유료 멤버십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예약자들에게는 1일 3회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 개방되며 상시 해설을 제공한다.
갤러리박영은 예술에 대한 순수한 헌신과 세대를 잇는 출판 정신을 담고 있는 전시장이다. 옐로우와 오렌지는 갤러리박영을 상징하는 컬러다.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이곳이 그만큼의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길 기대한다. 갤러리 초입에 오픈한 아트숍에서는 작가들의 아트상품과 갤러리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갤러리박영
주소 : 파주시 회동길 37-9(월~토 운영)
문의 : 031-955-4071